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주고 마음도 준 그녀의 S다이어리

S다이어리1

화장실에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한다. 급한 볼일이 생겼을 때는 간이라도 떼어줄 것처럼 하다가도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이 말을 남녀 간의 연애 문제에 대입시킨다면 모텔에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들어가기 전에는 하늘에서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기고는 일을 치르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달라지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성향이 그렇기에 어른들은 여자들의 몸가짐을 강조하곤 한다. 몸을 주면 다 준 것과 다르지 않은 이유에서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남자로 하여금 ‘내 여자다’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 주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여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흘러간다. 갑과 을의 위치가 정반대로 바뀌는 것이다. 여자가 더 영악해져야만 하는 이유다.

29살의 잡지사 기자 진희에게도 그런 아픈 상처가 있다. 그녀를 거쳐 간 남자들이 남긴 상처다. 첫사랑은 성당에서 만난 오빠였고, 두 번째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만난 과 선배였으며, 세 번째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몸을 내던지다시피 하다 만난 연하의 애송이였다. 그녀가 사랑했고 그래서 그들에게 몸까지 주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모두 그녀를 두고 떠나간 남자들이다.

그런 진희가 아직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남자들은 왜 잠자리를 하고 나면 달라질까 하는 점이었다. 순수해 보였던 첫사랑의 성당 오빠도 그랬고, 열정적이었던 과 선배도 그랬으며, 풋풋했던 8살 연하의 애송이 연하남도 그랬다. 자신은 사랑했기에 잠자리 요구까지 들어주었던 것인데 남자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을 성적 노리개 정도로 생각했을지도 모를 그들에게 복수해야겠다는 전의가 생겼다.

대학로 익스트림씨어터2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S다이어리’는 이처럼 자신을 거쳐 간 남자들에 대한 한 여인의 앙큼한 복수극이다. 다소 선정적인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낯붉힐만한 장면도 없거니와 오히려 유쾌한 웃음만 가득한 작품이었다. 출연진은 단 4명에 불과해도 관객들과 자연스러운 소통 속에 공연이 진행되다 보니 한 편의 마당극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게 만든다.

제목에서 이미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2004년 김선아 주연의 영화 ‘S다이어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첫사랑 성당 오빠로는 이현우가, 열정적인 과선배로는 김수로가, 풋풋한 연하남으로는 공유가 출연했었다. 이미 영화를 본 사람은 그때의 인물들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고,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연극을 보고 나서 다시 영화로 보면서 두 작품의 출연진을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지난 29일 출연진은 주인공 진희 역에 김민서, 진희 친구 동순이자 멀티녀 역에 김진여, 첫사랑 성당 오빠이자 애송이 연하남 역에 이준영, 열정적인 과 선배이자 밥맛인 식물전문가 역에 김호준 등 4명의 배우들이 공연을 이끌었는데 공연 내내 배꼽 잡고 깔깔대며 웃어야 했을 만큼 환상적인 팀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특히 감초 역할을 맡은 두 배우 김진여와 김호준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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