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만 자고 헤어지는 남녀가 있다. 일명 원나잇 스탠드 커플이다. 만나고 헤어짐에 있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서로가 원해서 하룻밤을 보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억지로 강요한 것도 아니고 돈으로 매수한 것도 아니다. 서로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헤어지는 것이다. 간밤의 일들은 그저 기억의 일부로만 남을 뿐이다.
여기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두 남녀가 있다. 여자는 신랑의 아기까지 가졌다가 지운 채 버림받은 비운의 여인이고, 남자는 신부의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의 친아빠일지도 모르지만,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난 신부에게 차인 남자다. 신랑에게 버림받은 여자와 신부에게 차인 남자. 그런 개 같은 사연들을 안고 참석한 결혼식이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결혼식에 축복보다는 저주를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여자는 신랑에게 복수하고 싶었고 남자는 신부에게 받은 상처를 해소하고 싶었다. 그를 위해 여자는 자신의 몸을 신랑의 후배에게 던지고자 했고, 애써 외면하던 남자는 끝내 온몸으로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그와 그녀의 발칙한 원나잇이 성사되는 순간이다. 그리고는 격렬한 몸짓으로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다. 그야말로 ‘뼈와 살이 타는 밤’이라고 하겠다.
대학로 소리아트홀 1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극적인 하룻밤’은 이처럼 다소 자극적인 내용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뜨거운 키스는 기본이고 남녀 배우의 은밀한 속살과 속옷까지도 내비친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들이 낯뜨겁거나 흉하기는커녕 오히려 즐겁고 유쾌하게 다가온다. 이유 없이 벗기는 에로 장르가 아니라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헐벗은 두 남녀의 재치있는 표현들로 인해 장내에 폭소가 터지기도 한다.
이 작품의 출연진은 두 명에 불과하다. 100분의 시간 동안 그 흔한 멀티맨 하나 없이 둘이서만 이끌어 간다. 남자 한정훈 역에는 김성준과 김정호가 맡았고 여자 정시후 역에는 채송화와 한초아가 교체 맡았다. 주로 김성준은 한초아와 짝을 이루고 김정호는 채송화와 짝을 이루는데 3월 21일 딱 한 번 김성준과 채송화가 짝을 이룬다. 그마저도 5시 공연만 그럴 뿐 8시 공연에는 다시 한초아가 김성준의 짝이 된다.
내가 공연장을 찾았을 때에는 김정호와 채송화가 각각 한정훈과 정시후의 역할을 맡았는데 두 배우에게 홀딱 빠질 정도로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키 크고 몸매 좋은 김정호도 그렇지만 예쁘고 사랑스러운 채송화에게 헤어나올 수 없었다. 더구나 맨 앞줄에 앉아서 지켜봤으니 그녀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100분을 유쾌한 흥분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작품이었다. 끝나고 나서 배우들과 기념사진이라도 찍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