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센터 방향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홈런만큼 멀리 나간 데뷔 첫 3루타였다.
3일(한국시간) 미국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과의 원정경기에서 박병호는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5회초 터진 3루타는 가운데가 기형적으로 길게 뻗은 미닛메이드파크의 가장 깊은 곳으로 파고드는 타구로 홈런 못지않게 큰 타구였다. 다른 구장이었다면 홈런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큼지막했다.
휴스턴의 홈구장인 미닛메이드파크는 좌우가 각각 96m와 99m로 다른 구장에 비해 짧은 편인데 비해서 중앙은 133m에 달한다. 미네소타가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타깃 필드의 125m에 비하면 8m나 길다. 이는 ‘탈의 언덕(Tal’s Hill)’이라 불리는 언덕 때문인데, 휴스턴 사장 탈 스미스의 이름에서 따온 90피트(약 27.4m) 넓이, 경사 30도의 언덕을 말한다.
이곳은 신시내티의 옛 홈구장인 크로슬리 필드 등과 같이 그라운드에 경사가 졌던 예전 구장들에 착안해서 만든 인공 언덕이다. 언덕 꼭대기에는 깃대가 자리하고 있는데, 박병호의 타구는 중견수의 키를 넘어 이 깃대까지 굴러갈 정도로 멀리 뻗어 나갔다. 휴스턴은 지난해 탈의 언덕을 없애고 가운데 담장을 409피트(124.66m)로 좁히는 리모델링 계획을 밝혔으나 비용 문제로 취소됐었다. 계획대로 리모델링이 이루어졌다면 박병호는 2타점 3루타가 아니라 스리런홈런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
전날 데뷔 후 처음으로 득점권에서 적시타를 터트린 박병호는 이 경기에서도 2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여 영양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됐다. 2회 첫 타석부터 지난해 사이영 상에 빛나는 댈러스 카이클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나간 박병호는 3타수 2안타로 타율을 2할 3푼 2리에서 2할 5푼으로 끌어올렸다. 박병호의 활약에 힘입은 미네소타가 휴스턴을 6:2로 제압하고 4연패에서 벗어났다.
경기를 마친 후 박병호는 휴스턴의 선발 투수 댈러스 카이클에 대해 “공 움직임이 좋은 투수고, 체인지업이 좋은 투수라고 알 고 있어서 신경을 썼다. 체인지업을 참아내서 실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다며” 첫 3루타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또한, “팀이 연패를 끊은 것이 좋다. 이길 수 있는 좋은 타점을 올려서 다행이다”라는 말로 기쁨을 전했다.
전날 5경기만에 실점을 기록했던 오승환은 에이스 아담 웨인라이트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시즌 4홀드를 따냈다. 필라델피아와의 홈경기에서 오승환은 7회부터 교체 투입되어 11개의 공으로 세 명의 타자를 가볍게 요리했다. 1.98까지 올라갔던 평균자책점도 1.84로 내려갔고, 세인트루이스는 필라델피아에게 10:3으로 승리했다.
한편, 시애틀의 이대호와 LA 에인절스의 최지만은 선발 명단에 오르지 못한 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고, 볼티모어의 김현수는 경기가 없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