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조숙했던 짝꿍녀석이 생일 축하한다면서 책을 한 권 내밀었다. 평소에도 사려 깊던 친구였기에 덩치는 작아도 마치 형이나 멘토처럼 따르던 녀석이었는데, 내가 문학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볼만한 책을 골라서 선물해준 것이었다. 그 책의 제목은 ‘사람의 아들’. 저자는 이문열이었다. 오늘날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와의 첫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작가 이문열을 평역 ‘삼국지’의 저자로 기억할 것이고 누군가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홍경인이라는 배우를 탄생시켰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저자로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또 있다. ‘젊은 날의 초상’, ‘황제를 위하여’, ‘레테의 연가’, ‘영웅시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시인’, ‘선택’, ‘변경’, ‘리투아니아의 연인’ 등 그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손에 꼽기조차 힘겨울 정도다.
그와의 첫만남은 충격이었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절에 그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세계와는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바로 성경이 신이 아닌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생기도록 만든 것이다. 가치관의 혼란은 물론 세계관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개 작가의 상상력으로도 가능한 일이니 수백년 수천년을 이어져온 성경이니 오죽하랴 싶기도 했다.
지금도 나는 30년 전에 받은 오래된 책을 책장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다. 색은 누렇게 바라고 개정판이 나오기는 했어도 짝궁녀석의 성의가 대견하기도 하거니와 새로운 세상에 눈 뜨게 만들어준 작가 이문열에 대한 작은 예의라고 생각에서다. 그 책이 그 자리에 꼽혀있는 것만으로도 지적 포만감을 느끼게 해준다. 작년 9월에는 오랫만에 다시 펼쳐들어 읽어보기도 했다. (예수는 과연 신의 아들인가 아니면 사람의 아들인가)
그러니 이번에 나온 바이오그래피 매거진(Biography Magazine) 4호의 주인공이 작가 이문열이라는 사실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격월간지로 위인전이나 인물평전이라고 하면 웬지 딱딱하고 내용도 부담스러울 것만 같지만 이 책은 잡지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부담없이 개인에 대해서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잡지같다는 말은 일정한 형식에 얽메이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다양한 내용들을 한 데 모았다는 말이기도 할 터다. 인물을 다루면서 그런 시도가 가능할까 싶었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신선하고 참신했다. 사진을 비롯한 그래픽 요소가 많아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러웠고 짧은 단문들이 이어지므로 호흡이 질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