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트위터 열풍(www.twitter.com)이 몰아쳤을 때 많은 사람은 블로그의 종말을 예상했었다. 빠르게 의사를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도대체 누가 느려터진 블로그를 하겠느냐는 말이었다. 스피드가 생명(?)인 시대에서 블로그는 구시대의 유물로 평가받기도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KTX가 있는데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도 않고 정거장마다 다 서는 느려터진 비둘기호를 탈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말로 비유했다면 억지일까?
트위터에 이어 페이스북(www.facebook.com)이 가세하자 블로그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섣불리 단언하던 의견도 많았었다. 기존 언론을 위협할 정도로 파괴력을 인정받았던 블로그였으나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라고 본 것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s)라는 뉴미디어(?)에 밀려 어느덧 블로그도 올드미디어 취급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블로그는 여전히 건재한 반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로 가득하다. 깊은 생각 없이 내뱉다시피 했던 말 한마디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종내에는 파국을 부르는 이유에서다. SNS가 속도를 장점으로 내세우는 만큼 전달 속도는 그 어떤 매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그 속에 담고 있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누가 어쨌다’더라 하는 일명’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빠른 전달에만 목숨을 걸 뿐 사실인지에 대한 확인은 신경 쓰지 않는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여수 엑스포에 대해 ‘돌고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돌고래쇼 티켓을 사지 말아달라’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글을 그대로 퍼뜨린 적이 있다. 수많은 트친(트위터 친구)을 거느린 파워 트리터리안이었기에 공지영 씨 트윗이 몰고 올 파장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수 엑스포에 돌고래쇼는 없었다. 사실 확인보다 빠른 전달이 불러온 폐단인 셈이었다. 이에 대해 공지영 씨는 “제가 여수엑스포 홍보대사도 아니고 돌고래쇼 하는 거 제가 엑스포에 전화해 보고 확인한 후 리트윗까지 합니까? 제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허위사실 유포라는 제목으로 온 신문에서 기사를 싣는 것이 어이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가수라는 직업보다 기부천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김장훈 씨의 트윗도 구설수에 올랐다. “근 한 달 만에 쉬는 날이라 테이큰3 다운 받았는데 쌩뚱맞게 자막이 아랍어. 이게 뭐야. 슬프고 진지한 장면에 통 집중 안됨”이라는 트윗이 문제가 된 것이다. 김장훈이 내려받은 영화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명 불법자료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다른 저작물에 대해서는 불법을 저지른 셈이었다. 더구나 김장훈은 제값 주고 콘텐츠를 구매하자는 굿다운로더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SNS에 대해 유명한 말 중의 하나는 ‘시간 낭비’라는 말이다. 박지성이 뛰었던 영국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이 남긴 말로 “인생에는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차라리 독서를 하기 바란다. 트위터는 시간 낭비다(There are a million things you can do in your life without that. Get yourself down to the library and read a book. Seriously. It is a waste of time).”라고 했다. 물론, SNS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기 보다는 트위터로 구설수에 오른 루니에 대해 기자회견 하다 나온 말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SNS 폐해에 대해서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명언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서비스들을 잘 활용하는 사람도 많다. 손가락 하나로 전 세계와 만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에 가장 적합한 미디어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주워담을 수 없는 말이나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배설물 같은 존재여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말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없는 얘기를 돌아다니게 해서는 곤란하다.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말하기 전에 먼저 들어야 하는 것은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필요하다.
그럼 블로그는 어떤가? 광고와 홍보가 블로그로 영역을 넓혀 오면서 진정성이 의심받기도 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포스트 들을 모아서 보여주던 메타블로그 서비스들이 별다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채 문을 닫으면서 블로그 스피어 자체가 위축된 면도 없지 않지만, 블로그는 여전히 기존 미디어를 보완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여행을 준비 중이거나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블로그만큼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도 많지 않다. 비록 속도에서는 SNS에 뒤지는 게 사실이지만 깊이 있고 다양한 정보를 얻기에는 블로그만 한 것도 없다.
가령 유럽여행을 준비 중이라고 하자. 유럽 여행 책을 사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는 게 예전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블로그와 카페에서 정보를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신문 기사보다 더 자세하고 여행 책자보다 더 신선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까닭에서다. 기자나 저자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도움을 받은 이들은 다시 자신의 경험을 블로그에 남김으로써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을 주려고 한다. ‘설마 이런 것까지 있을까?’ 싶은 내용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블로그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SNS보다 블로그의 생명력이 더 길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유기웅
2015년 4월 1일 at 7:10 오전
공감합니다. 귀중한 글로 기억에 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