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고단한 하루였다. 선발도 아니면서 경기 시작부터 불펜에서 대기해야 했고, 끝내 1회초에 투입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마운드에 서자마자 만루 홈런을 맞았다. 1회 0과 2/3이닝만에 내려간 선발 대신 4와 1/3이닝을 마운드에서 버텼고, 선발이 던진 32개보다 3배나 많은 90개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12점(10자책)을 내줬다. 14일 대전 두산 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송창식 이야기다.
선발이 무너진 한화에서 일명 퀵 후크라고 하는 구원진의 조기 투입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7일 송은범이 5와 1/3이닝을 소화하고 10일 경기에서 외국인 투수 마에스트리가 6이닝을 소화한 것이 더 특별한 뉴스거리다. 개막 후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발이 5회를 버틴 건 2번에 불과하고 그나마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건 단 1경기뿐이다.
14일 경기에서도 송창식은 5분 대기조처럼 긴장하며 불펜에서 몸을 풀어야 했다. 언제라도 투입 명령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주가 선발 투수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만, 첫 번째 던지는 투수라는 의미만 있을 뿐, 선발의 의미는 없어 보였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용주는 볼넷을 남발하고 있었다.
허경민과 정수빈을 볼넷으로 내보낸 후 민병헌의 타구가 유격수로 향하면서 병살로 처리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숨을 돌리나 싶었으나 다시 에반스에게 볼넷을 내줬고, 양의지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허용했으며, 오재원에게 다시 볼넷을 내주기에 이르렀다. 불펜 조기 가동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는 송창식이 마운드로 불려나갔다. 송창식은 올 시즌 한화가 치른 10경기에서 5번을 나왔다. 지난 9일 NC 전에서는 선발로 뛰기도 했다. 지난해 송창식은 109이닝을 던져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었다. 이는 선발 요원인 송은범의 70.1이닝과 배영수의 101.0이닝을 뛰어넘는 기록이었다. 권혁의 112.0이닝에만 뒤질 뿐이었다.
구단의 관리가 필요한 송창식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벤치에서는 우직하게 송창식을 밀고 나갔다. 1회 오재일의 만루 홈런에 이어 2회 볼넷 2개와 안타 1개 그리고 김재호의 홈런으로 3실점, 3회 사사구 2개와 안타 2개, 그리고 실책 2개가 합쳐지면서 5실점, 4회 김재환의 홈런으로 1실점, 5회 안타 하나와 민병헌의 홈런으로 2실점, 총 12실점을 내줬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즌 마지막 경기도 아니고 시즌 초반에 불과한 상황에서 팀의 주축 불펜 요원을 함부로 굴린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불펜을 투입할 생각이었다면, 그다음까지도 계산에 있었어야 하지만 한화는 그렇지도 못 했다. 만일 경기를 포기했다면 신인에게 실전 기회를 주었어야 했다.
결국 남은 건 또다시 혹사와 경기 질에 대한 논란이다. 프로 팀에서 선발 투수 하나 없어서 마구잡이로 불펜을 혹사시킨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고, 내일은 경기가 없는 것처럼 오늘 승부에만 집착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못한 부분이다. 그나마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면 좋겠는데, 그마저도 아니다.
올 시즌 한화의 연봉 총액은 102억 1000만 원으로 81억 8600만 원의 삼성보다 놓은 것은 물론이고, 40억 5800만 원인 넥센의 2.5배에 달한다. 김성근 감독의 연봉도 무려 5억에 달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과 함께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 또한, 14일 두산 전에 선발 출전한 9명 타자들의 몸값만 따져도 46.76억이다. 넥센 선수단의 전체 연봉보다 많은 셈이다. 그러고도 선수가 없단다. 그러고도.
* 참고 :
1번 이용규(7억), 2번 이성열(2.5억), 3번 이종환(6200), 4번 김태균(16억), 5번 정현석(9500), 6번 정근우(7억), 7번 로사리오(100만 달러, 약 12억), 8번 신성현(3700), 9번 하주석(3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