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를 식겁하게 만들었던 사건(?) 하나

손자는 말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이는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로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흔히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반드시 이긴다는 뜻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으로 알고들 있지만, 원전은 다음과 같다. ‘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지피지기 백전불태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패)’.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으나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승과 패를 각각 주고받을 것이며 적을 모르는 상황에서 나조차도 모르면 싸움에서 반드시 패배한다는 의미다.

지난 2004년 1월, 조선일보가 발칵 뒤집힐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영수지 악화를 이유로 조선일보가 구독료를 1만2천 원에서 1만4천 원으로 올린 지 두 달 만에 거센 역풍을 만나게 된 것이다. 조선일보가 구독료를 올릴 때 중앙일보는 물가를 걱정하면서 조선일보와는 반대로 구독료인하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비록 자동이체로 제한하기는 했지만 똑같은 1만2천 원에서 조선일보가 2천 원 오른 1만4천 원이 되었지만, 중앙일보는 2천 원 내린 1만 원이 되었으니 가격차이는 무려 4천 원에 달했다. 결코,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없었다.

조선일보가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보던 신문가격 현실화이었기에 신문시장의 맏형을 자처하며 매 맞는 심정으로 총대를 메었던 것인데 경쟁지가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선일보를 칠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느껴야 했던 그 배신감은 어느 때보다도 더 했을 것이다. 혹자는 중앙일보에 뒤통수 맞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가격 인상은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경쟁환경을 분석하지 않은 독단적인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 속에서 신문이라도 편히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서민들은 늘어난 비용에 한숨을 쉬게 되었고 신문사로서는 구독료 인상이라는 손쉬운 수단으로 수익을 개선하고자 했기에 더욱 그렇다. 더구나 중앙일보가 서민의 걱정을 덜어준다는 의미의 TV 광고를 내보내면서 공격적으로 구독료 인하를 선언한 것은 그만큼 구독료 인상이 절실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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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구독료 인상에 반대한다면 신문을 끊거나 다른 신문을 보면 된다. 그렇지않고 1만4천 원을 주고라도 조선일보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면 억지(?)로 매달 2천 원(중앙일보와 비교하면 4천 원)을 더 내야만 했다. 그래야 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라 할 수 있다. 하나는 구독 약정 기간이 남아있어서 일정 기간 동안 조선일보를 봐야만 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신문보다 조선일보를 더 선호하는 충성고객들이 그 대상들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구독료 인상이라 해야 할까?

조선일보는 급변한 경쟁환경을 외면할 수 없었다. 1만 원과 1만4천 원의 가격차이는 쉽게 뛰어넘지 못할 높은 장벽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구독자의 이탈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조선일보로서는 아무리 충성고객의 기반이 탄탄하다 할지라도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을 외면하게 될 경우 장기적으로 어떤 사태가 발생할는지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구독료를 인상한 지 두어 달 만에 중앙일보와 같은 조건과 수준으로 다시 구독료를 내려야 했다. 시장의 선도자를 자처하던 조선일보의 체면이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요즘 표현으로는 굴욕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조선일보를 식겁하게 만들었던 이 사건은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손자의 병법을 떠올리게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로울 것이 없으나 적을 오르면서 나조차도 모르면 반드시 패배한다는 말처럼 조선일보가 과연 경쟁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가 하는 점에서다. 동종이라고는 해도 엄연히 경쟁자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순순히 구독료 인상에 따라오리라는 생각은 다소 안일한 판단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조선닷컴(www.chosun.com)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코리안클릭 기준으로 주간 14위에서 약간의 변동만 있을 뿐이다. 반면, 한때 미디어닷컴 중에서 수위를 달렸던 중앙일보 조인스닷컴(www.joins.com)은 20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그다지 위협적인 존재라고 하기도 힘들 정도다. 이러한 결과는 조선닷컴이 각고의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라기보다는 조인스닷컴의 외도로 얻은 측면이 크다. 미디어닷컴을 거부하고 대형포털을 지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합작을 통해 조인스MSN(www.joinsmsn.com)을 만들면서 서서히 몰락해 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더이상 위협요인이 사라졌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포털을 포기하고 다시 미디어닷컴으로 돌아온 조인스닷컴이 부쩍 순위를 높여오고 있고 동아닷컴(www.donga.com), 매경닷컴(www.mk.co.kr) 등이 꾸준히 조선닷컴 주위를 맴돌고 있는 이유에서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상대는 물론 나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만 한다. 예전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고 해서 마음을 놓아서는 곤란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냉철하게 따져서 비교 우위에 있는 것은 더 강화하고 열세에 있는 것은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 무엇이든 잃기는 쉬워도 얻기는 어려운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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