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터널이라는 말은 언제나 설레게 만든다. 배 타고 가야 하는 길을 차 타고 다녀올 수 있다는 말이 아니던가. 바다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터널을 뚫고 달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바닷속이 바다 밑을 의미하다 보니 다른 일반 터널과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바닷속을 달리고 있는 것인지 일반 터널을 달리고 있는 것인지도 헷갈릴 정도다.
부산에서 우연히 거가대교 방향으로 들어섰을 때 묘한 호기심이 동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부산 가덕도에서 거제도 유호리까지 무려 8.2㎞를 달릴 수 있는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모처럼의 부산 나들이의 추억을 더욱 진하게 남겨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도 했다. 거제도에 볼 일도 없으면서 무작정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였다.
시작은 좋았다. 광안대교처럼 바다 위을 달리는 기분도 좋고 바다를 달리며 바라보는 경치도 좋았으며 때마침 시작된 노을도 좋았다. 떠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요금소에 들어서면서 느낌이 이상했다. 잠시 다녀오기에는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에서였다. 통행료가 무려 1만 원이었고 다시 되돌아와야 하니 합이 2만 원이었다. 순간의 선택이 치러야 하는 댓가인 셈이었다.
그러한 불길한 느낌은 해저터널에 다가갈수록 더해갔다. 바다를 달리고 있다는 아무런 기분도 들지 않았고 강원도의 어느 긴 터널을 달리고 있다고 생각될 뿐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따금씩 해저 몇백미터 아래인지를 알리는 표시(전광판)였는데 그다지 실감 나지도 않았다. 거제도에 일이 있어 가는 길이라면 의미라도 있겠지만, 그저 거가대교가 신기해서 달리기에는 다소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석양의 댓가치고는 너무 비싸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