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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언론 홈페이지 메인사진 점령한 김연아

“마법에 홀린 것처럼(AFP), 아무도 멈추게 하거나(월스트리트저널), 감히 범접치 못할(뉴욕타임스), 단 하나의 흠결도 없으며(영국 더 타임스),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CNN)이자, 역사에 남을 가장 위대한 연기(AP).” 25일 세계 언론은 피겨 여왕에게 바치는 찬가로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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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푸른 드레스를 입고 거쉰의 곡에 맞춰 스케이팅을 타는 김연아의 모습은 공기처럼 가벼웠고, 우아한 점프로치솟아 올라 마치 구름 위에 떠다니는 듯 보였다. 김연아는 기술적 우월함과 천상의 우아함을 확실히 보여줬다. 228.56포인트라는 세계기록 점수만으로 그 재능과, 복잡성과, 예술성을 설명할 수 없다. 라이벌 아사다의 차례가 남아 있었지만 이미 김연아는 감히 범접치 못할(untouchable) 위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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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김연아가 무결점 연기를 마친 것으로 그녀의 순위는 (1등으로) 이미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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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 "김연아는 아무도 자신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김연아는 코치와 자신을 괴롭혀온 숙적(nemesis)였던 ‘트리플 플립’을 포함해 무결점 점프를 하나 하나 이어가며 무감점 세계 신기록을 빚어냈다. 평소 침착하기로 유명한 김연아가 연기를 마친 뒤 울기 시작했으며 인터뷰에서 ‘다른 피겨 선수들이 연기 뒤 우는 걸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처음으로 울면서, 난 아직도 내가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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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방송(밴쿠버 올림픽 주관 방송사) ▶▶▶“이날 김연아의 연기는 여왕의 영광스러운 대관식이었을 뿐 아니라, 그녀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여성보다 우월한 피겨 스케이터임을 확인해주는 의식이었다. 김연아가 얼음위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바통을 이어받기 위해 계주 마지막 주자로 기다리는 우사인 볼트(남자 100m 세계 기록 보유자)나, 수영 출발라인에서 팔을 앞뒤로 흔드는 마이클 펠프스(Phelps)를 보는 것과 같은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들이 준비하면, 게임은 끝이다. 모두가 그걸 알고 있다. 김연아가 연기할 때 그것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예술이기도 하다.김연아는 이번 우승을 계기로 한국의 대표적 유명인사가 될 것이며, 수십억 달러를 한국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1980년대 피겨 스타 카타리나 비트(Witt)가 그랬듯, 김연아는 평창이 2018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 여왕 폐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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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타임스 ▶▶▶“미식축구라면 5번 터치다운해 승리한 것이고, 야구라면 5회 콜드 게임을 거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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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 ▶▶▶"김연아는 짜릿한 연기로 한국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기며 스타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청구서 값을 톡톡히 치러냈다. 주문을 건 듯한 스케이팅으로 2위 아사다 마오와의 차이를 23포인트이상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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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통신 ▶▶▶ “벤쿠버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퍼시픽 콜로시움은 푸른 유니폼을 입은 김연아의 것이었다. 조금의 긴장도, 망설임도 없는 자신감 넘치는 연기가 관중들의 혼을 사로잡았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성공 비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전(善戰)의 5대 요인 : S.P.E.E.D.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바로 가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쾌거가 경영에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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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500m 경기는 육상 100m에 비견된다. 체격조건이 유리한 서구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아니다. 한국은 빙속 남자 1만m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외신들은 "이변"(AP) "충격"(AFP) "의외"(ESPN)이라고 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5일자로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쾌거가 경영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작성자는 강한수, 이민훈 수석연구원.

삼성, LG, 현대 등 한국 대기업 연구소들의 보고서를 접할 때면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이들은 정말 신속하고 시의적절하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얄미우리만큼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내용일 때가 많다. 핵심을 뽑아내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골드만 삭스가 만들어낸 BRICS라는 용어가 세계경제의 담론 공간을 점령한 데서 보듯, 컨설팅사나 경제연구소 보고서에 이런 능력은 필수적이다.

시간이 많지 않았던 만큼 기존 언론 보도 내용에 담화의 근거를 많이 의존한 감은 있지만, 의미있는 보고서라 생각돼 요약해 전한다.

제1 요인 : Sponsorship (후원)

"장기적 시각으로 비인기 종목인 빙상에 꾸준히 투자를 지속한 것이 금번 선전의 초석이 되었다."

삼성화재가 1997년부터 매년 대항빙상경기연맹에 8~10억을 지원했다. 기아차는 총 18명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를 후원했다. 빙상연맹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직후부터 스피드와 피겨 발전계획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0 밴쿠버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제2 요인 : Passion (열정)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모두 1988년, 1989년생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승리에 대한 열망도 숨기지 않으며, 그에 걸맞은 준비를 해왔다."

남자 500m 결승 직전 얼음판 문제로 경기가 1시간 30분 이상 지연됐지만 모태범은 침착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자기 종목에 대한 애정과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초인적 열정을 보여줬다.

제3 요인 : Emulation (경쟁과 모방)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선전의 틈바구니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오기와 경쟁심, 그리고 쇼트트랙에서 도입한 기술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등이 모두 이전 쇼트트랙에서 쌓은 기술경험과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 모태범의 스케이트날은 빠른 코너링을 위해 쇼트트랙 스케이트날처럼 약간 휘도록 제작됐다.

제4 요인 : Environment (환경)

"점차 확대되는 빙상 관련 인프라와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교육 훈련기관 역시 중요한 기여를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실내 빙상장 건립으로 스케이팅이 대중화됐다. 1989년 이후 총 26개의 실내외 빙상장이 개장됐다. 특히 모태범, 이상화를 배출한 은석초교, 이승훈, 이규혁을 낳은 리라초교의 빙상 교육이 금메달의 씨앗이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대표팀 유니폼 연구 제작에만 무려 2년이 걸렸다. 0.036초의 기록 단축 효과를 봤다.

제5 요인 : Direction (지도)

"지도자의 역할이 큰 기여를 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자신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지만 오랜 국제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한 선배들 역시 어린 선수들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나침반의 역할을 수행했다."

김관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편안한 리더십을 발휘했고,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한 이규혁, 이강석 등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주며 존경을 받았다. 이번 올림픽에선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외국 대표팀에서 다수의 한국인 코치가 활약했다.

기업경영에 주는 시사점.

1. 도전적 목표를 향한 응집된 노력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과업의 성취를 가능케 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2. 장기적 시각의 투자로 양질전환을 촉발해야 한다. 당장의 효율성 추구와 미래를 위한 투자 사이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3. 스포츠와 특정 산업 분야는 공진화(Co-Evolution)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 생태계 자체의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산업 클러스터, 이종간 교배를 활용하는 융합의 사고를 해야 한다. 기업이 사업을 다각화할 때도 특정 분야의 핵심 자산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접영역으로의 확장을 우선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바이 암살의 총지휘자? 메이어 다간 모사드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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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지략이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Where no stratagem is, the people fall; but in the multitude of counsellors there is salvation.)" 모사드의 휘장에는 구약성서 잠언 11장 14절의 구절이 새겨져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북부 교외의 야트막한 언덕에 가면,현지에서 ‘미드라샤(Midrasha˙유대학교)’라 불리는이스라엘 정보 및 특수작전국, ‘모사드’의 건물이 있다.메이어 다간(Dagan·65) 모사드 국장 방에는 나치 친위대(SS) 장교의 장총에 머리가 겨눠진 채 도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유대인 노인의 사진이 있다. 다간의 할아버지다. “이스라엘은 강해져야 한다. 머리를 써야 한다.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다시는 홀로코스트가 반복되지 않도록.” 다간 국장은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다.

◆다간, 거리에서 잔뼈가 굵은 정보전사(戰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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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두바이 암살 사건의 배후에는 모사드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모사드의 수장(首長)이 다간이다. 영국 출신으로 외교관 파티에서 오래 수다떠는 걸로 유명해 ‘칵테일 할레비’라는 별명으로 불렸던온건파 전임자 이프라임 할레비(Halevy)와는 딴판인 강경파다.

다간은 이스라엘방위군(IDF) 공수여단 소속으로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 당시 골란고원 전투에 참여한 군인 출신이다. 1970~80년대에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을 상대로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에서 활동했다. 특히 인권 유린과 학살 사건으로 지탄받은 1982년 1차 레바논 전쟁 때는 레바논 내부 정보활동을 전담한 특수부대를 지휘했다. 레바논전의 야전 지휘관이었던 아리엘 샤론(Sharon)과의 인연도 이 때 부터다.

◆인명희생 무릅쓰고 적을 분열시켜라… 작전명 ‘정의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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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엘 샤론 총리(오른쪽)와 메이어 다간 모사드 국장.

퇴역 이후 정부의 테러 대응업무를 맡았던 다간은 2000년 매파 정치인 아리엘 샤론 진영에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참여한다. 이 때 입안한 것이유명한 ‘다간 계획(Dagan Plan), 작전명 ‘정의의 복수(Justifed Vengence)’다. 이스라엘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라노트, 유력지 마리브, 프랑스 르몽드 등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계획은 2차 인티파다 당시 줄을 잇던 자살폭탄테러에 대응해 유대인 수백명, 팔레스타인인 수천명의 희생을 무릅쓰고 압도적 물리력으로 보복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내부 분열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야세르 아라파트(Arafat) PA 수반의 정치적 혹은 물리적 ‘제거’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다간의 구상대로, 팔레스타인 정파인 파타와 하마스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분리·고립됐다.두 세력은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서 총격전까지 벌이며 피를 흘렸다. 적전분열이다.다간은 또 샤론 총리와 함께 가자지구에서 유대인 정착민 7000여명을 완전 철수시키는 작업도 밀어붙였다. 유대인 정착민들이 전부 소개된 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했다. 가자지구는 지금하늘 아래 가장 거대한 ‘감옥’이다. 작년초 1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를 낸이스라엘의 일방적 가자지구 공세, ‘캐스트 리드’ 작전도 다간과 샤론이 정착민을 미리 철수시켰기에 가능했다.

◆"이스라엘은 여러분을 믿고 있소. 행운을 빌겠네."

지난 1월초, 두 대의 검은색 아우디 A6 리무진이 모사드 본부 건물 정문을 통과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베냐민 네타냐후(Netanyahu) 총리. 영접 나온 다간 국장은 총리를 브리핑룸으로 안내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모사드 내부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시 브리핑룸 안에는 ‘두바이의 11인’으로 불리는 암살단 멤버 중 일부도 함께 자리했다. 네타냐후는 가자지구로 무기를 밀수하는 일을 맡은 하마스 간부 마무드 알 마부에 대한 암살 작전 내용을 브리핑 받았다. 암살단 멤버들은 이미 텔아비브의 한 호텔을 활용해 두바이 호텔 암살의 예행 연습까지 마친 상태였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여러분을 믿고 있소. 행운을 빌겠소." 총리의 승인이 떨어진 것이다.

◆총리 셋 바뀔 동안 굳건히 자리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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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간은 총리 3명이 바뀐 지난 8년간 흔들림없이 모사드의 수장 자리를 지켰다. 그동안 하마스 지도급 인사들은안전할 것으로 여겼던 시리아의 심장부인 다마스커스에서까지 암살당했다. 이스라엘은 확인도 부인도 않고 있지만(NCND·No Confirm No Deny), 배후에는 모사드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간은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두바이 사건으로 국내외의 사퇴 압력이 거세지만, 하레츠 등 현지 언론은 “다간은 여전히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보도했다. 정해진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정보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정보기관 특성상긴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연스런 인사 이동이 필요하다"며 연말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저작권 차르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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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태국 정부가 불법 복제 콘텐츠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백만개에 달하는 저작권 침해 물품을 수거해 파기하는 모습. 적발된 물품의 환산 총액은 총 4500만달러에 달했다. ⓒAFP

‘저작권 차르(Czar)’의 습격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한 ‘저작권 전쟁’ 선두에 새 선봉장을 내세웠다.
대학, 행정부, 시민단체에서 골고루 지적재산권 관련 경험을 쌓은 빅토리아 에스피넬(Espinel·사진)이다. 공식 직함은 ‘지적재산 집행조정관(IPEC)’. 미국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직위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그녀를 ‘IP(지적 재산) 차르’, 혹은 ‘저작권(copyright) 차르’라고 부르고 있다. 차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제정 러시아 황제를 이르는 말이다. 상원 법안에서 사라지긴 했지만, 하원의 경우엔 ‘지적재산권 진흥법(Pro-IP Act)’ 법안에 공식적으로 ‘차르(Czar)’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미국 ‘저작권 전쟁’에 새 선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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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에스피넬 신임 미 지적재산 집행조정관(IPEC)’

에스피넬은 조지메이슨대 로스쿨에서 지적재산권과 국제무역을 가르쳤고, 미 상하원 관련 위원회에서 자문관으로 일해왔다. 2005년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지적재산권 분야 협상을 총괄하는 대표보(補)로 일했다. 정보 격차 문제를 다룬 시민단체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특히 불법 파일 공유를 통한 지재권 침해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할리우드, 음반산업, 소프트웨어 등의 업계 거대기업들이 쌍수를 들어 에스피넬의 임명을 환영하고 있다. 미국 음악가 연맹(AFM), 저작권 연대, 전미 음반 제작자협회, 국제 상표권 협회, 미국 영화협회 등이 상원에 에스피넬의 임명 인준을 지지하는 서한을 보냈다.

에스피넬 임명으로 미국의 지적재산권 관련 대응은 더 날카롭고 강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IP 차르’ 에스피넬의 역할과 지위는 1982년 미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할 때 임명됐던 ‘마약 차르’에 비견된다. ‘마약 차르’는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주무르고 연방수사국부터 국경경비대와 주방위군까지 관련 기관들을 호령하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었다.

미 공영라디오(NPR) 방송은 “IP 차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침해 행위에 대한 대응을 관장할 권한과, 대통령과 의회에 직보할 의무를 갖는다”고 보도했다. 표면적으론 정부내 유관 부처의 지재권 관련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이지만 지위는 이들 부처와 기관 머리 위에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내에 별도 조직을 만들어 인원과 장비를 동원해 대규모 지재권 침해 적발 작전을 벌일 수도 있다. 혐의가 확정되기 전에라도 저작권 침해가 의심되는 타인의 자산을 압수할 수 있는 법적 권한도 부여됐다.

미국 상공회의소 마크 에스퍼(Esper) 부회장은 “이제야 지재권 진흥법을 전면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재계는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가 빅토리아 에스피넬 조정관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토록 필요한 모든 자원과 권위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백악관 회의는 전쟁 출정식 방불

전쟁을 치르고 금융위기를 겪으며 미국의 영향력과 함께 경제도 쇠약해졌다.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은 신뢰를 잃었고 한 때 세계를 주름잡던 자동차산업도 제 살 길 찾느라 바쁘다. 미국이 여전히 압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지적재산 관련 분야는 미국 경제의 얼마 남지 않은 생명줄 가운데 하나다.

Roundtable on Piracy with Gov. Officials and Entertainment Execs.

< 출처 : 유튜브 >
Vice President Joe Biden led a round table meeting of high ranking government officials and entertainment industry executives at the White House conference center Dec. 15, Roundtable on Piracy with Gov. Officials and Entertainment Execs.

그래서 지난해 12월 15일 백악관에서 열린 ‘지적재산권 침해 대책회의’는 새로 임명된 IP 차르의 ‘지재권 전쟁 출정식’ 같았다. 직접 회의를 주재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저 바깥에 도둑질을 하는 자들이 있다. 난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DC의 정치·정책전문 주간지 내셔널저널은 전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저작권 도둑질이) 지나치게 많이 일어나는 나라에 대해서는 우리도 툭 터놓고 맞서야 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바이든 장관 곁에는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장관, 게리 로크 상무장관, 로버트 뮬러 연방수사국(FBI)국장, 마크 설리번 비밀경호국장, 데이빗 캐퍼스 특허상표청장 등도 앉아 있었다. 소니 그룹의 마이클 린튼 CEO, 비지니스 소프트웨어 연맹의 로버트 홀리먼 회장, 음반산업협회 미치 베인월 회장, NBC 유니버설 제프리 주커 CEO 등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 업계 거물들도 함께였다. 이 자리에서 당장 3000만 달러의 예산이 ‘저작권 차르’ 활동을 위해 할당됐다.


미 상공회의소 추산에 따르면, 음악·영화·제약·패션·소프트웨어 등 미국 내 지적재산권 관련 산업 근로자는 1800만 명에 달하며, 미국 국내총생산(GDP) 중 5조 달러가 여기서 나온다. 미국 수출품의 절반 이상도 지적재산권 관련 상품과 서비스다. 미국 영화협회(MPAA) 댄 글릭먼 회장은 “지적재산 연관 산업은 미국 경제의 주요한 엔진이다. 최근 영화와 음악에 대한 해적행위는 갈수록 더 정교해지고, 범세계 규모로 범죄조직화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NPR에 말했다. 미 상공회의소는 “외국 정부들이 반(反)지재권 정책을 지속한다면 미국은 2020년까지 100만개의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도 저작권 차르의 습격에대비할 때

‘저작권 차르’ 에스피넬의 향후 행보는 한국 입장에서도 요주의 대상이다. 패트릭 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은 혁신적이며 창조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양과 질로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미국이 지적 재산을 생산하는데 있어 계속 세계를 리드해가려 한다면,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스스로 지켜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에스피넬이 ‘저작권 차르’로 임명됐을 때 별도 성명을 내 “저작권 침해 행위로 기업의 매출, 근로자의 일자리, 국민의 세금이 막대한 손실을 겪고 있다. 에스피넬 조정관이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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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무역대표부(USTR) 2008년 세계 무역장벽 보고서

한국 항목 바로 가기


그가 행정 경험을 쌓은 무역대표부(USTR)는 2008년 세계 무역장벽 분석 보고서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한국의 저작권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 대학가에서 책을 무허가로 복사하는 행위 ▲길거리에서 디지털 동영상 DVD를 판매하는 행위 ▲가짜 브랜드 상품 제조 ▲의약품과 특허권 문제 등과 관련한 정책 협조 부족 등이다. USTR은 “한국은 빠르게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저작물의 무허가 복제를 조장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1월 24일 아시아 음악업계 박람회를 주관하는 ‘뮤직 매터스(Music Matters)’ 재스퍼 도넷(Donat) 회장은 프랑스 칸에서 시작된 ‘미뎀 국제음악박람회(MIDEM) 2010’에서 “지난해 세계적으로 불법 음원 내려받기 1위가 중국, 2위는 한국”이라고 말했다. 13개국 8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정부가 불법 저작물을 추적 관리하면서 불법 음원 유통이 많이 줄었다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에스피넬은 USTR에 재직하던 2005년 미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홍콩,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4개국을 방문해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를 협의한 적이 있다. 그녀는 당시 “모조품과 불법복제물은 기업의 이익뿐 아니라 개인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전쟁은 시작됐고 적장도 정해졌다. 방심하다 당하지 않으려면 한국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최선의 준비를 할 때다.

20100221, 광화문에서

※1월 중순에 작성, 한국저작권위원회 소식지 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저작권 위원회 소식지 바로가기

와인의 불편한 진실 : Ce n’est pas pinot noir.

와인의 불편한 진실 : "Ce n’est pas pinot n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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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ot를 왜 그렇게 좋아하죠?”


“글쎄요… pinot는 기르기 힘들고, 껍질도 얇고, 온도에 민감하고, 빨리 익고… 아무데서나 돌봐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cabernet같은 억척 ‘생존자’가 아녜요. pinot는 항상 돌봐주고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최고의 인내력으로 길러낼 수 있는 그런 사람만이 pinot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그 표현을 최대로 구슬려 이끌어낼 수 있어요. 그러면 그 풍미는, 지구상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haunting), 찬란한(brilliant), 황홀한(thrilling), 미묘한(subtle), 옛 근원에 근접한(ancient) 것이 되죠.”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2004)’를 본 사람은 누구나 ‘피노 누아(pinot noir)’라는 포도 품종에 홀리게 된다. 실제로 이 영화가 개봉한 뒤 미국에서는 피노 누아 품종의 와인 매출이 55% 급상승해 영화 관계자들조차 놀라워했다고 한다. 피노 누아는 로마네 콩티로 대표되는 부르고뉴 산(産)을 최고로 친다.로마네 콩티는돈이 있어도 인연이 없으면 못 마신다고들 할 만큼, 애호가들에겐 꿈의 와인이라고 한다.

브루고뉴 만큼은 안되지만, 랑그독 지역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피노 누아를 한 해 500만 L 정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 와이너리 중 하나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E&J 갤로’는 사이드웨이의 히트에 때맞춰 ‘레드 비시클레트(빨간 자전거)’라는 낭만적으로 들리는상표를 붙인 레드 와인을 시장에 내놨다. 와인 생산지를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들과 달리, 브랜드 중심으로 구매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겨냥한 것이다. 메를로나 시라 등으로 만든 와인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제일 인기를 끈 것은 영화 사이드웨이의 인기에 올라탄 피노 누아였다.

■ 생산량에 비해 너무 많이 수출된 랑그독 피노 누아

“Ce n’est pas pinot noir.”(그건 피노 누아가 아니에요)
1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미국으로 수출된 프랑스산가짜 ‘피노 누아’ 사건을 전하며 이런 제목을 달았다. 프랑스 남부 카르카손 법원이 와인 1800만병(1353만L) 분량의 가짜 피노 누아 와인을 미국에 수출한 프랑스 와인 생산자와 도매업자들에 무더기로 유죄를 선고한 사건이다. 이들은 2006년 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값싼 제네릭 와인을 피노 누아로 속여 팔아 700만유로(약 109억원)를 챙겼다. 가디언은 “세계 최고라는 와인 전문 기업과 1800만병을 마신 소비자들이 2년 넘게 감쪽같이 속았다. 우습고도 서글픈 코미디”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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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비시클레트 피노 누아 2005 와인 리포트.

디캔터 닷컴 같은 와인 전문지 사이트에는 “이번 사건에는 ‘미국인들은 아무거나 마시라고 던져줘도 절대 모를 것’이라는 프랑스인들의 미국 폄하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노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E&J 갤로는 외신들을 통해 “잘못 부착된 상표로 우리에게 제시된(자신들은 몰랐으니 책임이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문제의 와인 중 본사가 사들인 것은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며, 대부분 2006년과 이전 빈티지로 현재는 판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 병당 보통 12달러 정도하는 저가 와인이지만, 그렇다고 “가짜인 줄 몰랐다”고 발뺌하는 듯 보이는 모습은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E&J 갈로는 레드 비시클레테 피노 누아에 대해 “짙은 과일 아로마와 함께 블랙 체리와 잘 익은 자두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선전해 왔다.

■ 당신의 와인 병 안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억만장자 와인 수집가인 윌리엄 코흐(Koch)가 와인경매업체, 수집가, 소매상, 수입상 등 자신에게 비싼 값을 받고 가짜 와인을 판 책임자들에 대해 거액의 소송을 다수 제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와인 산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한 지역 신문은 대형 ‘가짜 와인’ 사건이 터져 나온 가운데 “당신의 와인 병 안엔 진짜로 무엇이 들어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아마도 대부분 아름다운 포도밭에서 선남선녀가 휘파람을 불며 따낸 포도만으로 만들어진 진짜 와인이 들어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거품을 터뜨려 미안하지만, 이미 지난 수십년간, 와인은 더 이상 신선한 포도로 만들어진 포도주를 뜻하는 말이 아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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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물, 포도농축물질, 설탕…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수년 전부터 발효를 촉진하기 위해 포도를 짜낸 원액에 물을 첨가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야말로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이다. 와이너리들은 “발효의 완성을 위해”라고 강변하지만, 사실은 같은 양의 포도로 더 많은 와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와인 제조 과정에서 ‘메가 퍼플(Mega Purple)’ 혹은 ‘메가 레드(Mega Red)’라고 불리는 포도 농축물질을 첨가하는 것도 더 이상 불법이 아니다. 이런 물질을 집어 넣으면 레드 와인의 색깔을 더 짙은 붉은 색으로 바꿀 수 있다. 포도 농축물질은 물론 와인 레이블에 표시된 포도 품종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뿐만 아니라 설탕이나 인공 향을 첨가하는 것도 일상화됐다고 한다. 합법적이기 때문에, 중뿔나게 이런 물질을 첨가한다고 인정하는 와이너리는 거의 없다. 인공적으로 풍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오크 나무 칩이나 오크 향을 첨가하는 것도 합법이다. 한 때 와인의 영혼으로 여겨졌던, 생산지의 토양에 기원하는 포도 고유의 향 따위는 설 자리를 잃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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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향 첨가한 와인이 전국대회서 상타기도

불순물 섞기, 물 타기, 첨가제 넣기, 값싼 저가 포도 섞기…로이터통신은 17일 2000년 이후의 역사적인 와인 관련 사건들을 골라내 보도했다.

2008년 이탈리아에서는 포도농장 10곳에서 2003년 빈티지의 Brunello di Montalcino 와인 수십만병이 압류됐다.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 가격에 불과한 하급품을 미국에서 한 병에 80달러 이상에 팔리는 고급품으로 둔갑시키다 적발된 것이다.

이탈리아는 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남부 지역 와인을 투스카니, 피에몽, 베로나 등 북부산으로 조작하는 일이 빈발한다. 2007년에는 이를 적발하기 위해 경찰관 25명이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다고 발표돼 화제를 모았다.

2008년 프랑스에서는 ‘보졸레의 왕’으로 불리던 와인업자 조르쥬 두보프가 비싼 와인에 저가 잡포도를 섞다 적발돼 3만 유로의 벌금을 물었다.

2004년 남아공에서는 메이저 와인생산업체 한 곳이 쇼비뇽 블랑 와인에 풀과 후추 아로마를 첨가해 팔다 적발됐다. 6만병 이상의 와인이 폐기 처분됐다. 아로마를 조작한 와인 중 한 종류는 남아공 전국 와인 전시회에 출품돼 상을 타기도 했다.

로이터는 “고대 로마의 정치인·학자 플리니우스는 최초의 백과사전으로 꼽히는 ‘박물지(Historia Naturalis)’에 ‘와인에는 진실이 있다(In wine, there is truth)’고 썼다. 하지만 잇따르는 가짜 와인 사건들을 보면 현대의 와인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모든 것이 대량생산되는 시대,장사꾼들의 욕심 때문에 와인마저 향기를 잃어간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20100219, 광화문에서

홍콩 역술인(術數家)이 본 세계 유명인사들의 올해 운세

미국 CNN방송이 홍콩 역술인(術數家) 협회 회장인 에드윈 마(馬禮華)에게 세계 유명인사들의 관상으로 본 올해 운세를 물었다. 해가 바뀌면 한번쯤 운세나 토정비결 같은 데 관심이 가기 마련.풍수(風水)에 관심많은 중국인들, 특히 홍콩에서는 음력 설을 즈음해 ‘풍수로 본 올해의 투자운’이나 ‘올해는 어떤 종목이나 상품에 투자해야 대박칠까’ 류의 화제성 자료들이 쏟아진다. 오늘의 심심풀이. 운세는 운세일 뿐, 너무 심각히 받아들이진 마시길.

"오바마, 지휘관 판단 느려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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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갑(甲)자 형의 얼굴에 목(木) 기운이 강한, 생각이 깊고 분석력이 강한 얼굴"이라는 총평이다. "이마의 머리카락 라인이 넓고 높은 걸 보면적응력이 뛰어나고 외교적 기술도 승한 상", "곧고 쭉 뻗은 다리 뼈를 볼 때 군사적 권위도 타고 났다"는 것이다. 입술선도 또렷하다. 이성적 추론에 밝고언변도 뛰어나다.

반면 “그의 약점은 깊이패인 관자놀이에 있다"고 했다."지나치게 걱정과 의심이 많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쉽고 근심 속에 일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 가끔은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지며, 이 때문에 지휘관으로 판단이 느려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눈과 눈썹이 너무 붙은 것을 보면 남들이 불편해 할 만큼 스스로를 압박하는 상(相)”이라고도 했다.

브란젤리나 "각자의 길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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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부부인 브래드 피트(Pitt)와 앤젤리나 졸리(Jolie)에 대해서는 “관상가들이 ‘남매상’이라고 부르는 지나치게 닮은 부부”라고 했다. 둘 모두 골상(骨相)이 좋고 넓은 이마와 날렵한 턱을 가졌다. 심사숙고형이라는뜻이다. 또오똑한 코가 자신과 타인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얼굴이 너무 비슷하게 생겼다. 너무비슷하게 생긴 두 사람이 부부가 되면“사사건건 충돌을 빚을 수 밖에 없어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는 것이다.

비, "고독해지려 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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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월드스타 비(정지훈)에게는 애정 문제에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에드윈 마는 “비의 툭 튀어나온 귀는 어릴 때 고생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상(相)으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는 터프함의 상징이지만 여전한 불안정함을 나타내기도 한다”며 “이런 타입은 로맨틱한 관계에 애증(愛憎)이 깊다. 연애 과정에서 극적인 감정의 기복을 겪는다. 쉽게사랑에 빠지지만 또 외로운 상태로 향하는 경향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이 때문에 "몇 번 연애에 실패하면 평생 독신남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레이디 가가 "유부남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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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기행으로 구설을 몰고 다닌 가수 레이디 가가(Gaga)에 대해서는 “남자 문제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호랑이띠인 그녀에게 올해는 불운과 시련을 겪는 ‘범태세(犯太歲)’로 “지나치게 뺨이 야위어 외로움을 많이 타며, 유부남과 사랑에 빠질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다. 자존감이 높은 탓에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도 했다.

카지노왕 스탠리 호 "오래 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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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와 홍콩의 ‘카지노 왕’ 스탠리 호(何鴻燊·88)는 작년 8월 뇌수술을 받았다. 홍콩과 마카오의 주식시장이 그의 건강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요동쳤다. 에드윈 마는 스탠리 호에 대해 매우 후했다. "이 정도의 남자는 관상에 나타난 그 이면까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목(木)의 기운이 강한 인물로, 목소리가 여전히 우렁차고 깊은 것을 보면 인생에 뜻한 바를 모두 이루기 전엔 쉽게 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20100215 저녁, 광화문에서.

무너져 내리는 미국의 심장

링크 : Aerial Photos of Trade Center on 9/11 Released

2001년 9.11 테러 당시 뉴욕 경찰 헬리콥터에서 촬영된 세계무역센터(WTC) 사진이 공개됐다.

미국 ABC방송이 건물 붕괴를 조사한 미국 기술표준연구소를 상대로 정보의 자유 법에 의거해 정보 공개를 요청해 얻어낸 사진들이다.

기자는 9.11 테러 당시에도 국제부에 있었다. 거대한 여객기가 WTC 건물에 차례로 들이받는 모습은 공포와 혼란그 자체였다. WTC 쌍둥이 타워가 차례로 무너지고, 펜타곤 건물이 공격받을 때도,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지, 얼마나 더 많은 비행기가 납치됐고 얼마나 더 많은 공격이 남아있는지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당시 모습은 지상에서 바라본 CNN방송 생중계의 앵글로 익숙하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공중에서 바라본 새로운 앵글에서도 충격적이다.

Photo: Detective Greg Semendinger/N.Y.P.D., via A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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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사당하는 아이들, 팔려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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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꽃을 파는 아이의 미소는 천진해서 더 애처롭다. 인도의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거나 구걸을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인신매매조직에 속해 있으며,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신체장애를강요당하기도 한다.

◆혹사당하는 아이들 팔려가는 아이들


2008년 당시 17세 소녀였던 존티 썬(Thern)은 간경화로 죽었다. 존티의 가족들은 "술집에서 일할 때 생긴 알콜과 마약중독 때문"이라고 했다. 존티의 이야기는 어른들의 검은 욕심 때문에 성(性)노예로 전락하는 아이들의 전형적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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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티, 가난 때문에 10살 때 부잣집에 팔려간 뒤 온갖 학대를 당하고, 13살 때부터 성매매를 하다, 17살에 알콜과 약물 남용으로 간에 병을 얻어 죽은 소녀. ⓒCNN

존티는 전쟁을 피해 캄보디아로 도망쳐온 베트남 이민자 가정의 딸이었다. 부모는 존티를 10살 때 태국 쪽 국경지역에서 바를 운영하는 남자에게 보냈다. 남자는 "바에서 꽃과 사탕을 팔게 하고 밥을 먹여주겠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존티는 3년간 성폭행과 구타에 시달리다 풀려났다. 그 때 13살이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존티의 가족은 여전히 빚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존티는 빚을 갚기 위해 가라오케 바에 나가기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들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다 50달러를 받고 몸을 팔았다. 그렇게 1년을 지낸 뒤 미국 아동 인권운동가 애런 코언(Cohen)에게 발견돼 재활센터로 보내졌다. 하지만 존티는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코언은 "존티가 일하던 바에는 10살 안팎의 여자아이들로 가득했다"고 했다.

NGO인 ‘아동 성매매·학대·인신매매 금지 연합(ECPAT)’에 따르면 캄보디아 성매매 여성의 3분의 1이 미성년자다. 미국의 인신매매 감시·퇴치 특사 루이스 크데바카(CdeBaca)는 "캄보디아에선 인신매매 뒤 성매매로 내몰리는 피해자 숫자는 매년 늘어나는데 관련 기소 건수는 매년 줄어든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인도 아동노예는 1200만명

여덟살 자스미나(Jasmina)는 하녀다. 하루 종일 청소와 빨래를 하다 매일 밤 11시쯤 주인집 화장실 문앞의 마루에서 잔다. "구두를 빨리 못 닦는다고 국자로 때렸어요. 화장실에 물을 빨리 안 갖다준다고 또 맞았어요." 아빠가 죽은 뒤 엄마는 아이를 굶기지 않으려 웨스트벵갈의 부잣집에 하녀로 들여보냈다. 노예처럼 혹사당하는 대가는 한 달 100루피(약 2500원)다.


자스미나뿐이 아니다. 인도 수도 뉴델리는 올 10월 구(舊) 영연방 국가 등 71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스포츠대회 ‘영연방 게임’을 앞두고 있다. 도심지 100여곳에 도로와 경기장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현장엔 흙먼지를 뒤집어쓴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온라인판이 최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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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홉살 소녀는 아침부터 밤까지 뜨거운 햇볕 아래 벽돌을 만든다. 소녀와 가족들은 인도에서도 가장 낙후한 지역인 비하르 주에서 납치당한 뒤 벽돌 공장으로 팔려왔다. 도망칠 방법도 없고, 이 지역 언어도 모른다. 가족 전체가 벽돌을 만들며 죽지 않을 만큼의 양식에 의존해 사는 수 밖엔 없었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건설현장에 나와 벽돌을 나르고 곡괭이질을 한다. 집도 부모도 없는 거리의 아이들도 한끼 식사와 종일 노동을 맞바꾼다.


유니세프 등 국제 기구와 ‘세이브 더 칠드런’ 같은 아동 구호단체들은 12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인도의 아동 노예노동 문제를 줄기차게 지적해왔다. 하녀나 하인으로 일하는 아이들이 뉴델리에만 5만명이 넘는다. 작년 10월 출범한 인도의 ‘아동 인신매매와 노예 반대 캠페인(CACT)’에 따르면, 지난 2006~08년 노예 노동에서 구조된 아이들은 128명뿐이었다.
공사판 일도 없는 빈곤층 아이들은 아동 인신매매조직에 끌려가 눈이 뽑힌 뒤 거리에서 구걸을 하거나, 관광객의 주머니를 터는 도둑이 된다. ‘슬럼독(slumdog·빈민가 아이들)’이다. 예쁘장한 여자아이들은 성(性)노예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부모와 함께 일하는 것이 일거리 없이 방치되거나 사창가로 팔려가는 것보다 낫다"는 주장도 편다고 FP는 전했다.

◆선진국엔 性노예, 후진국엔 노예군인·강제노역노예

노예제도는 19세기에 이미 사라져 버린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근년 통계에 따르면, 신체의 자유를 강탈당한 채 폭력과 경제적 착취에 시달리는 ‘현대판 노예’들은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 200만 명, 신분제 전통이 강한 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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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유럽 및 구(舊)소련 연방 등의 ‘체제 전환국가’와 선진국에서는 성 매매를 강요당하는 ‘성 노예’의 비율이 높고, 후진국에서는 국가나 군벌에 의해 전쟁에 내몰리는 ‘노예 군인’이나 경제적으로 착취당하는 ‘강제노역 노예’의 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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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에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의 빚까지 짊어지고 평생 가난 속에 살아가다 다시 자기 아이들에게 그 가난을 대물림한다. 빚쟁이가 빚대신 갚으라며 집에다 가져다준 조악한 기계에 매달려 카펫을 짜는 남인도의 아이들.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 채석장에서 일하는 청년 로하가라 달(Dhal)은 가족과 함께 하루 14시간 휴일도 없이 망치와 끌로 바위를 깬다. 대가는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음식뿐이다. 그는 "60년 전 할아버지가 한 농장 주인에게 30루피(현재 환율로 약 700원)를 빌렸는데 그 빚에 이자가 불어나, 3대째 이 채석장에서 빚을 갚고 있다"고 했다. 국경을 넘어 인신매매되는 현대판 노예의 숫자도 매년 50만~200만 명으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아동매매의 천국이었던 아이티

대지진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전,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 거리는 손쉽게 ‘아동매매 브로커’를 만날 수 있는 장소였다. 고객은 대부분 미국 등 부유한 선진국의 아동 성도착자들이었다.

작년 12월 ‘팬 아메리칸 개발 기금(PADF)’은 아이티에서 극심한 빈곤으로 인해 무임금 가사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어린이가 최소 22만5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대다수가 여자인 일부 아동 노예들은 성적, 심리적, 육체적 학대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노예는 현지어로 ‘레스타벡(restaveck·머무르다)’이라 불린다.

브로커들은 "50달러만 내면 사흘 안에 ‘하녀’와 ‘파트너’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13세짜리 여자아이를 구해 주겠다"며 외국인 손님을 유혹했다. 입양한 것으로 꾸며 비행기에 태워 데려갈 수 있는 서류도 함께 위조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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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인 이 태국여성은 방콕에서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된 뒤 스웨터 공장에 팔려갔다. 밀실같은 공장에 갇힌 채, 다른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과 함께 하루에 20시간을 일했다.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을 수 있었고, 급여는 전혀 없었다. 간신히 도망친 뒤 정부가 운영하는 인신매매 피해여성 쉼터의 보호를 받았다.경찰이 이 공장을 급습했을 때, 14살에서 26살 사이의소녀와 여성 38명이 일하고 있었다.


기관에 따라 숫자는 다르지만, 인신매매에 의한 성매매 피해자는 전세계적으로 1200만~27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 중 상당수는 한참 학교를 다니며 푸른 미래를 꿈꿔야 할 아이들이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수단 특파원 출신으로, ‘극악한 범죄: 현대판 노예와의 만남’이라는 책을 쓴 벤자민 스키너(Skinner)는 "각국 정부가 나서 명확히 노예 개념을 규정하고 실태를 파악해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혼 남녀’ 캐머런과 비글로의 오스카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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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전 남편과 부인이 올해 미 아카데미 영화상의 주요 부문 수상을 다툰다.

전 남편은 전세계 흥행 기록을 갈아 치운 3D 영화 ‘아바타(Avatar)’의 제임스 캐머런(Cameron·56) 감독. 전 부인은 이라크 주둔 미군 폭발물처리요원의 고뇌를 다룬 영화 ‘허트 로커(The Hurt Locker)’의 캐서린 비글로(Bigelow·59) 감독이다. 이혼남녀가 수상 경쟁을 벌이는 것은 80년 넘은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이다. 두 영화는 이번 82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에서 각각 9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작품·감독·촬영·편집·음악·음향·믹싱 등 7개 부문에는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캐머런과 비글로 두 사람은 1989년 결혼했으나 캐머런이 영화 ‘터미네이터’를 찍으며 정이 든 여배우 린다 해밀턴(Hamilton)과 바람이 나면서 1991년 이혼했다. 캐머런과 해밀턴은 1993년 결혼하기도 전에 캐머런의 딸을 낳았고, 1997년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캐머런은 해밀턴과의 결혼생활도 2년여 밖에 지속하지 못했다. 캐머런은 통틀어 5번을 결혼했고, 지금 부인과 가장 오래(9년)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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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신문은 캐머런이 "내 아내였던 비글로가 감독상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캐머런은 한 성격 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이 대표작 중 하나인 ‘어비스'(개인적으로 캐머런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임 ^^)의 소설화 작업을 함께 진행했던 작가 오슨 스캇 카드(Card)는 "캐머런은 주변 사람을 모두 비참하게 만드는 인간이다. 그의 불친절은 작품을 개선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다른 사람들이 더 빨리 더 잘 일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아니다"고 혹평했다. ‘타이타닉’의 주연이었던 케이트 윈슬렛은 "진짜 거액을 주지 않는 한 다시는 캐머런과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는 "그는 우리들에게 한 장면을 위해 목숨과 갈비뼈를 걸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자신의 목숨을 거는 일은 없다"고 했다. 아바타의 주연 배우 샘 워딩턴은 제이 리노 쇼에 나와 "캐머런은 촬영 중에 스태프의 휴대전화 벨소리라도 울리는 날엔 당장 빼앗아 네일 건(대못을 발사하듯 박는 총)으로 비상구 위에 박아 버리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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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의 한 장면.

뭐 어쨌든 아카데미 수상 경쟁에 관한 한, 일단 지금까지는 ‘장군멍군’이다.

캐머런은 지난달 17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채갔다. 비글로는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데 만족해야 했다. 골든 글로브상은 통상 아카데미 수상의 예고편으로 여겨진다.

비글로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지난달 31일엔 비글로가 전미 영화감독조합(DGA) 감독상을 받으며 역시 후보로 경쟁했던 캐머런을 제쳤다. 게다가 비글로의 ‘허트 로커’는 진지하고(serious) 남성적이며(manly) 주제(이라크전)도 무게감 있다(worthy topic). 선이 굵은 서사 드라마를 원하는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의 입맛에는 딱이다. 게다가 비글로가 감독상을 받으면 아카데미 사상 최초로 감독상을 받는 여성 감독이 된다. 그동안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 감독조차 빌 머레이의 무심한 매력을 끌어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의 소피아 코폴라가 유일하다. 여성 감독들에게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아온 아카데미위원회 입장에선 그간의 비난을 단박에 털어낼 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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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트로커의 한 장면.

그렇다고 비글로의 우세를 점쳤다면 여기서 잠깐. 근래의 아카데미가 돈 많이 번 영화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라는 걸 고려해야겠다. ‘돈 번 실적’만 본다면 당연히 아바타의 완승이다. 지금까지 ‘아바타’의 흥행 성적은 20억 달러, 영화 역사상 최고다. 천문학적 제작비를 쏟아부었고 개봉관 숫자도 물량 공세 수준이었다. 반면 ‘허트 로커’의 흥행은 단 1600만 달러다. 처음 개봉관 숫자도 적었고, 평론가들의 열광적 지지를 얻으며 입소문을 타고 한푼 두푼 실적을 쌓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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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스, 해저 지적 생명체의 컨셉 스케치.

사실 두 사람의 영화 스타일은 딴판이다.

캐머런은 “절반은 과학자, 절반은 예술가”라는 평을 듣는다. 화학, 물리학, 생물학을 전공한 과학도 출신답게, 그의 영화는 엄밀한 과학적 설정, 매 영화마다 새로운 기술적 시도로 유명하다. 얼핏 통속적으로 보이는 서사 아래 강한 러브 라인을 밑밥으로 깔아두는 영리한 구조도 가졌다. 에이리언의 리플리(시고니 위버)나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세라 코너(린다 해밀턴)처럼 남자보다 강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반면 비글로의 영화는 남성이 만든 것보다 더 남성적이다. 차갑고 푸른 거대한 총신이 인상적이었던 블루 스틸 외에도, 꽃미남 서퍼들의 걸죽하고 비장한 이야기인 폭풍 속으로(포인트 브레이크), 스트레인지 데이스처럼 선 굵고 거친 서사물을 찍었다. 평론가들의 격찬을 받는 ‘허트 로커’ 역시 여성 역할은 눈꼽 만큼이다. 어쩌면 이런 영화적 스타일 차이가 두 사람을 서로 끌리게 만들었을지도.

어쨌든, 할리우드의 호사가들은 연일 입방아를 찧느라 분주하다. 반면 정작 본인들은 태연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혼 후에도 서로의 영화를 제작해주는 등 친밀한 동료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AP 등은 보도했다.

과연 두 이혼남녀는 올해 아카데미가 열리는 코닥 극장에서 날카로운 눈초리를 교환하며 싸늘한 신경전을 벌여줄 것인가.ㅋㅋㅋ 올 아카데미의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다. 관객된 입장에선 즐거울 뿐이다.

20100204, 새벽 광화문에서.

부르즈 칼리파, 우리 시대의 바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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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 개장 축하 불꽃놀이.

부르즈 칼리파 우리 시대의 바벨탑

세계 최고 마천루들은 역사적으로 경제가 곤두박질칠 때 더 높이 솟아올랐다. 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장식이 열린 ‘부르즈 칼리파’ 역시 세계 최고(最高)인 828m 높이를 자랑한다. 바로 전 날까지 세계 최고였던 대만의 101층짜리 건물 ‘타이페이 101 타워’(509m)보다 319m가 높고, 2012년 완공 예정인 상하이 타워(631m) 보다도 197m가 높다. 당분간 세계 최고 지위를 위협받을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부르즈 두바이는 상하이 타워가 세계 최고 지위를 위협하자 2005년 2월 착공 이후 계속 최종 높이를 높여 잡았다. 828m라는 최종 높이도 개장식에서 카운트다운을 하듯 전광판을 통해 확정 발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마천루의 높이가 갖는 상징성으로만 보면 부르즈 칼리파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예고하는 이정표처럼 보인다.

최고 마천루와 경제위기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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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싱어 빌딩(1908년)과 메트 라이프 빌딩(1909년)은 1907년 경제 공황의 와중에 완공됐다. 크라이슬러(1930)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1931)은 대공황의 상징이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1972)와 시카고 시어스타워(1974)는 1970년대 세계를 휩쓴 스태그플레이션의 한 가운데 세워졌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타워(1997)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예고편이었다. 2005년 세계 최고 마천루의 등장과 경제위기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던 마크 손튼은 “나라마다 최고 건물을 이것저것 내세우고 세계 언론이 이를 비교해 가며 떠들썩하게 보도하는 것은 글로벌 위기의 때에 나타나는 전형적 증상”(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2010.1.4)이라고 했다.

텅 빈 세계 최고?

부르즈 칼리파의 1∼39층은 아르마니 호텔, 40∼108층은 고급 아파트, 109층 이상은 사무실이다. 아파트는 이미 3년 전에 다 팔렸다. 문제는 대부분 투자 목적 매입이었다는 점이다. 직접 들어가 살 목적이 아니었다는 거다. 개발사인 에마르 자산운용 측은 사무실과 아파트 분양률 및 거주 비율 등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부르즈 칼리파는 너무나 아름다운 건물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다른 두바이 거품시대에 지어진 최고급 주거·사무빌딩들처럼 빈 채로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 높아 보인다.

‘공(空·emptiness)’에 사로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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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Buffet)이 투자한 라스베이거스 사하라 호텔과 카지노가 숙박 손님이 없어 3개 타워 중 2개 타워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한 때 미국 제조업 붐의 상징이었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는 사람들이 떠나면서, 농업기업이 도시 한 켠을 아예 논밭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로, 2006년 코믹 매커시(McCarthy)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더 로드(The Road)’는 마천루로 상징되는 도시문명이 잿더미로 변한 묵시록적 풍경을 걸어가는 부자(父子)의 이야기다. 덴젤 워싱턴이 출연하는 ‘엘리의 책(The Book of Eli)’, 제이슨 라이트먼의 ‘창공 저 위에(Up in the Air)’ 등도 도시의 폐허나 ‘비어 있음’의 이미지에 집착한다. 비어 있는 도시를 그려내는 수많은 사진과 영화 프로젝트들도 화제다. 미국 문화는 그 어느 때 보다 ‘공(空·emptiness)’에 사로잡혀 있다. 지갑이던 위장이던 혹은 집안이던, 뭐든 가득 채우고, 소비하고, 떠들썩한 파티를 즐겼던 미국 대중문화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막판에 이름 바꿔 ‘부르즈 칼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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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visitor walks past a display featuring Sheikh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 at the entrance to ”At the Top” visitor center in the Burj Dubai, the world’s tallest building, in Dubai, United Arab Emirates, on Monday, Jan. 4, 2010. Dubai’s Sheikh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 will open the world’s tallest tower today. It won’t be the world’s fullest. The occupancy rate at the 160-story Burj Dubai may reach 75 percent this year, with office leasing proving the biggest challenge for investors, said Roy Cherry, an analyst at investment bank Shuaa Capital PSC. Photographer: Charles Crowell/Bloomberg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Mohammed)는 개장식에서 “오늘 UAE는 인류 최고 높이의 건물을 갖게 됐다. 이 위대한 프로젝트는 위대한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합당하다”며 ‘부르즈 칼리파(Khalipa)’로 개칭하겠다고 선언했다. 칼리파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현 대통령이자 수도 아부다비의 셰이크인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의 이름이다.
두바이는 작년 말 국영 투자개발 지주회사 두바이 월드가 채권단에 채무 이행 연기 요청을 하면서 세계경제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두바이 위기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아랍에미리트연합 내 최대 토후국인 아부다비였다. 두바이를 통치하는 알 마크툼 가문과 아부다비를 다스리는 알 나흐얀 가문은 한 뿌리에서 나온 혈족이지만, 서로 경쟁하며 아라비아반도의 새로운 경제 모델을 추구해왔다. 두바이가 아부다비에 손을 벌리게 되면서, 두바이의 정치·경제적 독립성이 훼손될 거라는 우려도 컸다. ‘부르즈 칼리파’라는 이름은 그래서, 아부다비와 두바이 두 토후국 사이의 역학관계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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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이미지의 원형이 된 것으로 여겨지는 이라크 사마라 ‘그레이트 모스크’의 미나렛(첨탑)과 피에르 브뤼겔의 그림 바벨탑.

부르즈 칼리파, 우리 시대의 바벨탑?

두바이 셰이크 모하메드는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그랬듯 현재 두바이가 공사 중인 대규모 인공 조형물들도 시간이 지나면 후대를 위한 유적이 된다”고 말했었다. 이 때 셰이크 모하메드의 비전은 5000년 뒤의 후손들의 손에도 먹고 살 수단을 쥐어주겠다는 데까지 가 있었다. 반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건축 비평가 크리스토퍼 호손(Hawthorne)은 부르즈 칼리파를 ‘오만함의 사원(Temple to Hubris)’라고 불렀다. 기독교 성서에 등장하는 바벨탑은 신에게 가닿으려는 인간의 오만의 상징이었다.
“현금 더미를 깔고 앉아 지속가능하지 않은 개발을 지속하던 시대는 갔다. (…) 두바이의 경제는 회복하겠지만, 최소한 과거의 오류를 바로잡은 형태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두바이가 이 거대한 건축물을 세워 얻으려했던 상징성은 넓은 의미에서 이미 죽었다. 부르즈 칼리파가 스스로 폐허가 된다면, 그것은 폐허가 된 이상(理想)에 바쳐진 묘비석일 것이다.”(LAT 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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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아라, 두바이!

<YONHAP PHOTO-0263> A man with a falcon attends the opening ceremony for the 200-story Burj Khalifa building in Dubai, United Arab Emirates, on Monday, Jan. 4, 2010. Dubai’s Sheikh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 opened the world’s tallest tower today and renamed it the Burj Khalifa after the ruler of neighboring Abu Dhabi, which bailed out Dubai during the country’s debt crisis last year. Photographer: Charles Crowell/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