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한계를 뛰어넘은 복면가왕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참가자의 출연 자격에 대한 논란부터 시작해서 판정과 결과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잡음과 시비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신들의 경연’으로 불렸던 ‘나는 가수다’의 경우에도 변변한 솔로곡 하나 없다는 이유로 핑클의 옥주연과 그런 함량 미달(?)의 출연자를 섭외했던 제작진이 무차별적인 악플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는 실력파 가수들만 참여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일종의 불문률에 발목 잡힌 결과다. 최고의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연을 펼친다는 홍보문구가 ‘나는 가수다’를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운신의 폭을 좁혔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거기에 머물지 않고 기대감마저 상승시킨 탓이다. 한 번 높아진 눈은 웬만해서는 내려오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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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나는 가수다’를 모방해서 만든 ‘불후의 명곡’은 영악한 프로다. 정상급(?)이 아니어도 출연할 수 있고, 뮤지컬 배우처럼 가수를 직업으로 하지 않도 출연할 수 있다. ‘나는 가수다’에서처럼 탈락할까봐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고 그저 명곡판정단의 판정에 순응해서 이긴 쪽은 진 쪽을 위로하고, 진 쪽은 이긴 쪽을 축하하는 훈훈한 마무리가 연출된다.

‘나는 가수다’가 일찌감치 막을 내린데다 시즌2와 시즌3도 신통치 않은 반응이었던데 비하면 아직까지 토요일 오후 ‘무한도전’과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는 ‘불후의 명곡’을 보면 신통하다는 생각도 든다. 짝퉁이 원조를 이긴 고약한 사례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강한 자가 오래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가는 자가 강한 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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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논란은 남는다. 경연이라는 방식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앞 순서 보다는 뒷번호표를 받은 출연자가 유리하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관객 선호도도 무시할 수 없다.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좋아하는 가수에게 마음이 더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가수다’처럼 잡음이 들리지 않는 것은 ‘불후의 명곡’이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프로라서일게다.

그동안 경연 프로그램이 지니고 있는 한계는 뛰어넘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순번에 따라 달라지는 순위의 불공정함은 당연하고 관객의 선호도 또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여겼었다. 경연을 하려면 순번이 주어져야 하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일반 관객들에게 객관성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일에서다. 하지만 그런 문제점들을 모두 뛰어넘은 프로그램이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복면가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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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복면가왕은 듀엣으로 예선을 치름으로써 순번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시비를 차단했다. 실력이 좋은 사람끼리 맞붙어야 하는 일명 대진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더 우위에 있는 출연자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형식이므로 대체로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다. 1라운드에서 붙으나 가왕 결정전을 앞둔 3라운드에서 붙으나 어차피 떨어질 사람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누군지도 모른 상태에서 순전히 노래만으로 평가하게 되므로 관객들의 선호도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은 철저히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획기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가수건 아니건 편견을 배제하고 실력으로만 평가받다 보니 의외의 결과도 속출하게 된다. 한마디로 쪼는 맛이라 하겠다.

노력 실력 하나는 최고로 인정받는 가수 김연우의 유일한 단점이 외모라는 말이 있다. 그랬기에 ‘나는 가수다’에서 폭풍탈락했던 김연우였지만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4대부터 7대까지 무려 4대째 가왕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복면의 힘이 컸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김연우가 복면을 벗지말고 계속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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