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코 부록 때문은 아니다. 격월로 발행하면서 단 한 번도 부록을 거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부록이 탐나거나 부록이 필요해서 이 잡지를 사는 것은 아니다. 믿거나 말거나 순전히 책이 먼저고 부록은 그다음이다. 그런데도 부록이 탐나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전 잡지마다 끼워주던 고가의 경품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잡지의 부록에서는 품격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지난해 6월 창간호를 발행한 미스테리아의 부록은 펄프픽션 표지를 담은 엽서 100장이었다고 한다. 창간호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발행된 5호까지 모두 소장하고 있으면서 ‘이었다고 한다’라고 표현한 것은 미스테리아라는 잡지가 발간된다는 사실을 창간호가 나온 지 두 달은 지난 후에야 알게 된 탓이다. 2호를 구매하면서 창간호까지 함께 주문했으나 아쉽게도 창간호 부록은 받을 수 없었다.
6월 창간호에 이어 8월 2호의 부록은 애거사 커피였고, 10월에 발간된 3호의 부록은 007 스펙터 포스터였다. 12월에 발간된 4호의 부록은 탁상 캘린더였으며, 이번에 발간된 5호의 부록은 젤리빈이었다. 그렇다고 선심성 부록이라고 할 수도 없다. 각각 주제에 맞게 부록을 제공하는 이유에서다. 가격으로 따지면 사소하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 호의 주제에 맞는 부록이니 의미가 남다른 선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창간호 부록이었던 펄프픽션 표지 엽서 100장은 장르소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었고, 2호 부록 애거사 커피는 영국의 유명한 추리작가 애거사 크리스티 특집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3호의 007 포스터는 스파이 소설 특집을 위한 선물이었고, 4호 부록 탁상 캘린더는 당연히 연말과 연시를 겨냥한 선물이었다. 그냥 탁상 캘린더가 아니라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들의 기념일이 실려있는 캘린더였다.
그중에서 이번 5호 부록은 다소 특이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젤리빈이라니. 콩 모양을 한 젤리 과자라니.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싶지만, 이는 이번 호 특집인 음식 미스터리(food mystery, culinary mystery)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편집자의 말에 의하면 “추리소설 속에 스쳐 가듯 등장하지만, 순간적으로 독자의 군침을 돌게 했던 음식들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고, 그 속에 혹시 무색무취한 독약이 숨겨져 있지 않은지 점검하며, 미식과 범죄 사이에 끈끈한 관계에 대해 고찰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만든 특집이라고 한다.
물론 나는 부록이 아니어도 이 잡지를 사 모았을 것이다. 아직도 집에는 미스터리 매거진 창간호와 판타스틱 창간호를 간직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각각 1994년 2007년에 나온 잡지들이다. 척박한 한국 출판시장에서, 그것도 비주류인 추리분야의 잡지 미스테리아가 얼마나 더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앞의 두 잡지도 얼마 유지하지 못하기도 했다. 미스테리아의 특별한 부록을 받으면서도 마음 한 켠이 무거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