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싶다.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를 넘어 전대미문의 통합 5연패를 넘보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다. 너무 잘해서 얄밉기까지 했던 팀이었건만 이제는 처량하고 측은해 보이기만 한다. 3일 대구 경기에서 넥센에게 영봉패 당한 삼성 이야기다.
선발 로테이션이 여의치 않았던 삼성은 불펜에서만 활약하던 장필준을 급하게 선발로 올렸다. 장필준은 지난달 28일 LG 전에서 구원 투수로 나와 데뷔 첫 승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믿음직스럽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넥센의 선발이 아직 올 시즌 첫 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양훈이라는 점이다. 어차피 방망이 싸움이라면 해볼만해 보이기도 했다.
넥센은 1회초부터 이택근의 홈런으로 앞서간 반면, 삼성의 추격은 지지부진했다. 2회 무사 1-2루에서 발디리스의 병살타가 나왔고, 3회 1사 1루 기회는 배영섭의 병살타로 무산됐다. 5회 1사 1루에서 이지영의 우전 안타가 나왔으나 3루로 달리던 발디리스가 객사했고, 7회 무사 1루에서도 발디리스의 병살타가 찬물을 끼얹었다.
5월 3일 현재 삼성은 롯데와 함께 공동 8위로 처져있다. 6위 KT와 반경기 차에 불과하나 9위 기아와도 반경기밖에는 차이 나지 않는다. 6위로 올라갈 수 있는 희망도 있거니와 9위로 떨어질 수 있는 절망이 공존하는 셈이다. 어느덧 최하위 한화와도 3경기 차로 좁혀진 상태다. 야구 명가의 자존심 실추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하겠다.
삼성은 지난주 4월 29일부터 벌어졌던 한화와의 주말 3연전에서 충격의 루징 시리즈를 당했었다. 첫날은 3:0과 4:2로 앞서가다 8회말 7점을 허용하면서 5:10으로 내줬고, 셋째 날 경기에서는 8:5로 앞서갔지만 8회말 로사리오를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선택한 허도환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8:9로 승부가 뒤집어졌다.
올 시즌 삼성은 별다른 전력 보강도 하지 못한 채 해외 원정 도박 혐의와 맞물려 어수선하게 시작해야만 했다. 지난해 통합 5연패를 앞두고 두산에게 무너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나바로는 일본으로 진출했고, FA 박석민은 NC로 이동했으며, 채태인은 넥센 김대우와 맞트레이드로 보냈다.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임창용도 방출했다. 플러스는 없고 마이너스만 남은 계산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삼성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4월 3일에야 부랴부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마운드에서 사라졌던 윤성환과 안지만을 불러들였다. 그나마 이 둘마저 없었다면 한화 바로 위 순위표에 기아가 아니라 삼성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는 어제보다 오늘이,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암담하다는 점이다. 차우찬이 빠진 마운드는 팀평균자책점 5.41로 리그 9위로 처져있고, 2할7푼5리의 팀타율(4위)은 나쁘지 않으나 장타율 8위(0.388), 홈런 8위(18개)에 28개의 병살은 1위다. 삼성의 추락이 어디까지 계속될는지, 암흑기로 이어질는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