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던가. 타선의 침묵으로 좀처럼 승리를 챙기지 못하던 양현종이 드디어 시즌 첫 승을 올렸다. 13일 광주 한화 전을 통해서다. 8번의 도전 끝에 얻어낸 감격적인 첫 승이었다.
그동안 양현종은 7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 6번과 평균자책점 3.51의 기록으로도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었다. 9이닝당 평균 득점 지원이 2.40에 불과할 정도로 타선이 도와주지 않은 탓이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서 가장 낮은 득점 지원이었다. 4월 20일 광주 삼성 전에서는 8이닝 동안 1점만 내주고도 승리하지 못했고, 5월 7일 고척 넥센 전에서는 8이닝을 완투하고도 패전의 멍에를 짊어져야 했었다.
꼴찌 한화와의 경기라고 해서 양현종이 손쉽게 따낸 승리라고는 할 수 없었다. 양현종은 7이닝 동안 한화의 25타자를 상대하며 103개의 공을 던졌다. 피안타 3개와 사사구 2개를 허용했고 실점은 하지 않았다. 문제는 역시 타선이었다. 한화 선발 로저스로부터 기아 타자들이 기록한 안타는 6개였다. 윤규진과 권혁에게서는 단 하나의 안타로 얻어내지 못 했다.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심동섭이 대타 신성현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두 곽정철이 내보낸 2명의 주자에게 득점을 허용했다. 불길한 기운도 없지 않았지만 심동섭과 홍건희, 김광수로 이어진 계투진이 동점이나 역전까지는 허용하지 않았다. 1회 김태균의 실책이 없었다면, 강한울의 추가 득점타가 없었다면, 8회 2사 1-2루에서 김경언의 판정이 세이프에서 아웃으로 뒤집히지 않았다면 양현종의 8번째 도전도 승리로 기록되지는 못 했을 것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양현종은 “나는 마음고생을 안 했다. 오히려 타자들이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다. 점수를 내주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그동안 잘 안돼서 자책하는 모습을 봤고, 마음이 아팠다. 제발 다들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면서 “승리에 집착하지는 않았다. 아까 말한 대로 타자들이 되려 더 고생했다. 내게 ‘꼭 쳐주겠다’는 말도 많이 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1승도 했으니 편하게 하길 바란다. 나도 편하게 하겠다”는 말로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5월 13일 현재 양현종은 평균자책에서 7위(3.07), 탈삼진 10위(36개)에 머물러 있으나 소화한 이닝 수(55.2)에서는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만큼 성실하게 마운드를 지켜왔다는 의미다. 양현종에 이어 SK 김광현(53이닝), NC 해커(51.2이닝), 롯데 레일리(51.1이닝) 등이 뒤따르고 있지만, 그들이 거둔 승수는 각각 5승, 6승, 4승이다. 양현종에게 불운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