이제는 어디에서 목을 축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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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노가리. 이게 상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워낙 ‘노가리 1000원’이라는 글씨만 큼직하게 간판에 박혀있는 탓이다. 이름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아도 1,000원만 있으면 노가리를 안주 삼아 술 한  잔 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노가리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1,000원은 강렬한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집 근처에 하나 생겼으면 하던 집이었다. 귀가길 버스 타고 K대 앞을 지날 때마다 K앞에 있는 ‘노가리 1000원’이라는 문구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일부러 내려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1,200원의 버스비가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1,000원짜리 노가리가 아니라 2,200원짜리가 되는 셈이다.

어느날 귀가길 집 근처에서 ‘노가리 1000원’이라는 간판을 만날 수 있었다. 드디어 바라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평소 노가리를 즐겨 먹지는 않았으나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먹는다고 했는데 1,000원이면 거의 공짜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귀가길에 들러 가볍게 먹기에 딱 좋았다.

노가리 1,000원을 강조했지만 1,000원 한 장으로는 노가리를 주문할 수 없었다. 2개가 기본이었으니 사실상 2,000원짜리였다. 그래도 노가리 두 마리와 함께 맥주 두 잔을 마신다한들 8,000원에 불과했다. 한 잔 더 마셔도 11,000원이면 된다. 다른 술집이라면 안주값보다도 적은 금액이었다.

맥주도 시원했다. 한 여름의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처럼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주인이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인지 LG트윈스와 관련된 장식물들이 많았고 벽 한쪽에는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프로야구가 틀어져 있었다. 혼자서도 야구 보면서 맥주 마시기 좋은 곳이었다.

얼마지 않아 2마리가 기본이었던 노가리는 1마리만도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그에 대한 불평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언젠가는 노가리를 주문했는데 손바닥만한 왕쥐포가 나왔다. 잘 못 나왔다고 하니 그냥 드시란다. 나중에 계산할 때 자신들이 잘못이라며 1천원을 돌려준다. 노가리는 1천원이었지만 쥐포는 2천원이었기에 차액을 돌려준 것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술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은데 그다지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도 그런 것이 입지적으로 그리 좋은 자리도 아니었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도 아니었다. 그저 빈 가게가 나왔으니 덮썩 계약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오래도록 이 곳에서 노가리와 함께 술을 마시려면 장사가 잘 되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 아닌 걱정도 없지 않았다.

결국 그집은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초여름에 문을 열고선 가을을 앞두고 문을 닫았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젊은 사장은 열심히 하는 듯 보였으나 호락하지 않은 현실을 열정과 성실만으로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친구의 부음소식을 접한 듯 안타깝기만 했다. 더불어 이제는 어디에서 목을 축여야 하나 하는 고민도 생겼다.

그보다 먼저 다녔던 집은 봉구비어라는 곳이었다. 3천원짜리 감자튀김과 3천원짜리 맥주로 가볍게 술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노가리집을 알게된 후 이집에 발길을 끊었던 것인데 나중에 다시 가보니 이집도 문을 닫고 사라졌다. 순식간에 두 명의 술친구를 잃은 셈이었다.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임대라는 글씨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장사하던 집이 오늘 가보면 텅 비어있고 대신 임대 안내만 덩그러니 놓여있기도 하다.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방증일 게다. 그런 이유로 모두들 딴 생각하지 말고 직장에 붙어 있으라고 한다. 아무리 떠밀어도 딱 붙어 있으라고 한다. 그치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1 Comment

  1. 초아

    2017년 7월 18일 at 6:08 오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삶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나봅니다.
    힘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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