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동점까지 따라붙었고 무사 만루의 역전 기회까지 잡은 시애틀이었다. 4번 타자 넬슨 크루즈와 5번 타자 카일 시거 등 팀을 대표하는 중심 타자가 대기하고 있었으니 역전은 기정사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향하고 있었으므로 사실상 결승점이 될 수도 있었다. 그 누구도 이 기회가 무산되리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갔다. 투볼에서 세 개 연속 파울만 치던 크루즈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시거도 다르지 않았다. 원볼 원스트라이크에서 두 개의 공을 지켜만 봤고, 그 두 개의 공은 스트라이크였다. 무사 만루에서 4번 타자와 5번 타자가 모두 허무하게 삼진을 당했으니 시애틀로서도 득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칫하면 분위기가 신시내티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때 스캇 서비스 감독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이대호였다. 애덤 린드 대신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의 표정은 밝았다. 신시내티 세 번째 투수 토니 싱그라니의 초구는 바깥쪽에 낮은 스트라이크였고, 두 번째 공 역시 바깥쪽으로 들어왔다. 94마일(151km)짜리 빠른 공이었다. 이대호는 무리하지 않고 가볍게 밀어 쳐 우익수 방향으로 날렸다. 시애틀이 그토록 기다렸던 역전 결승타의 순간이었다.
21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신시내티와 원정경기를 치른 이대호는 7회 대타로 나와 2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7:3으로 앞서던 9회에는 좌측 솔로포로 승리에 쐐기를 박기까지 했다. 자신의 여섯 번째 홈런이었다. 이대호의 타율은 2할 7푼 3리로 올랐고 장타율도 .922로 높아졌다.
시애틀의 스캇 서비스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2회 빅이닝 찬스가 있었지만 놓쳤다. 하지만 경기 후반에 좋은 타격이 이루어졌는데 이대호가 7회 2타점 적시타로 큰 것을 해줬다. 어려운 상황에서 강속구에 맞춰 밀어 쳤다 “9회 홈런은 금상첨화였다”는 말로 적시타와 쐐기포를 터트린 이대호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 4월 10일 종아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추신수는 40일 만에 그라운드에 나서 출루 머신다운 선구안을 과시했다. 휴스턴과의 원정경기에서 1번 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 모두 볼넷을 골랐고, 홈까지 밟아 팀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그러나 3회 2루에서 홈으로 달리는 도중 햄스트링 통증으로 3회 수비부터 루아로 교체됐다. 다행히 추신수는 큰 부상은 아닌 걸로 알려졌다.
콜로라도와 홈에서 경기를 치른 피츠버그와 홈에서 토론토와 만난 미네소타는 강정호와 박병호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시켜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피츠버그는 콜로라도를 2:1로 물리쳤지만 미네소타는 토론토에게 3:9로 속절없이 패했다. 세인트루이스도 애리조나에게 7:11로 패하면서 오승환은 등판하지 않았고, 김현수가 결장한 볼티모어는 LA 에인절스를 9:4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