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결과론이다. 결과가 좋으면 최선의 선택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최악의 선택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신의 수와 악의 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원하는 면이 나오면 행운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행이 되는 결과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건 결과가 나와봐야 알게 되고 그 결과로 판단하게 된다.
25일 고척 경기에서 한화는 9회말 넥센 주자(유재신)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가게 되자 김하성을 고의사구로 거르는 결정을 내렸다. 투아웃이기는 해도 유재신이 전문 대주자로 발이 빠르고 김하성도 컨택 능력이 있다 보니 짧은 타구에도 동점을 내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김하성 다음 타자가 홍성갑이라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김하성과 어렵게 가느니 홍성갑과 쉽게 가는 게 상책이라 본 것이다.
일단은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후 그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우고 있는 김하성보다는 경기 경험이 적은 홍성갑이 상대적으로 편한 게 사실이기는 하다. 아무리 정우람이라 해도 만의 하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리하게 김하성과 승부하다 보면 의외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홍성갑에게서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무리 정우람이 백전노장이고 홍성갑의 경기 경험이 일천하다고 해서 100% 정우람에게만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확률로만 따지면 김하성보다 홍성갑을 상대할 때 정우람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그 선택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타석에 들어선 홍성갑은 초구부터 노렸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물로 본 상대에게 일침을 놓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넥센으로서는 최선의 상황이, 그리고 한화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나왔다. 홍성갑의 타구는 우익수 앞까지 굴러갔고 동점 주자 김하성이 홈 베이스를 밟기에 충분했다. 안타를 치고 1루로 달리던 홍성갑이 “나도 할 수 있다”며 외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9회초까지 8:7로 앞서던 경기는 9회말 투아웃에서 8:8 동점이 되었고 2사 1-2루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건창까지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 2사 만루까지 되었다. 정우람은 이택근을 맞아 초구를 변화구로 상대했으나 공은 원바운드로 튕겨 나갔다. 끝내기 폭투였다. 김하성을 거르고 홍성갑을 선택한 대가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결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