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높게 들어오다 떨어지는 변화구가 들어왔다. 87마일짜리 체인지업이었다. 빠른 공보다 오히려 변화구에 약점을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박병호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타구는 좌익수 오른쪽을 향해 날아갔고 펜스 앞까지 굴러갔다. 그 사이 1루 주자는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았다. 개막 후 9연패에 빠져있는 미네소타의 결승점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박병호의 2루타가 미네소타를 연패의 수렁에서 건져 올랐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 타겟필드에서 벌어진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8회말 1사 1루에서 천금같은 2루타로 1주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2경기 연속 2루타이자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고 팀에게 첫 승을 선물하는 결승타점이었다.
2회 첫 번째 타석에서 박병호는 슬라이더 3개에 이은 94마일짜리 컷 패스트볼에 루킹 삼진을 당했었다. 5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나갔고,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내야 땅볼로 물러났었다. 4:4 동점 상황에서 맞이한 네 번째 타석에서 박병호는 통쾌한 2루타를 터트리면서 난세의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박병호는 “선수들이 다들 스트레스도 많았고, 책임감도 많았는데 오늘은 즐거운 하루를 보낼 것 같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고 “(상대 투수가)변화구로 승부하는 것 같아서 변화구에 초점을 맞췄는데 좋은 타구로 연결됐다. 트레버 플루프가 열심히 뛰어서 득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며 타점 순간에 대해 회상했다.
이 경기에서 LA 에인절스의 최지만은 9회초 대주자로 출전하는데 그쳤다. 한편, 개막 후 9연패에 빠져있던 아메리칸 리그의 미네소타가 박병호의 활약에 힘입어 연패를 빠져나와 올 시즌 첫 승을 올리는 동안, 미네소타와 똑같이 9연패에 빠져 동병상련을 겪고 있던 내셔널 리그의 애틀랜타도 마이애미를 꺾고 9연패에서 벗어났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가 신시내티에서 14:3 대승을 거두면서 출전하지 않았고. 시애틀의 이대호와 볼티모어의 김현수 역시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시애틀은 뉴욕 양키스에게 7:1로 승리했고, 5개의 홈런포를 가동한 볼티모어도 텍사스에게 11:5로 역전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