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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 날 선 블랙 코미디 당의정 속, 갸냘픈 실존에 보내는 연민

” 이 모든 걸 한꺼풀 들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랑받으려 몸부림치는 존재의 가벼움, 갸냘프고 취약한 실존에 대한 연민을 만난다. 극중 리건은 레이먼드 카버의 시와 소설을 빌려 말한다. “이 세상에서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고 싶었다”고. “난 왜 항상 사랑을 구걸해야 하느냐”고. “


‘버드맨’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각본상 수상. 올 아카데미의 진정한 승자. ^^ 

‘바벨’ ’21그램’ ‘아모레스 페로스’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 원조 배트맨 마이클 키튼 주연의 영화 ‘버드맨’은 지금(23일 오전 11시25분 현재) 진행 중인 올해 미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화제작 중 하나다. 이미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에선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촬영상 등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지난해 10월 개봉 때 미국에서 단 4개관에 제한 개봉해 42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개봉 주말 극장당 매출 2위 기록. 이후 스크린은 900여개까지 늘었고, 평론가들도 호평 일색이다. 평단과 관객이 미리 짠 듯 한 목소리로 칭찬하는 이런 영화는 흔치 않다.

지면용으로 고쳐 쓰기 전 리뷰 원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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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골디 혼과 찍은 어설픈 코미디를 싫어했다고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건 아냐. 당신은 늘 그런 식이야. 존경과 사랑을 혼동하지.”

      연극 프리뷰 뒤 찾아온 옛 아내는 여전히 냉정했다. 분장실 거울 앞에 앉은 전 남편은 왕년의 수퍼스타. 30년전 블록버스터 ‘버드맨’의 주연 톱스트였으나 속편 출연을 거절한 뒤 퇴물 배우가 된 리건(마이클 키튼)이다. 그는 남은 재산을 털어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뉴욕 연극 무대에 올리고 있다. 결혼기념일에 바람을 피우다 들켰다고 아내에게 식칼을 집어던졌던 미친 남자의 마지막 재기 기회다.

      일이 술술 풀릴 리 없다.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이고, 자의식 과잉의 인기배우 마이크(에드워드 노튼)가 끼어들어 혼란을 부추긴다. 설상가상 머릿 속 ‘버드맨’이 말을 걸기 시작한다. “니가 오리지널이야. 다른 광대들의 길을 닦아줬지. 들통나기 전에 여길 뜨자. 우린 왕년에 수천억달러를 벌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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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5일 개봉하는 영화 ‘버드맨’은 22일 오후(한국시각 23일 오전)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8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기대작이다. 이미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에는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촬영상 등 9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21그램’ ‘바벨’을 만든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 작품이다.

      이냐리투는 영화에 달콤쌉싸름한 블랙 코미디를 다크초콜렛처럼 듬뿍 발라 놓았다. 키튼이 ‘왕년의 버드맨’ 리건 역을 맡은 건 과거 ‘배트맨’이었던 자신에 대한 자학 유머다. 리건은 “맙소사, 제레미 레너에게도 망토를 입혔어?”라고 묻는다. 배우들을 모조리 수퍼영웅으로 만드는 최근의 할리우드에 대한 조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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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만 쫓는 관객도 풍자한다. “사람들은 피와 사랑과 액션을 좋아해. 수다스럽고 우울한 철학적 이야기 따위 비평가들의 거짓부렁이지.”

      딸(엠마 스톤)도 리건에게 진절머리를 낸다. “어차피 60대 백인 부자들이 정장 입고 시간 때우러 오는 연극이야. 아빠도 이 연극도 하나도 안 중요하거든. 아빤 블로그 싫어하고 트위터 무시하고 페이스북도 없잖아. 그건 그냥 존재가 없는거야!”

      이냐리투 감독은 치밀하게 시공간을 계산한 롱테이크로 관객의 시선과 두뇌를 장악한다. 살짝 현기증마저 느끼게 하는 광각 카메라는 스테디캠에 실려 연극무대 안팎을 이동하며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빨아들인다. ‘그래비티’로 이미 한 번 오스카를 거머쥔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츠키의 솜씨다.

      이 모든 걸 한꺼풀 들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랑받으려 몸부림치는 존재의 가벼움, 갸냘프고 취약한 실존에 대한 연민을 만난다. 극중 리건은 레이먼드 카버의 시와 소설을 빌려 말한다. “이 세상에서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고 싶었다”고. “난 왜 항상 사랑을 구걸해야 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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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냐리투는 배우의 자의식을 다룬 이 영화 속에 자신의 작가적 자의식도 투영했다. 알파벳 순서로 글자가 깜빡이는 오프닝은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1965)의 오마주다. ‘배트맨’ 키튼을 버드맨으로 캐스팅한 것 역시 배우의 전작 이미지를 영화 속에 섞어 넣는 고다르의 수법이다. 영화 전체가 ‘원샷 원시퀀스’인 듯 천의무봉하게 이어지는 롱테이크 기법도 많은 작가주의 감독들에게 빚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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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히려 이 영화는 이냐리투가 겸손을 잃지 않았기에 더 빛난다. 그는 고대의 황금보물을 녹여 새로운 신상(神像)을 창조하는 장인(匠人)처럼 지식과 기법을 이물감없이 녹여 넣었고, 스릴러적 재미와 신랄한 유머로 세공해 새로운 현대의 걸작을 주조했다. 평단과 관객이 드물게 일치된 찬사를 보내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경이로운 119분이다. 청소년관람불가.

/이태훈 기자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인류가 처한 참혹함,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희망에 바치는 송가


“카메라가 발명된 1839년 이래로 사진은 죽음을 길동무로 삼아 왔다”고 수잔 손택은 그의 책 ‘타인의 고통’에서 말했다. 손택의 말대로 “사진을 통해 사람은 영원히 죽음을 응시하고, 영원히 학대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남들처럼 그 학대와 죽음의 지점에 멈췄다면 브라질 출신의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71) 역시 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담아낸 여러 사진가 중 한 명으로 머물렀을 것이다. 이 11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12세 관람가)은 살가두의 경이로운 사진과 일생에 관한 빔 벤더스 감독의 기록이다. 인류가 지닌 참혹한 조건,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불굴의 희망에 관한 송가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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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두는 ‘다른 아메리카’ ‘길의 끝 사헬’ 등 전쟁과 기아, 이민과 불평등의 현장을 찍은 보도사진으로 명성을 쌓았다. 브라질 금광에선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으로 자신을 속박한 인간 군상의 스펙터클을 담았다. 에티오피아에선 반군 헬기의 기관총질에 수단으로 쫓겨가는 난민들과 함께 뛰었다. 말리에선 말라붙은 엄마의 젖무덤과 굶주려 죽어간 아이의 벗은 몸을 찍었다. 200만명이 모인 한 난민촌에선 콜레라가 번져 하루 1만2000여명이 죽어나갔다. 그의 사진 덕에 서구사회는 아프리카 내전과 기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치를 떨며 돌아섰다. “인간은 정말 흉악하고 끔찍한 짐승이다. 참혹했던 르완다를 마지막으로 나는 여행을 끝냈다. 인간이란 종족에겐 어떤 구원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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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저앉지 않았다. 새로운 희망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갈라파고스의 이구아나, 콩고의 고릴라들에게서 겸손을 배웠다. 극지부터 열대우림 속 원시부족까지 여전히 아름다운 어머니 자연을 담은 ‘제네시스’ 시리즈를 찍었다. 절망과 파괴로부터 건져올린 긍정과 자연의 힘, “지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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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벌(濫伐)로 황무지가 된 고향 브라질 고향 땅에 가족과 함께 250만 그루 나무를 심어 일군 기적은 ‘인스티투토 테라’ 시리즈에 고스란히 담았다. 감독은 “인류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살가두가 진정으로 지구를 지키는 방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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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쿠바 음악, ‘피나 3D’의 현대무용에 이어지는 빔 벤더스 감독의 아티스트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마침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28일까지 살가두 사진전 ‘제네시스’도 열리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 직접 살가두의 압도적 사진을 만날 기회다.

이태훈 기자

설 연휴, 영화 좀 보셨나요? 영화기자 ‘강추’ 부부가 함께 보는 영화 3편! ^^

 
영화 담당 기자는 보통 일주일이면 10편 넘게 영화를 봅니다. 마감에 쫓겨 시사를 못 본 날이면 딴 날 저녁 일반 시사라도 봅니다. 감독이나 배우 인터뷰라도 할라치면 빼먹은 전작들도 훑어보고요. 딴 사람들은 주말에 가족 연인과 손잡고 극장 간다지만, “영화 보러 가자”면 손사래부터 치게 됩니다.
 
하지만 몇십년 만에 왔다는 황금연휴 아닙니까. 집에 같이 사는 그 사람은 무슨 죄랍니까, 가끔은 영화도 봐야지. 이번 설에는 아내와 함께 극장에 가 볼 요량입니다. 그래서 골랐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두 번 봐도 시간 아깝지 않은 설 개봉영화 세 편!
 
독일군 암호를 해독해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괴짜 수학 천재의 슬픈 일대기 ‘이미테이션 게임’은 여성들에게 인기 폭발인 영국 TV드라마 셜록 시리즈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입니다. 얼마 전 내한 공연한 트위팝 밴드 벨 앤드 세바스찬의 스튜어트 머독이 직접 노래를 쓰고 연출한 ‘갓 헬프 더 걸’은 혈당수치를 두 배는 높일 듯 달달한 음악이 매력적인 청춘 영화입니다. 베스트셀러 일본 만화가 원작인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은 일본 토호쿠 산골 마을에 사는 아가씨가 자신만을 위해 차리는 정직한 치유의 시골 밥상 이야기이고요. 듣기만 해도 마구 힐링이 되는 것 같지 않나요?
 
직장과 육아 스트레스, 설 음식 장만과 친척 대접 스트레스를 훅~ 하고 날려주면 좋겠다는 소망도 담았습니다. 설 연휴 좋은 영화 만나시고, 오랜만에 남편·아내 손 꼭 잡고 가정의 평화도 회복하는 명절 되시기를.
 

 
◇컴버배치 매력 폭발 ‘이미테이션 게임’
  
누구 말로 요즘은 ‘꽃미남’보다 ‘공룡남’이 대세라네요. 한국에도 작년말 금고털이 영화 ‘기술자들’로 250만 관객을 모으며 티켓 파워를 증명한 공룡남 김우빈이 있습니다만, 역시 원조는 영국 TV시리즈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겠지요?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영국 공룡남 컴버배치는 ‘호빗’ 시리즈에서 실제 용 호마우그의 표정과 목소리 연기도 맡았었지요.  
 
아무래도 그의 특이한 외모엔 뭔가 비범한 역할이 어울리는 모양입니다. 이번엔 절대 해독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나치 독일군의 암호 코드를 풀어내 2차대전 승전을 이끌었던 전쟁 막후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이 되어 찾아왔네요. 사교성 제로에다, 미움받기 딱 좋은 퉁명스러운 성격, 자기 일에만 골몰하는 외곬수까지, 전형적인 괴짜 천재입니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가 아무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일을 해낸다.” 이 대사가 서너번쯤 반복됐던 것 같습니다.
 
독일군의 ‘에니그마’는 24시간마다 1590억의 10억배 경우의 수를 생성하는 악명높은 암호기계였다는군요. 영국은 런던 북쪽에다 전국에서 뽑은 수학자, 천재 언어학자, 체스 챔피언 등을 모아 암호를 깨뜨릴 기밀 조직을 세웁니다. 산술적으로 2000만년 동안 해야 할 일을 20분 만에 해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이죠. 튜링의 선택은? “기계에는 기계로 대적하자” 입니다.
 
튜링은 처칠 총리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자금 지원을 받아 갖은 곡절 끝에 인류 최초의 컴퓨터 ‘튜링 머신’을 만드는데, 이 과정을 함께 해 준 동반자가 크로스워드 퍼즐 풀기의 달인 조안 클라크(키이라 나이틀리)입니다. 또 이 과정에서 인공지성(AI)에게 프로그램이 아닌 실제 지성이 있는가를 가려내는 ‘튜링 테스트’도 고안해냅니다. SF영화 팬이라면 ‘블레이드 러너’ ‘엑스마키나’ 같은 영화들을 통해 익숙하죠?
 
영화는 후반부에 뜻밖의 결말로 치닫습니다. 배우 컴버배치는 단지 멋있고 잘생겨서 인기 있는 게 아님을 연기로 증명합니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 사자 문장을 쓰는 라니스터 가문의 당주로 나왔던 찰스 댄스의 멋들어진 영국 액센트도 덤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시간으로 23일 열리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습니다. 미리 영화 보고 어떤 상을 탈 지 예측해 봐도 재미있겠네요.
 
상영시간 114분, 15세 관람가.
 

 
◇밀크셰이크처럼 달달한 청춘 ‘갓 헬프 더 걸’
 
두번째 추천작은 ‘갓 헬프 더 걸’입니다. 오랜만에 연애 시절을 떠올리며 컴컴한 극장 안에서 슬쩍 손 한 번 잡아보시면 어떨까해서요.
 
“방 안에 갇혀 너를 떠올리네, 겨울의 너, 봄의 너, 여름의 너.” “내 방은 북쪽인데 해는 늘 남쪽을 비추네. 이렇게 멀리 있는데 나는 네게 가 닿을 수 있을까.” 살짝 소녀 취향인 이런 가사를 읽으며 상큼 발랄한 멜로디와 목소리가 자동 재생되신다면, 이 영화에 꽂히실 겁니다. ‘갓 헬프 더 걸’은 보고 나면 달콤쌉싸름해진 심장을 움켜쥐고 달려가 OST부터 사고 싶어질 음악 영화입니다. 트위팝 밴드 ‘벨 앤 세바스찬’의 프론트맨 스튜어트 머독이 노래를 만들고 감독도 맡았지요. 서구 인디씬에서 컬트적 팬덤을 갖고 있는 이 밴드의 노래를 들어봤다면 영화도 쉽게 짐작이 갈 듯 싶네요. 이 밴드는 얼마 전에 내한 공연도 했어요.
 
머독은 “달리기를 하던 중 갑자기 노래들과 거기 얽힌 이야기들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벨 앤 세바스찬을 위한 노래는 아닌 것 같았고 언젠가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야기엔 구멍이 숭숭 나 있고, 좀 예쁜 척 하는 주연 여배우 에밀리 브라우닝도 살짝 걸리지만. 뭐 어떻습니까. 청춘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닌가요? 빈틈도 좀 있고, 예쁜 척도 좀 하고 싶고.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가슴 짠한 그런 기억.
 
‘어른’이 되어가는 청춘들에게는 늘 잊지 못할 한 시절이 통과의례처럼 다가오지요. 마음의 병을 앓는 여자, 멜로디를 숭배하는 남자, 엉뚱 발랄 부잣집 딸 등 세 청춘 남녀는 음악을 사랑하는 공통점으로 만나 꿈처럼 아름다운 계절을 보냅니다. ‘갓 헬프 더 걸’은 세 사람이 만든 밴드 이름이고요. 사랑과 우정이 엇갈리고, 꿈과 이상이 서로 이어졌다 끊어집니다. 어렴풋이 기억날 것 같은 뻐근한 성장통(痛)이지요. 첫 맛은 달콤한데 끝 맛은 톡톡 쏘는 슈팅스타 아이스크림같은 노래들이 빅토리안 테마파크를 닮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풍경에 실려 날아와 장미가시처럼 콕콕 가슴에 꽂힙니다.
 
영화 수입사는 “‘원스’보다 산뜻하고 ‘비긴 어게인’보다 담백하다”고 선전합니다. 같은 음악영화로 놓고 볼 때, ‘원스’가 조금 어두웠고 ‘비긴 어게인’이 살짝 질척이는 느낌이었다면 이 영화에 대한 평가로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머리가 묵직해지는 독한 위스키같은 영화도 좋아합니다만, 너무 달아서 그만 마시고 싶은데 웬지 멈출 수 없는 밀크쉐이크 같은 이런 영화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아내와 함께니까요.
 
상영시간 111분, 15세 관람가.
 

 
◇산골마을 힐링 먹방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아내와 함께 보는 설 영화, 마지막 추천작은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입니다. 잡채 볶고 전 부치느라 고생 많으셨죠? 이 영화는 기름냄새 쏙 빼고 과일, 나물, 야채, 집에서 만든 가정식 소스 향으로만 가득한 시골 밥상같습니다. 영화 예고편의 자막을 한 번 옮겨볼게요. “토호쿠 지방의 작은 마을 코모리, 우리 집은 계곡과 숲, 논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도시 생활을 접고 코모리 시골 마을에 왔습니다. 오늘부터 나를 위해 소중한 세 끼를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정직하게 자연같은 삶을 누리고 싶습니다. 지친 당신을 위해 따뜻한 밥상을 선물합니다.” 자, 내용이 짐작가시나요? ‘카모메 식당’, ‘하와이언 레시피’ 같은 일본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이 영화는 그보다 훨씬 자연, 아니 시골 친화적입니다.
 
일본 동북지역 산 속 깊숙이 시골 마을, 엄마는 5년 전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혼자 고향집에 사는 이치코(하시모토 아이)는 오리를 풀어 논농사를 짓고, 야채를 심어 기르고, 산나물과 호두, 감을 따다 이리저리 요리해보며 삼시 세끼 혼자만을 위한 밥상을 준비합니다. 뚝방에서 주워온 호두로 지은 호두밥은 단단함 속에 고소함을 품고 있고, 조금만 신경 써 저장하면 사철 먹을 수 있는 토마토는 말랑말랑한 식감과 달리 실은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는 강한 열매입니다.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특색있는 맛이 나는 ‘밤조림’ 열풍이 시골 마을에 부는 모습엔 절로 웃음도 나고, 하룻밤 묵혀두면 시원하게 익는 식혜의 모습도 눈이 즐겁습니다.
 
이 영화는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고, 당장 올 봄에는 텃밭이라도 가꾸고 싶어질 겁니다. 따로 책 살 필요없이 영화 자체가 한 권의 슬로푸드 요리책이라 할 만큼 꼼꼼하게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추르릅. 만화책도 담백한 재미가 있지만, 만화 속 흑백 요리를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영화는 더 재미있습니다. 사철 땡볕에서 밀짚모자 하나 쓰고 일하는 처자 피부가 어찌 저리 하얀 건지 좀 의아하긴 합니다만. 올해 말엔 ‘겨울과 봄’ 편도 개봉한다니 기대가 크네요.
 
상영시간 111분, 12세 관람가.
 
 
 
 

[갓 헬프 더 걸] 밀크셰이크처럼 달달한 트위팝 청춘 멜로디

이 음악 영화는 몇가지 형용사를 떠올리게 한다. 달달한, 상큼한, 경쾌한, 사랑스러운, 깜직한, 그리고… 아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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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에서 만난 세 젊은이의 음악, 우정, 사랑이야기 ‘갓 헬프 더 걸’은 눈과 귀가 다 호강하는 영화다. 스코틀랜드 트위팝 밴드 ‘벨 앤 세바스찬’의 싱어송라이터 스튜어트 머독이 직접 곡을 쓰고 연출했다. 달콤하고 심플한 멜로디가 귀에 착착 감긴다. 서구 인디씬에서 컬트적 팬덤을 갖고 있는 이 밴드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어떤 영화일지 쉽게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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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가는 청춘들은 늘 잊지 못할 한 시절을 통과의례처럼 지난다. 호주 소녀 이브(에밀리 브라우닝)는 밴드를 하는 남자친구를 따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까지 왔지만 낯선 도시에 홀로 남겨졌다. 먹지도 못하고 잠들지도 못하는 마음의 병을 얻어 입원한 상태.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은 병원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던 낡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쓰는 것이다.

God Help the Girl – 유튜브의 M/V 13곡 (start with I’ll Have to Dance with Cassie)

어느 밤 병실을 탈출해 글래스고 거리로 나간 그녀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팝음악을 종교처럼 숭배하는 살짝 어설픈 뮤지션 제임스(올리 알렉산더)를 만나고, 사립학교를 다니는 잉글랜드 출신의 부잣집 소녀 캐시(해나 머레이)가 합류해 셋이 밴드를 시작한다. 그 밴드 이름이 ‘갓 헬프 더 걸(God Help the Girl)’이다. 사랑과 우정이 엇갈리고, 꿈과 이상이 서로 이어졌다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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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은 북쪽인데 해는 늘 남쪽을 비추네, 너무도 멀리 있는 네게 가 닿을 수 있을까…” 머독의 음악은 감미롭고 가사는 서정적이다. 배경이 된 글래스고는 매년 열리는 음악축제로 유명한 도시. 빅토리아시대 테마파크같은 특유의 거리 풍경과 자연이 이런 청춘 성장영화의 배경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살짝 과한 느낌도 있지만, 포토샵으로 필름 느낌을 준 사진같은 영상도 눈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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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로 비교하자면, ‘원스’보다 산뜻하고 ‘비긴 어게인’보다 담백하다. 머리가 묵직해지는 독한 위스키같은 영화도 좋지만, 이 영화처럼 지나치게 달아서 그만 마시고 싶은데도 웬지 멈출 수가 없는 밀크쉐이크 같은 영화도 가끔은 괜찮을 것 같다. 상영시간 111분, 15세 관람가.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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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Ida)] 신과 역사, 인간과 욕망에 관해 묻는 이미지의 향연

이 영화는 신과 역사, 인간과 욕망에 관해 묻는 우아한 이미지들의 향연이라 할 만하다. 덜어내도 꽉 차 있고, 절제해도 넘쳐 흐른다. 

★★★★

폴란드에서 온 이 흑백 영화는 두 개의 질문으로 압축된다.

고아원에서 자라 정식 수녀 서원을 앞둔 안나(아카타 트루제부초우스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피붙이 이모(아가타 쿠레샤)를 만나고 오라는 수녀원장의 명령에 처음 수녀원 밖으로 나선다. 이모는 ‘피의 완다’로 불리며 혁명의 적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의 판사. 안나는 자신이 본래 유대인이고 본명은 ‘이다’이며, 부모는 유대인 말살정책이 서슬퍼렇던 독일 점령기에 이웃에게 살해됐음을 알게 된다. “시신이 묻힌 곳이라도 수소문해 찾고 싶다”는 안나에게 이모가 묻는다. “그러다 신이 없다는 걸 발견하면 어떻게 할래?” 신과 역사에 관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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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질문은 안나 본인의 몫이다. 이모와 함께 부모의 흔적을 쫓던 중 우연히 만난 유랑악사, 집시의 피가 섞인 그와 하룻밤을 보낸 뒤 “그단스크에 공연이 있으니 함께 가자”는 남자에게 안나는 묻는다. “그 다음엔?” “해변도 산책하고.” “그 다음엔?” “강아지를 한 마리 살까?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자.” 안나의 입가에 알듯 모를듯 가벼운 미소가 실린다. 지금 여기가 아닌 다음을 묻는 건, 욕망과 인간에 관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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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개봉하는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이 아름다운 흑백영화는 유럽과 미국의 각종 영화제에서 56개 영화상을 탔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과 촬영상 후보로 올라 있다. 영화는 독일(프로이센)과 소련(러시아)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고통받은 폴란드의 피로 물든 역사, 1960년대의 한 때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영화 자체로 이뤄낸 미학적 성취만으로 그 역사와 무관한 관객의 마음까지 홀랑 사로잡는다.

잉마르 베리만을 연상시키는 꽉찬 구도의 흑백 화면, 베르메르같은 플랑드르 화가들을 떠올리게 하는 ‘빛’을 다루는 놀라운 솜씨…. 곧게 뻗은 길, 평평한 들판, 수직으로 선 나무같은 폴란드의 자연 속에서 사람은 늘 비스듬하고 위태롭다. 카메라는 인물의 표정을 잡을 때도 앙감과 부감을 부여해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심리를 드러낸다. 신과 욕망, 역사와 인간에 관한 무게있는 질문과 대답이 체스말처럼 정교하게 오가지만 윽박지르는 법 없이 정갈하다.

‘안나’ 혹은 ‘이다’의 눈동자는 잉크를 빨아들인 백지처럼 영화 막바지로 갈수록 더 크고 검어진다.

벽에 고정된 그림처럼 완고하던 화면의 구도는 ‘이다’의 마지막 발걸음에 이르러서야 그 움직임을 따라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흔들림에 동참할 때, 관객은 비로소 어린 견습수녀 이다의 내면에 울리는 깨달음에 연결된다. 낯설고 황홀한 경험이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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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딱10자평: 2015.2.12]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갓 헬프 더 걸, 꿈보다 해몽,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오즈의 마법사: 돌아온 도로시,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7번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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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도 찾아왔습니다. ^^ 개봉영화 딱 10자평, 2월 11~12일 개봉작들.
설날 연휴를 앞두고 개봉작이 많지만, ‘강추’할 만 한 영화는 그닥 많지 않네요. 온 가족 함께라면 ‘조선명탐정’, 어린 아이 둔 부모라면 ‘도라에몽’, 연인끼리는 ‘갓 헬프 더 걸’, 골드미스 싱글이시라면 ‘리틀 포레스트’를 추천합니다. 

참고로 13일 금요일(오… 13일의 금요일이었군…ㅋ) 박스오피스 순위는,
  1위 조선명탐정, 2위 킹스맨, 3위 쎄시봉, 4위 국제시장, 5위 빅히어로, 

6위 도라에몽, 7위 7번째 아들, 8위 오즈의 마법사, 9위 명탐정 코난, 10위 강남 1970.

■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 정직한 치유의 시골 밥상 ★★★☆

일본 홋카이도 산 속 깊숙이 시골 마을. 5년 전 갑자기 사라진 엄마. 혼자 오리를 풀어 논농사를 짓고, 야채를 심어 기르고, 산나물과 호두, 감을 따다 이리저리 요리해보며 만들어가는 혼자만을 위한 밥상.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힐링이 되고, 텃밭이라도 가꾸고 싶어진다. 따로 책 살 필요없이 영화 자체가 한 권의 슬로푸드 요리책. 올해 말엔 ‘겨울과 봄’ 편도 개봉한다니 기대 기대. ^^

■ 갓 헬프 더  걸
: 달달한 음악 짠한 성장통 ★★★☆

“방 안에 갇혀 너를 떠올리네, 겨울의 너, 봄의 너, 여름의 너…” “내 방은 북쪽인데 해는 늘 남쪽을 비추네. 멀리 있는 네게 가 닿을 수 있을까…” 보고 나면 달콤쌉싸름해진 심장을 움켜쥐고 달려가 OST부터 사고 싶어질 음악 영화. 서구 인디씬에서 컬트적 팬덤을 갖고 있는 트위팝 밴드 ‘벨 앤 세바스찬’의 스튜어트 머독이 노래를 만들고 감독도 맡았다. 마음의 병을 앓는 여자, 멜로디를 숭배하는 남자, 엉뚱 발랄 부잣집 딸 등 세 청춘 남녀의 성장통(痛)이 혈당수치를 두 배는 높일 듯 달달한 노래와 빅토리안 테마파크풍 스코틀랜드 풍경에 실려 가슴을 파고든다.
–> 리뷰 링크 : 상큼달콤 세 남녀의 청춘 멜로디

■ 꿈보다 해몽
: 꿈과 현실 사이 쿨한 위로 ★★★☆

예기치 않은 설득력과 유머감각을 지닌 수작 한국 독립영화. 이 영화는 우선 ‘재미있다’. 연극판에 신물이 난 무명 여배우, 마음의 병을 앓는 누나를 돌보는 꿈 해몽 전문(?) 형사, 순진하고 철없지만 미워하기 힘든 청년 등을 등장시켜 꿈과 현실을 절묘하게 맞물려 놓았는데, 그 기묘한 접점에서 따뜻한 웃음과 위로가 샘솟는다. 좀 나이브하지만 젠체하지는 않는 홍상수, 라는 느낌일까. 

■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 도라에몽~ 나에게도 와 줘! ★★★

“도라에몽~!” 하고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 4차원 주머니에서 꺼낸 미래의 발명품들로 뭐든 척척 해결해주던, 그 도라에몽이 돌아왔다. 말랑말랑 귀염귀염 캐릭터 인형을 배우로 찍은 실사영화처럼 실감나는 3D 애니메이션. 아빠 엄마의 옛 추억이 아이들의 새 추억으로 바뀌는, 꽤 ‘명절스러운’ 영화.

■ 오즈의 마법사: 돌아온 도로시
: 무지개 너머 저 어딘가엔 ★★★

움직이는 동화책 같은 느낌의 미국 애니메이션. 널리 알려진 ‘오즈의 마법사’의 속편 격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영어 버전의 목소리를 맡은 배우들도 호화 캐스팅이지만, 우리말 더빙판의 성우들 노래도 빼어나고 매력적이다.

–> ‘도라에몽’ ‘오즈의 마법사’ ‘옐로우버드’ 등 애니메이션 세 편 소개 링크 :
      어른도 아이도… 너희 덕에 설레는구나

■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 부담없는 명절용 코미디 ★★★

진짜 그냥 부담없는 명절용 코미디. 4년 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뭉쳤던 김명민 오달수 콤비가 이번엔 슬며시 유통되는 불량 은괴, 슬며시 사라져가는 조선 소녀들 뒤에 감춰진 거대악과 부패한 지배층의 음모를 뒤쫓는다. 시한폭탄 비슷한 폭뢰, 행글라이더와 꼭 닮은 비차 등 전편처럼 기발한 발명품들이 등장하고, 김명민 오달수의 슬랩스틱+입방정 코미디도 여전히 폭발력 있다. 주로 드라마로 이름을 알린 여배우 이연희는 전편의 한지민처럼 딱 기대한 만큼의 백치미를 선뵌다. 개봉 타이밍도 좋아 관객이 꽤 들 듯.

■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 대량학살도 게임이 되네 ★★★

‘플레이어 킬링’이 가능한 1인칭 슈팅 게임같은 짜릿함을 원한다면 이 영화가 딱이다. ‘엑스맨: 퍼스트클래스’의 매튜 본 감독이 첩보물 클리셰에 병맛코드를 버무려 ‘시크한 오스틴 파워’ 혹은 ‘베드신 없는 잔혹 제임스 본드’를 창조했다. 동네 말썽꾼 청년 에그시(태런 애거튼)는 무국적 비밀정보기구 ‘킹스맨’ 최정예 요원 해리(콜린 퍼스)의 도움으로 살벌한 신규요원 면접에 참여한다. 해리는 에그시의 아버지에게 목숨을 빚진 옛 동료. 이제 인류 말살을 꿈꾸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발렌타인(새뮤얼 잭슨)과의 한 판 승부다. 근데 솔직히 이렇게까지 게임하듯 쉽게 사람을 죽여도 괜찮은가 슬쩍 꼰대스러운 반발감이 생긴다.

■ 7번째 아들
: 드래곤은 간지 나더라만 ★★☆

세상을 구할 운명의 남자, 퇴마사, 마녀, 괴물, 드래곤, 끝. ^^;;; 퇴마사 ‘마스터 그레고리'(제프 브리지스)는 모든 몬스터와 드래곤들의 여왕 마녀 ‘멀킨'(줄리언 무어)과 애증으로 얽힌 사이. 부활한 멀킨에게 제자를 잃은 그레고리는 전설의 용자가 될 소질을 타고난 ‘7번째 아들의 7번째 아들’ 토머스(벤 반스)와 함께 100년 만에 붉은 달이 뜨는 밤의 결전을 준비한다. 괴물과 드래곤들은 간지나고 멋진데, 스토리도 캐릭터도 모두 어디선가 본 듯 기시감이 강하다. 마녀와 영웅이 등장하는 판타지물 팬이라면 실망은 않을 듯.

[사심 가득 시네토크 (10) 폭스캐처] ‘아버지’로 인정받고 싶었던 재벌 2세의 비뚤어진 내면

☞폭스캐처
 
 
 미국의 재벌가 상속자 존 듀폰(스티브 카렐)은 88서울올림픽 출전 예정 레슬링 선수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를 자신의 레슬링팀 ‘폭스캐처’로 불러온다. 마크에겐 레슬링 국민영웅인 형 데이브(마크 러팔로)의 그늘을 벗어나 자립할 기회. 하지만 듀폰의 예측불가능하고 기이한 행동이 이어지고, 형 데이브가 코치로 합류하면서 관계의 균열이 시작된다. 1996년 발생한 실제 살인사건을 다뤘다. 듀폰 역 스티브 카렐의 연기가 특히 놀랍다. 이 영화는 감독 베넷 밀러에게 작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안겼고, 올해 미 아카데미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여우는 잡으셨는가
관객이 이 영화를 꼭 봐야 할 다른 이유라면 역시 스티브 카렐이겠지? 올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스티븐 호킹(에디 레디메인)이 아니라면 카렐일 듯.

냉탕과 열탕 사이
그럼 그럼. ^^ 미드 ‘오피스’ 사장님이나 영화 ‘앵커맨’ 때부터 연기 잘 하는 건 익히 알았지만. 찌질하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달까? ㅎㅎ

여우는 잡으셨는가
혹시 동아시아 어느 나라 그 재벌 회장님도 스타워즈 ‘요다’를 닮아 귀엽다고 생각? ㅋㅋㅋ

냉탕과 열탕 사이
마자 마자, 귀여우시지 ㅋㅋㅋ 이 영화 속 카렐이 연기한 존 듀폰도 ‘난 관계를 맺고, 인정도 받고 싶어요, 돈을 이정도 쓰면 그것도 되겠죠?’ 이런 느낌이랄까. 게다가 묘한 퀴어 코드까지 풍기면서….

여우는 잡으셨는가
분장한 매부리코를 슬쩍 쳐들고 쏵 쏘아볼 때의 그 서늘함이란…. 정말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연기야.

냉탕과 열탕 사이
화낸다, 기뻐한다, 이렇게 단정지을 수가 없어. 감정의 결이 정말 촘촘해서.

여우는 잡으셨는가
그 말이 다 맞는데 어떤 말로 묘사해도 그 이상이지.

냉탕과 열탕 사이
맞아ㅋㅋ 이런 게 좋은 연기인 것 같아. 100m 전력질주를 하는데 마치 표정은 산책을 하는듯 자연스럽고 편안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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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딱10자평: 2015.2.5] 폭스캐처, 주피터 어센딩, 오마르, 쎄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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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첫째주 개봉영화 딱 10자평. 특히 ‘폭스캐처’, 극장에서 놓치면 후회할 영화.

■ 폭스캐처 Foxcatcher
스티브 카렐 최고의 연기 ★★★★
=1996년 발생한 실제 살인사건을 다뤘다. 듀폰 역 스티브 카렐의 연기는 어떤 말로도 형용하기 쉽지 않은 촘촘한 감정의 결, 놀라운 일관성과 서늘함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감독 베넷 밀러에게 작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안겼고, 올해 미 아카데미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미국의 재벌가 상속자 존 듀폰(스티브 카렐)은 88서울올림픽 출전 예정 레슬링 선수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를 자신의 레슬링팀 ‘폭스캐처’로 불러온다. 마크에겐 레슬링 국민영웅인 형 데이브(마크 러팔로)의 그늘을 벗어나 자립할 기회. 하지만 듀폰의 예측불가능하고 기이한 행동이 이어지고, 형 데이브가 코치로 합류하면서 관계의 균열이 시작된다. 

■ 주피터 어센딩 Jupiter Ascending
대박 비주얼, 본 듯한 서사 ★★★☆
‘매트릭스’ 시리즈로 단박에 SF의 총아가 된 뒤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던 워쇼스키 남매의 취향있는 스페이스 오페라.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올해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에디 레디메인이 우주를 지배하는 아브락사스 가문의 상속자(악당)로 출연하는데, “이 드넓은 우주에 사람이 사람을 서로 죽여야 하면서 빼앗을 가치가 있는 자원은 시간, 영원한 삶 뿐이지”라는 대사에 스토리의 모든 게 함축돼 있다.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각종 외계인과 우주선, 목성의 전자기 폭풍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아브락사스의 ‘넥타’ 생산기지 등 시각적 상상력은 최소한 인정 받을만.

■ 오마르 Omar

장벽 뒤 희망? 그런 건 없어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해 수박 겉핥기식 선악 구분이나 흑백 논리를 버리고, 조금만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한다면, 이 영화의 결말은 가슴먹먹하다. 

■ 쎄시봉 C’est Si Bon
신파에 빠져 길 잃은 청춘 ★★☆
리뷰 링크 : 빛나던 과거와 시시한 중년 사이, 길 잃은 청춘

 

[개봉영화 딱10자평: 2015.1.29] 빅 아이즈, 엔드 오브 디어스, 워터 디바이너, 블랙버드, 내 심장을 쏴라, 더 이퀄라이저, 서유기: 모험의 시작,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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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마지막주 개봉 영화 딱 10자평.
 
■  빅 아이즈 Big Eyes
팀 버튼이니까 다 괜찮아 ★★★

 =한국에도 팬층이 두꺼운 팀 버튼 감독 작품. 주연 여배우 에이미 애덤스는 이 영화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코미디·뮤지컬 부문)을 받았다.
리뷰링크 : 전시회 본 것 같은데… 영화라네요 

엔드 오브 디어스
게임과 영화의 이종 교배 ★★☆

=1인칭 게임처럼 영리하게 찍어낸 매력적인  저예산 호러 스릴러 혼종 영화. 회사를 때려치우고 친구와 세계일주를 시작했는데, 낯선 동유럽 도시에서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지낸 뒤 기괴한 신체 변형과 피에 대한 갈증이 시작됐다.
 
워터 디바이너
아빠 얘기가 유행인가봐 ★★☆
=이상하게 배우들이  영화를 만들면 클래시컬하다. 


블랙버드
영화 ‘보디가드’와 똑 닮음 ★★☆

=영화보다 음악이 더 좋음.
 
내 심장을 쏴라
뭔가 다 조금씩 모자란다 ★★

=’7일의 밤’ 정유정 작가의 소설 원작에 충무로 기대주인 이민기, 여진구 두 배우의 만남으로 기대가 컸는데… 영화가 전방위에 걸쳐서 뭔가 다 조금씩 모자라 아쉽다. 특히 소설에서 가장 빛나던 부분이던 정신병원 강당의 노래축제 장면에선, 손발이 오그라들어 어디론가 숨고 싶어진다. 이 정도면 배우들 잘못이 아니라 뭔가 그냥 대고 찍는 것 외에 다른 돌파구를 고안해내지 못한 감독의 탓이다. 그리고 여진구야 아직 어리니 그렇다 쳐도, 연기 꽤 된다고 믿어왔던 이민기는 도대체…
 
더 이퀄라이저
창의성 없는 살인의 행진 ★★

=하지만 마지막 클라이맥스 생활용품 활용 학살은 좀 창의적이었음.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난 건 오히려 클로이 모레츠의 새로운 가능성일 듯. 늘 빛나고 예쁜 역할을 해온 그녀가 처음 러시아 갱단에 학대당하는 거리의 여자가 됏다. 육덕지게 불린 몸을 그렇게 드러내는 결심도 쉽지 않았을텐데. 이런, 너무 사심이 들어갔나. ^^ 클로이 모레츠는 북유럽에서 온 우아한 뱀파이어 멜로 ‘렛 미 인’부터 팬이었음. ㅎ
 
서유기: 모험의 시작
주성치 서유기 자기 복제 ★★

=중국 영화의 발전 속도가 무섭다. 영화 자체도 꽤 공포스럽다. 주성치 팬이라면 쉽게 적응할 듯.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
원작만화 팬은 만족할 듯 ★★
=원작만화와 TV 애니메이션, 딱 그 만큼. 4D로 보면서 피가 튈 때 물방울이 묻어올 땐 깜짝 깜짝 놀람.

“아무 것도 알 필요도, 할 필요도, 가질 필요도 없는 자유”

“오직 그 때에야 우리는 자유롭게 됩니다. 오직 그때에야 우리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가 말한 “아무것도 알 필요가 없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고, 아무것도 가질 필요가 없는” 자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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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갑작스럽게 죽지 않는 한, 언젠가 지각력과 행동능력이 크게 손상되어 심지어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조차 기억하지 못하거나,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떤 가망도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 이르면 우리는 더 이상 인격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지각력과 행동능력 아래에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과연 영원으로 깊어지고 확장되는, 우리가 진정한 자아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것일까요?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독특하고 깊이 있는 인격이 과연 존재하는가의 여부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실재하는 것일까요? 우리 각자의 독특함에 걸맞고, 우리의 내적 진실, 즉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를 이끌어내는 진정한 자아가 존재할까요?

우리는 얄팍하고, 표면적인 자아로부터 벗어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

오직 그 때에야 우리는 자유롭게 됩니다. 오직 그때에야 우리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가 말한 “아무것도 알 필요가 없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고, 아무것도 가질 필요가 없는” 자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적 자유의 상태가 바로 우리의 진정한 고향입니다.

<우리의 진정한 고향 Our True Home>

세이비어 교회 창립자 고든 코스비의 묵상집
<<위대한 사랑의 힘에 사로잡힌 삶 Seized by the Force of a Great Affection>>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