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 했다. 마치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걸로 보이기도 한다. ‘이쯤 되면 막가는 거죠’라던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기아는 도대체 양현종에게 왜 그러는 것일까?
양현종이 시즌 다섯 번째 등판에서도 승수를 챙기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상대가 두산이나 SK처럼 선두 경쟁을 벌이는 팀도 아니고 최하위로 처져있던 한화였기에 그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물론 김태균의 홈런을 비롯해서 자신이 내준 3실점이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는 했으나 물방망이 타선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기에서 기아는 고작(?) 두 점을 얻어내는 데 그쳤다. 한화 선발 마에스트리에게는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고, 송창식과 권혁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네 번째 투수 윤규진이 몸에 맞는 공과 볼넷으로 내보낸 주자 2명이 홈을 밟았을 뿐이다. 2점으로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양현종이 1실점 이내로 상대 타선을 묶어야 한다는 말인데 LA 다저스의 커쇼가 아니고서야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가끔 무너지기도 하는 커쇼도 못할 일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올 시즌 기아 타자들은 양현종에게 유난히 박하다. 4월 26일 현재까지 기아가 19경기에서 올린 득점은 93점으로 경기당 평균 득점은 4.89점이다. 양현종이 선발로 나선 날만 보면 4월 1일 NC 전 4:5 패, 8일 KT 전 0:4 패, 14일 SK 전 6:7 패, 20일 삼성 전 1:2 패, 26일 한화전 2:4 패 등이다. 5경기에서 올린 득점은 13점으로 평균 2.6점에 불과하다. 기아 평균 득점과 비교해도 2.29점이나 적다.
양현종과 달리 삼성 윤성환은 타자들의 확실한 지원 사격 덕에 4경기에서 3승을 챙길 수 있었다. 지난해 가을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던 윤성환은 4월 6일 첫 등판을 시작으로 4경기에서 11득점(6일 KT), 16득점(12일 NC), 2득점(19일 기아), 6득점(24일 KT) 등 모두 35점을 지원받았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8.75점에 달한다. 양현종보다 약 6.46점이나 높다.
경기는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승패는 병가에서 흔히 있는 일(勝敗兵家之常事)이라고 했다. 하지만 에이스가 출전한 날은 의미가 다르다. 에이스를 내고도 진다면 에이스가 나서지 못하는 다음 경기는 장담할 수 없게 되므로 기필코 이기겠다는 다짐과 각오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스 양현종에게 아직 1승도 안겨주지 못한 기아 타자들은 각성해야 한다. 특타는 지쳐있는 한화 타자들이 아니라 분발해야 할 기아 타자들에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