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만화공모전과 쩨쩨한 로맨스

쩨쩨한로맨스2

누군가는 말했다. 한 번도 안 한 여자는 있어도 한 번밖에 안 한 여자는 없다고. 20대 후반의 다림(허혜리)은 말하자면 전자에 속한다. 어려서는 자랑스러웠던 처녀성이건만 어느덧 자신의 처녀성에 부담을 느껴야 하는 나이가 되고 말았다. 그 나이가 되도록 경험이 없다고 한들 누가 믿어줄 리도 만무하거니와 그동안 뭐했느냐며 오히려 면박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쩨쩨한 로맨스’의 야릇한 해프닝은 바로 그녀의 처녀성에서 비롯된다. 먹고 살기 위해 잡지사 계약직으로 취직했으나 워낙 성적 경험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글을 써내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해야 하는 잡지사로서는 그녀의 피상적인 글이 불만일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잡지사에서 짤리는 변고까지 당하고야 만다.

그런 그녀가 선택한 것은 만화가 정배(조완기)의 스토리 작가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남자에 대한 경험만 없을 뿐 글빨은 자신이 있었으니 충분히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만들어 내야 하는 스토리는 자극적인 성인만화였으니 그녀로서는 최대한 경험이 풍부한 여자로 위장하는 수밖에 없었다. 경험도 없는 그녀가 과연 제대로 된 성적 판타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성인 만화의 소재인 성적 판타지를 주제로 하는 성인 대상 연극이지만 이 연극은 그리 낯뜨겁지가 않다. 오히려 유쾌한 웃음이 만발하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남자와는 단 한 번도 잠자리 경험이 없으면서 뻔뻔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다림이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남자들의 물건이 모두 팔뚝만 하지 않느냐며, 자신이 만난 남자들은 다 그랬노라며 팔뚝을 치켜드는 모습 또한 귀엽기 그지없다.

연극 ‘쩨쩨한 로맨스’는 최강희, 이선균 주연의 영화 ‘쩨쩨한 로맨스'(Petty Romance, 2010)를 떠올리게 만든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그 영화를 떠올린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은 영화를 연극무대로 옮긴 작품이기 때문이다. 만화가인 이선균의 역을 조완기를 비롯한 3인이 맡고 있고, 스토리 작가인 최강희의 역을 허혜리 외 2명이 맡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모두 4명의 배우가 등장하는데 주인공인 정배(조완기)와 다림(허혜리) 외에도 정배의 친구 해룡과 멀티남으로 등장하는 이대호와 다림의 친구 경선과 멀티녀로 등장하는 김민지의 맹활약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김민지의 환상적인 몸매가 드러날 때면 남성 관객뿐만 아니라 여성 관객들까지도 탄성을 내뱉게 된다. 몸매 좋고 얼굴도 고운데 연기까지 잘하니 그야말로 천하의 명기가 따로 없겠다.

‘쩨쩨한 로맨스’를 이미 영화로 본 사람이라면 스토리 전개에 있어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자신도 객석에 앉아 영화와 같은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적잖이 당황했었다. 하지만 무대는 스크린과는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영화가 개봉된 지 이미 3년이 지났기에 새삼스러운 부분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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