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군에 데뷔한 막내 KT의 성장세가 무섭다. 올해도 여전히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KT는 4월 25일까지 롯데, LG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라있다. 5위 삼성, NC에게 반경기 차이로 쫓기고 있지만 3위 넥센과도 반게임 차에 불과하다. 두산이 선두에서 독주 중이고 SK가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가운데 중위권 혼돈 세가 이어지면서 순위 변동이 계속되고 있다. 그중에서 KT의 약진이 눈에 띄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KT가 하위권을 대상으로 제물 삼아 거둔 성적도 아니다. 연패 수렁에 빠져 허덕이며 올 시즌 단 3승만 거두고 있는 한화와는 아직 만나지도 않았다. 두산과는 1승 2패, 삼성과 3승 3패, 넥센 2승 1패, SK 2승 3패, 기아 2승 1패 등으로 20경기에서 10승 10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승률은 딱 5할이다. 지난해 3할 6푼 4리였던 시즌 성적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일취월장이다.
KT보다 2년 먼저 데뷔한 NC는 첫해(2013년)에 7위를 시작으로 이듬해인 2014년에는 곧바로 3위까지 수직 상승해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정규리그 우승 팀인 삼성에 2.5경기 차 2위를 차지했었다. 김경문 감독의 온화한 카리스마와 구단의 아낌없는 투자, 그리고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등이 맞물린 결과였다.
NC와 달리 KT는 성장이 더딜 것으로 보였었다. 신생 구단이 프로야구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던 NC와 달리 10번째 구단인 KT는 질적 저하를 불러올 것으로 예견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KT는 선수단 구성에 애를 먹었었고, 퓨처스 리그에서도 NC처럼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1군 진입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해 KT는 3월 28일 롯데와의 부산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리 11연패를 기록했었다. 몇 경기에서는 접전을 벌어지기도 했지만 중요한 고비에서 실책을 연발하며 무너지기 일쑤였다. 아직 2군에 더 머물렀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1군으로 올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어 갔다. KT가 감격적인 창단 첫 승을 거둔 것은 12경기 만인 2015년 4월 11일 목동 넥센 전에서였다.
하지만 지금의 KT는 작년의 어리숙한 막내의 모습이 아니다. 수백억을 투자하고도 꼴찌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한화와 비교하면 오히려 어른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KT 조범현 감독이 2003년 신생팀 SK를 맡아 기반을 다진 후, 그 SK를 2007년부터 물려받아 야신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후임자가 한화의 김성근 감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올 시즌 KT는 투타의 조화가 눈에 띈다. 개막전에서 만났던 SK를 시작으로 7번의 시리즈에서 4번을 위닝 시리즈로 장식했다. 이 기간 동안 108점을 얻어냈고 107점을 내줬다. 경기당 5.4득점에 5.35실점이다. 지난 주말에는 전년도 정규리그 우승 팀인 삼성을 상대로 이틀 연속 두 자릿수 득점(22일 13:3 승, 23일 11:6 승)을 뽑아내기도 했다. 지난 시즌 5.56이었던 KT의 평균 자책점은 4.74로 낮아졌다.
FA로 넥센에서 건너온 유한준이 4월 25일 현재 4할 3리로 타율 2위에 올라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서 LG에서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진형도 3할 5푼 3리로 5위에 올라 있다. 마르테, 유한준, 이진영, 김상현은 홈런 4개로 공동 6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놓고 있으며 슈퍼 소닉이라는 별명의 이대형도 2010년 이후 6년 만에 도루왕 탈환을 위해 달리고 있다.
방망이에 비해 마운드는 아직 불안한 편이다. 상위권에 이름이 올라있는 타자들과 달리 투수들의 이름은 상위권에서 보이지 않는다. 마리몬이 3승으로 다승 부문 4위에 올라있기는 하지만 평균 자책점은 무려 6.30으로 26위에 해당한다. 그나마도 규정 이닝을 채워 순위에 오른 투수는 마리몬이 유일하다. 아직은 마운드보다는 방망이로 버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 시즌 KT의 목표는 형들을 제치고 꼴찌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NC처럼 단숨에 상위권으로 진입하지는 못해도 차근차근 한 계단씩 올라가고자 했다. 쉽지 않은 도전으로 보였으나 이제 KT는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 작은 거인으로 쑥쑥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