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추어탕 집 중에서도 그 집만 찾는 이유가 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추어탕이 맛있기 때문이고 후식으로 자색고구마 주스와 술떡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치즈호박돈가스 때문이다. 미꾸라지 요리인 추어탕 집을 찾는 이유가 돈가스 때문이라니 다소 황당하게 들리기도 하겠지만, 이 집 돈가스를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구색을 갖추기 위해 존재하는 메뉴가 아니라 제대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유에서다.
예전에는 추어탕 집이라면 추어탕만 잘 만들면 됐다. 맛있는 추어탕이 경쟁력 그 자체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추어탕도 추어탕이지만 그 외에도 갖춰야 할 것들이 생겼다. 추어탕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브 메뉴도 그중의 하나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 해도 입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지 않은가. 추어탕을 먹고 싶은 사람도, 추어탕을 먹지 못하는 사람도 함께 찾을 수 있는 추어탕 집이 선택받기에 유리한 건 당연한 일이다.
뜬금없이 추어탕 집 얘기로 서두를 시작한 것은 언론사 블로그가 그처럼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사명이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언론의 역할만 제대로 하면 되지 굳이 블로그까지 필요할까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인터넷 현실을 고려하면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한국의 인터넷은 네이버로 통하게 되어 있다. 검색 시장 점유율에서도 독보적이지만 메일, 블로그, 카페와 같은 서비스에서도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또 있다. 바로 뉴스의 유통이다. 네이버에서는 100여 개가 넙는 매체의 기사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와 같은 중앙일간지는 물론이고 방송/통신사, 경제지, 잡지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시쳇말로 없는 것만 빼고 다 있으니 네이버에 가면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현실에서 언론사 닷컴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네이버에 주도권을 넘겨준 사태에서 뉴스로만 승부해서는 네이버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급스럽게 매장을 꾸미고 서비스 수준을 높인다 해도 찾아오는 고객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고객을 끌어들이려면 다른 곳에서 접하지 못한 메뉴를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블로그는 상당히 쓸모있는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정해진 소수가 아니라 다수가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읽을거리가 풍성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조선닷컴 블로그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중에 전쟁과 무기 전문가 어거스트의 군사세계 블로그(blog.chosun.com/xqon)에는 네이버에서는 접할 수 없는 밀리터리 이야기로 가득하기에 밀덕(‘밀리터리 오덕후’의 줄임말로, 군대나 총기 정보에 대한 광팬 또는 매니아를 뜻한다)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항공기 전문가 김동주 원장의 여행이야기 블로그(blog.chosun.com/drkimdj) 또한 조선닷컴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김동주 원장은 해박한 항공기 지식을 바탕으로 항공 사고 발생 즉시 관련 내용을 꼼꼼히 정리해 주기도 한다. 카세트보이의 워크맨 연대기 블로그(blog.chosun.com/jh3164)에는 이젠 추억이 된 소형 카세트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으므로 그 시절을 살았던 남자들에게는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네이버가 블로그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블로그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오늘날 한국 인터넷을 호령하는 골리앗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지식인과 카페 못지 않게 블로그도 큰 역할을 해주었다. 네이버가 제휴를 통해서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와 달리 지식인과 카페, 그리고 블로그는 네이버가 스스로 일구어온 주요한 자산이다. 다른 검색엔진의 접근을 막는 것도 그때문이다. 가두리 양식장 같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절대가치인 것이다.
언론사닷컴의 경쟁력은 당연히 뉴스에 있다. 빠르고 신속하며 정확한 보도가 언론사닷컴 최고의 가치라고 할 것이다. 이는 언론사닷컴의 사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더 많은 뉴스를 생산하겠다고 기자를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일이지 않은가. 예전에는 한 사람이 열 마디를 해야 했다면 이제는 열 사람이 한마디씩만 해도 된다. 백 사람이라면 더 많은 말이 오가게 될 것이다. 블로그는 분명 언론사에도 도움이 되는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