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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블로그는 정말 쓸데없는 짓인가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블로그는 정말 쓸데없는 짓인가

두 살 위 아내는 억척스러운 여자다. 여행지에서 어디 한 군데 머무르는 법이 없다. 하나라도 더 들러야 하고 한군데라도 더 돌아봐야 한다. 어렵게 시간 내서 마련한 기회이니 그만큼 본전을 뽑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여행지에서만큼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책 제목처럼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여행은 강행군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평소보다 더 빡쎈 날들이 이어진다.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기 위해 떠나온 휴가라고 할 수 없다.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방전을 일으키는 시간이다.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독일로 9박 10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독일어를 공부 중인 큰 아이에게 독일에 대해 경험을 시켜주고 독일어를 써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사정이 있어 내가 직접 여행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아내에게 맡겼더니 패키지여행보다 더 빡빡하게 일정을 만들어 놓았다. 독일에서는 힘들었지만 그나마 아내가 욕심을 부렸기에 웬만한 독일의 유명 여행지는 다 가볼 수 있었다며 자위해 본다. 물론 자유여행의 장점이 느긋하게 즐기는 데 있다면 그런 장점을 하나도 누리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운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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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내지만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다. 여행지에서의 기억은 순전히 내 몫이다. 아내보다 기억력이 좋다거나 특별히 영특하기 때문이 아니다. 두 살이나 젊어서도 아니다. 아내는 여행의 기억을 간직하기만 할 뿐이고 나는 그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기 때문이다. 기억은 짧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아내의 기억은 짧은 반면 내 기록은 생명력이 길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에 대한 기억은 흐려져 가는 데 비해서 그때 남긴 기록은 언제든지 다시 꺼내볼 수 있다. 기록이란 정말 위대하다.

그래도 가끔은 블로그가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도 있지’라던 ‘옛사랑’의 노랫말처럼 말이다. 그 많은 사진 중에서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골라야 하고 꾸미고 다듬어야 한다. 이야기도 추가해야 하고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인터넷에 올려야 한다. 나 좋다고 하는 일이지만 뭐하러 이 짓을 하고 있는지 가끔은 되물어 볼 때도 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명예가 되는 일도 아니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내가 좋아서 할 뿐이다. 이 짓을 당장 멈춘다 해도 그만이다.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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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다. 언젠가 잊힐 기억이 억울해서라도 그럴 수는 없다. 오늘 조금 힘들어도 내일이면 잘했다며 흐뭇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처럼 오늘 정리하지 않으면 내일은 잊혀질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살아온 날, 내가 지나온 길이 그렇게 허무하게 잊힌다면 억울하지 않은가. 아무리 하찮은 개인의 기록이라 할지라도 그 개인에게는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일기장으로 대신할 수도 있는 일이다. 아니면 개인 컴퓨터에 정리해도 된다. 그럼에도 블로그를 이용하는 것은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정보가 되기를 바라는 이유에서다. 세상의 그 누구도 세상의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는 없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부분은 직접 경험보다는 간접 경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내가 가본 곳, 내가 경험한 일, 내가 느낀 감정들은 모두 가치 있는 간접 경험의 대상이다. 내가 다른 이의 경험에서 얻은 만큼 다른 누군가도 내 경험에서 배우게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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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블로그에서 로빈타임즈(blog.chosun.com/unme)로 활동한 지 어언 10여 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누적방문자 수가 2500만 명을 넘어섰다.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나 티스토리(www.tistory.com) 같은 대형 포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가 아닌 변방 마이너 블로그의 성적치고는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블로거로 살아온 지난 10여 년의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에 대한 증거라 믿고 싶다. 조선닷컴 블로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런 조선블로그가 사라진다면 무척 슬플 것 같다. 한동안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절반이 여기에 남아 있었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남아 있으리라 기대했었으므로. 내 인생의 이야기들은 아직도 계속되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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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소액결제 현금화

    2017년 12월 3일 at 8:11 오전

    잘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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