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야구를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도 하거니와 투수 하나가 경기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그날 선발 투수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도박사들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타자들의 경우 매일 비슷한 라인업인데 비해서 투수는 로테이션 주기가 있으니 아무래도 야구에서 가장 큰 변수라고 할 수 있었다.
각팀마다 에이스들이 출동하는 날은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확률이 커지게 된다. 연패를 거듭하던 팀도 모처럼 연패를 끊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류현진이 뛰던 2012년 한화는 하반기 들어 패-패-패-패-승의 행진을 이어갔었다. 매번 패하다가도 류현진이 나서는 날에는 승리하곤 했던 것이다. 야구에서는 투수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 시즌 개막 이후 6연승을 달렸던 두산의 니퍼트가 무너졌다. 7일 잠실 롯데 전에서다. 6.2이닝 동안 피안타 5개와 사사구 4개로 2실점하는데 그쳤지만, 타자들이 단 한 점을 내지 못해 0:5로 완패하고 말았다. 선두를 질주하며 홀로 독주할 것만 같았던 두산의 최근 3연패는 갑작스럽기만 하다. LG, 롯데 등 중위권 팀에게 당한 패배라 더욱 쓰라리기도 하다.
하지만 기아 양현종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야겠다. 고척 돔에서 넥센과 경기를 가졌던 기아는 중반까지 시소게임을 펼쳤으나 7회말 실책 하나가 빌미가 되어 결국 3:4로 패하면서 이번에도 양현종에게 승리를 안겨주지 못 했다. 4월에 다섯 경기와 5월에 두 경기 등 벌써 7경기 째다. 이 정도면 에이스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이 경기에서 양현종은 홀로 8이닝을 버텼고 3자책점(4실점)에 그쳤다. 그러고도 돌아온 것은 완투패였다. 아무리 마운드에서 팔이 빠져라 던져봐야 남는 게 없다는 말이다. 2012년 꼴찌였던 한화도 류현진에게 그처럼 박대하지는 않았었다. 방망이의 지원을 받지 못 했던 류현진의 그해 평균자책점은 2.66이었고 9승 9패를 기록했었다.
올 시즌 양현종은 7번 선발로 등판해서 6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있다. 4월 1일 NC와의 개막전에서만 6이닝 4실점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3자책점 이내에 머물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완벽에 가깝다고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아 타자들의 방망이는 양현종의 실점보다 더 적은 득점으로 양현종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전체 144경기 중에서 5명의 선발 투수가 맡아야 할 경기는 약 28경기 정도다. 부상이나 기타 악재가 없을 경우에 한한다. 이제 7경기를 치렀으니 양현종으로서는 앞으로 약 20경기 정도 출전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이제부터라도 승수를 쌓아간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수도 있으련만, 양현종의 앞길을 막는 것은 상대 타자가 아니라 기아 타자들이라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