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앞바다를 질리도록 감상할 수 있는 태종대 전망대에서 내려와 신선대와 자갈마당에서 신선놀음을 즐기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될 것이다. 가기 싫어도 가야만 하는 게 인생.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일어서면 전망대로 올라갈 길이 막막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내려오기도 벅찬 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쉬엄쉬엄 올라가는 게 좋겠다.
하지만 태종대 유람선도 고려해볼 일이다. 태종대 순환길을 걸어서 또는 다누비 열차를 타고 완주하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지만, 신선대와 자갈마당의 좋았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다면 좋았던 기억은 사라지고 오히려 힘들게 다녀온 기억만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마저 공염불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유람선은 두 가지 코스가 있는데 태종대 입구에서 출발해서 영도 등대에 내렸다가 돌아오는 코스가 하나이고 영도 등대에서 출발해서 태종대 입구로 돌아오는 코스가 다른 하나다. 태종대 입구에서 탈 경우에는 태종대 앞바다를 한 바퀴 돈 후 영도 등대에서 내려주는데 거기에서 태종대 전망대에 들렀다가 내려오면 다시 태종대 입구로 데려다 준다. 영도 등대에서 탑승할 경우에는 반대로 태종대 앞바다를 한 바퀴 돈 후 태종대 입구로 향한다.
요금은 두 가지 모두 1만 원이다. 그러다 보니 왠지 영도 등대 출발 코스가 더 손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유람선에 오르면 생각이 달라진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런 손익계산을 모두 날려보내기 때문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유람선도 운치 있지만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태종대도 근사하다. 원래는 오륙도 앞까지 갔었는데 그 일대가 보호구역으로 묶이면서 멀찍이서 돌아와야 한단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 봐도 대답없는 내 형제여’라는 조용필의 노래를 생각하면 무척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