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비주류로 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무조건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주류는 언제라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지만, 비주류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주류에게는 내일이 있지만, 비주류에게는 내일이 없는 법이다. 그러니 사실상 내일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오늘에 충실해야 하고 오늘만이 유일하다고 믿으며 살아야 한다. 비주류에게 내일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LG 뷰3로 스마트폰을 바꾸면서 가장 난감한 부분 중의 하나가 케이스였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에게는 흔하디흔한 케이스가 LG 뷰3에게는 가혹하리만치 부족한 까닭에서다. 삼성뿐만 아니라 LG조차도 대부분의 케이스는 G2와 G3를 위한 것이었다. 뷰3를 위한 케이스는 눈을 씻고 찾아봐야 겨우 보일 뿐이었고 그마저도 품절인 경우가 많았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고르고 따질 게재가 아니었다. 눈에 띄기만 하면 바구니에 쓸어 담아야 했다. ‘다음에 사지 뭐!’ 하는 여유로운 생각은 사치였다. 이마저도 다 팔리고 나면 더 이상 구할 데도 없어진다. 스마트폰 케이스에 관한 한 뷰3에게 있어 품절은 일시적인 주문 폭주에 의한 매진이나 일시적인 품절이 아니라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생산 중단과도 같은 의미인 탓이다.
그렇게 사재기를 통해 모은 케이스는 모두 세 가지였다. 하나는 젤리형이지만 일반 젤리와 달리 고급스러운 색상과 촉감을 자랑하는 네케다(NEKEDA) 케이스였고, 다른 하나는 가벼우면서도 직물의 느낌이 나게 하는 머큐리(Mercury) 테크노 플립 커버였으며, 마지막 하나는 하드형의 필룩(Feelook) 뷰케이스였다. 색상별로 네케다 4종, 머큐리 3종, 필룩 3종 등 모두 10가지였으나 가격은 3만원 정도 들었다.
이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제품은 네케다 케이스다. 평소 젤리형은 끈끈한 느낌 때문에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었는데 네케다는 그런 기분 나쁜 느낌도 없는데다 뒷부분의 질감도 무척 만족도가 높다. 경망스럽지 않으면서 화사한 색상도 마음에 든다. 그러고도 개당 1,500원에 불과하다. 머큐리의 최대 강점은 플립형이고 하드형이면서도 무척 가볍다는 점이다. 직물 느낌의 앞면이 무척 고급스럽지만 개당 4,500원이면 구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필룩 케이스는 불만스럽다. 개당 3,500원으로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지만 네케다나 머큐리 케이스에 비해 싼티가 팍팍 나고 무엇보다 케이스 아귀가 잘 맞지 않아 왼쪽 상단이 뜨는 현상이 발생한다. 창이 뚫린 뷰케이스 형식이지만 시계 보는 용도로만 쓸 수 있을 뿐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아무리 아쉽다 해도 필룩 케이스는 말리고 싶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일명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스마트폰 케이스의 판매량이 대폭 늘었다고 한다. 나 역시도 평소에는 케이스 없이 쓰는 쌩폰 애호가였지만 이렇듯 케이스를 사 모으는 것은 현재 쓰고 있는 LG 뷰3 스마트폰을 오래 써야하기 때문이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정작 필요할 때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서다. 어쨌든 비주류는 혼자서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배워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