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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달라스바이어스클럽9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약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통보받게 된다면 그러한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럴 리 없다며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사람으로 나뉠 것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남은 시간을 신변정리를 위해 쓸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더 방탕하게 살 게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 2013)에 등장하는 론 우드루프의 경우에는 후자에 속한다.

잠시 실신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론은 의사로부터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의 원인 바이러스인 HIV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왔고 현재의 몸 상태로 보아 약 30일 정도밖에는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술과 담배와 마약에 쩔어 살기는 했어도 평소 로데오로 다져진 몸이었으니 건강 하나는 자신하던 론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남은 시간은 30일에 불과했지만 론은 그 기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결과를 믿지 않는 이유에서다. 평소 그의 섹스 상대는 여자뿐이었다. 남자끼리 섹스하는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성격이다 보니 에이즈에 걸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론이 자신의 검사 결과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예전처럼 술과 담배와 마약과 여자를 끼고 살았다.

하지만 30일이라는 숫자가 주는 압박은 작지 않았다. 더구나 몸도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게 느껴졌다. 결국,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해 알아보던 론은 에이즈가 반드시 남자와의 동성애로만 전염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독하지 않은 주사기로도 옮을 수 있고 섹스할 때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직업여성과의 성관계 사실이 떠올랐던 것이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남자와 그가 벌인 투쟁에 대해 그리고 있다. 그가 맞서 싸우는 대상은 가깝게는 에이즈라는 질병이지만 대상을 확대하면 에이즈에 대한 일반의 편견과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의 부당한 대우라고 할 수 있다. 불과 30일밖에는 살지 못할 거라던 남자는 그 후로도 무려 7년이나 생존했는데, 이 영화는 그 7년간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에이즈라는 질병과 싸우기 전에 론은 먼저 사회적 편견과 맞서야 했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에이즈는 호모나 게이, 즉 동성애자에게 걸리는 천벌이라고 치부되던 시대였던 탓이다.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을 벌레 보듯 하는 시선도 무리가 아니었다. 침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고 믿을 정도였으니 사회생활은 거의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친한 친구들도 멸시에 찬 시선을 보내기 일쑤였다.

또한 환자들을 실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의료기관도 문제다. 제약회사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의사들도 환자를 살리기보다는 신약 판매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들에게 에이즈 환자는 살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신약 개발을 위한 실험용 대상에 불과했다. 죽어가던 론이 병원의 치료를 거부하고 멕시코에서 희망을 찾았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사라고 다 사람을 살리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에이즈 치료에 효과적인 약이 있음에도 미국 식품의약청인 FDA에서 승인하지 않으면 쓸 수가 없게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고발한다. 그러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FDA냐고 묻는다. 정식으로 들여올 수 없는 약을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나들고 밀수입도 하지만 론이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그에게서 어쩔 수 없이 약장수 냄새가 풍긴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 제목인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론이 에이즈 환자들에게 약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회원제 단체 이름이다.

지난 2014년 3월 3일(한국 시간) 열렸던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화제의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 2013)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아메리칸 허슬'(American Hustle, 2013)의 크리스찬 베일을 따돌리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다. 그리고 또 한사람, 남우조연상의 자레드 레토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에서 선택을 받았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아카데미가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왜 매튜 맥커너히의 손을 들어주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무려 20KG이나 체중 감량을 할 정도로 철저히 론으로 변신했다. 그와 더불어서 자레드 레토의 특별한 매력에 빠지게 되는데, 남자가 보기에도 사랑스러울 정도였다. 매튜 맥커너히의 열연도 볼만했지만 자레드 레토가 없었다면 이 영화가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었을지 생각하게 만든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 2013)
드라마 | 미국 | 117분 | 2014.03.06 개봉 | 감독 : 장 마크 발레
출연 : 매튜 맥커너히(론 우드루프), 제니퍼 가너(닥터 이브 삭스), 자레드 레토(레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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