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을 몰락시킨 잘못된 의사결정 하나

태초에 이 땅에는 네이버가 있기 전에 다음이 먼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다음은 네이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다. 10여 년 전 정도에 불과하다. 그 사이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네이버도 놀랍지만 거의 하루아침에 몰락한 다음도 놀랍기는 매한가지다. 도대체 다음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다음(www.daum.net)은 무료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www.hanmail.net)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세계적인 무료 이메일 서비스인 핫메일(www.hotmail.com)과 거의 비슷한 발음으로 인해 핫메일인지 아니면 한메일인지 두 번씩 되묻곤 했었다. 한메일은 공짜라는 점에서는 다른 무료 이메일 서비스와 다를 바 없었으나 한글 메뉴로 서비스된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선점 효과에 힘입어 한메일의 성장세는 거침이 없었다. 한메일 외에도 다른 무료 이메일 서비스가 속속 생겨났지만, 한메일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메일이 워낙 잘 만들어진 서비스라서가 아니다. 가장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어디에서든 이메일을 만들 때 편의상 한메일을 예로 들었다. 학교에서도 그랬고 학원에서도 그랬다. 컴퓨터 잡지나 관련 책자, 심지어 신문 정보통신 코너에서도 한메일을 밀어줬다. 컴퓨터 기초반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한메일에 가입하는 것이었다. 한국사람치고 한메일 계정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다음은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다. 카페라는 커뮤니티 서비스로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으나 초기에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고민이 생기고야 말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불어나는 비용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서버 사양이 좋은 것도 아니고 스토리지 비용이 싼 것도 아니었으므로 늘어나는 이용자를 마냥 기쁘게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제휴 모델을 기대할 수 있는 카페와 달리 철저히 개인 지향 서비스인 이메일은 아무런 수익도 바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유료화를 추진할 수도 없었다. 핫메일뿐만 아니라 야후, 라이코스 등 해외 유명 서비스들도 무료로 제공하는 마당에 한메일만 유료화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한메일을 더 이상 이용하지 말라며 사용자들을 내쫓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비용을 대야만 했다. 개인에게서 받을 수 없다면 기업에게서라도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게 온라인우표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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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우표제가 타깃으로 삼은 대상은 다음 쪽으로 하루 100통 이상 발송하는 기업들이었다. 100통까지는 무료지만 그 이상을 넘어갈 경우 건당 10원씩의 비용이 청구되는 구조였다. 가령 하루에 만 통을 보내는 기업이라면 무료인 100통까지는 과금하지 않지만 100통을 넘어서는 9,900통에 대해서는 과금되는 식이다. 9,900통이면 약 99,000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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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온라인우표제를 과감하게 시행해 나갔다. 개인에게는 여전히 무료로 서비스하므로 회원의 이탈이 없으리라는 확신과 함께 이메일 외에는 별다른 소통 채널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용을 낼 수밖에 없으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우편발송이나 전화와 같은 수단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실제로 다음으로부터 비용을 청구받은 기업도 생겨났다. 다음은 이제 돈을 긁어모으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이처럼 다음이 온라인우표제를 자신만만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적인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메일은 한국인의 대표 이메일서비스로 누구나 하나쯤은 한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시 등록되어 있는 회원들의 이메일 주소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회원의 90%가 한메일을 사용하고 있었고 어느 사이트에서는 무려 98%에 달하기도 했다. 다음이 의기양양해서 큰소리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했다.

하지만 다음이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상대가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서로의 이익이 맞아야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성사되기 쉽지 않은 법이다. 다음은 기업들을 협력관계가 아니라 자신들의 리소스를 갉아먹는 해충으로 생각했다. 대화를 통해서 보다 합리적인 모델을 찾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통보할 뿐이었다. 서로 같이 사는 상생이 아니라 다음만 혼자 사는 독생이었다.

기업들로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온라인우표제에 굴복해서 돈을 내고 메일을 보낼 수도 없고, 온라인우표제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메일을 안 보낼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다음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되던 전선에 이상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은 절대 을로 보였던 기업들이 자구책을 내면서부터였다. 당장에는 타격이 되겠지만, 서서히 한메일의 비중을 줄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회원으로 가입할 때 한메일을 넣을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찻잔 속의 폭풍으로 보였던 이러한 조치는 의외로 엉뚱한 효과를 가져왔다. 그동안 한메일만 쓰던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이메일 서비스에도 눈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세컨드를 위한 용도였으나 점차 이용 비중을 높여나갔다. 그러면서 한메일 이용자들은 서서히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음으로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부작용이.

다음의 몰락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당시에 빠져나간 회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다른 이메일 서비스에 정착하고 말았다. 서비스를 런칭한 후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아 한때 폐지까지 고려했던 네이버 이메일이 이제는 한메일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그러고 보면 오늘의 네이버 메일을 만들어 준 것은 다음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다음을 몰락시킨 것은 네이버라는 경쟁자가 아니라 지나치게 자만해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렸던 자기 자신이었던 셈이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하루아침에 망하지도 않았다.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온라인 우표제가 한국 인터넷의 강자였던 다음을 벼랑으로 밀기는 했어도 바로 추락하지는 않았다. 몇년을 버티기는 했지만 지식인으로 무장한 네이버를 당해낼 수 없었다. 이용자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고민한 네이버와 사용자들로부터 무엇을 받아낼까만 고민한 다음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선닷컴이 다음의 몰락을 통해서 배워야할 이유다.

3 Comments

  1. 이성희

    2015년 3월 16일 at 5:27 오전

    지극히 공감합니다. 조선일보에게 보내는 경고임을…프리미엄뉴스라는 이름으로 로그인하지 않으면 볼수 없도록…접근성을 떨어뜨린 방법은 애독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에서 점점 흥미를 잃어가게 합니다. 패스워드를 몇번이고 잊어버리면서…그나마 흥미로운 기사는 볼 수 없게 만들었고… 그냥 성향이 맞지 않아 싫어했음에도 읽기 쉬운 다른 신문으로 저절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비단 저만 그럴까요?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그나마 제목만 읽고 말 뿐입니다. 시대착오적인 정책입니다. 앞으로 조선일보의 운명이 다음처럼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2. JHK (@JHKny)

    2015년 3월 17일 at 11:17 오후

    그나마 다음은 살아남았지만 프리챌은 잘못된 의사결정 하나 때문에 아예 망했지요.

  3. BJ

    2015년 8월 22일 at 10:43 오후

    하나 더 있죠-
    이메일 서비스의 실패후에 네이버가 검색역량을 강화하며 한게임을 통한 메인화면 선점시에도
    강건너 불보듯 대응했죠.
    검색내용이라도 강화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지금도 네이버와 다음, 같은 검색어로 쳐보면 이용자들이 등을 돌리는 이유가 극명해 질것 같네요. 커뮤니티는 특성상 영구적인 수익모델이 아닙니다.
    수익모델을 창출해주는 유저들을 일시적으로 잡아 놓는 도구일 뿐인데,
    카페를 너무 믿었고, 안일하게 대응했죠. 카카오톡이 다음과 합병한 것은 네이버에 대응하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나, 여태까지 다음이 보여준 행보는 그지없이 아마추어 같은 행동들 뿐이 었기에
    많은 걱정이 되네요.

    그냥 지나가다가 몇자 적어봤습니다-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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