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맥주가 물보다 싸다 보니

맥주

욕심 많은 아내가 그 많은 여행지 중에서 굳이 하이델베르크를 일정에 넣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물론 괴테도 사랑했다는 하이델베르크 성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정작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은 다른 장소였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아내가 가고자 했던 곳은 바로 대학 학생식당이었다. 그렇다, 학교 구내식당 말이다.

아내로 하여금 학생식당에 대해 환상 아닌 환상을 갖게 만든 것은 어느 TV프로였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캠퍼스라고 할 수 있는 대학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학생식당 또한 멋스럽게 보였던 것이다.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맛보는 색다른 식사. 분위기 좋은 유명 음식점도 좋겠지만, 학생식당은 그보다 더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나 보다.

또한, 이번 여행의 목적 중에는 아이들 교육도 있었으니 외국 대학생들의 모습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자극을 받았으면 하는 계산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결코 무모한 발길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시내 어디쯤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정보만으로 찾아가기에는 무리가 컸다. 시내에 마련되어 있는 지도판을 봐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날은 더운 데다 배까지 고프다 보니 모두들 지쳐만 갔다. 뭐 대단한 식당이라고 이 고생을 하면서까지 찾아가야 하나 싶은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쉽게 포기할 아내가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원성이 커지다 보니 어쩌지 못하고 어디에서라도 허기를 달래야만 했다. 그러다 눈에 띈 곳이 뢰벤브로이 하이델베르크(LOEWENBRAEU HEIDELBERG)라는 식당이었다.

야외 테이블은 인기가 좋아서 빈 좌석이 남아있지 않았다. 실내는 두 공간으로 나뉘는데 앞쪽은 식사를 위한 공간으로 보였고 안쪽은 술을 마시기 위한 일종의 바처럼 보였다. 정말 그런 역할에 따른 구분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고 아무튼 한국사람의 특성상 조용한 곳을 찾아 일단 안쪽으로 들어갔다. 학생식당을 찾아 헤맨 시간이 억울하기는 했으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요리를 주문하고 보니 물은 별도로 주문해야 했다. 그런데 그 가격이 다른 음료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콜라와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는 물론이고 맥주와 비교해도 그랬다. 그렇다면 굳이 물을 사 먹을 필요가 없어 보였다. 기왕에 돈 주고 사 먹어야 한다면 차라리 맥주가 낫겠다 싶다. 독일에 와서 홀딱 반해버린 맥주 프란치즈카너를 점심식사와 함께 주문한 이유였다.

독일 사람들은 맥주를 물처럼 마신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에 대한 진실을 확인할 길은 없었으나 일단 나만 해도 독일에 오니 시도 때도 없이 맥주를 마시게 되더라는. 식사하면서도 마셨고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마셨으며 독일의 알프스라는 츄크슈비체에 올라가서도 마셨다. 이렇게 맥주를 마셔댄 이유는 단 하나. 맥주값이 싸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물보다도…

추신) 나중에 돌아와서 구글맵으로 찾아보니 학생식당은 선제후 박물관과 힙호텔 사이 골목길 끝에 있었다. 우리가 다녀온 뢰벤브로이 하이델베르크 우측 골목길로 쭉 내려만 가도 나오는 곳이었다. 이름은 ‘Marstall Me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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