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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연예계 성상납 그리고 노리개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연예계 성상납 그리고 노리개

노리개1

여자들에게 노리개란 ‘몸치장으로 한복 저고리의 고름이나 치마허리 따위에 다는 물건’ 또는 ‘심심풀이로 가지고 노는 물건’을 뜻하지만, 남자들에게 노리개란 ‘장난삼아 데리고 노는 여자’를 말한다. 같은 단어라고 해도 그 의미는 정반대인 셈이다. 게다가 남자들에게 통용되는 노리개란 상당히 부정적이고 불쾌한 의미로 쓰이기도 하다. 그 불쾌한 단어가 제목인 영화가 있다.

마동석 주연의 영화 ‘노리개’는 제목에서 암시하는 바와 같이 남자들에게 짓밟힌 불쌍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와 동시에 불쌍하게 죽어간 여자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기에 그저 소문으로만 떠돌던 연예계 성상납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영화로 다분히 사회 고발의 성격이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회 고발 형식의 영화는 대부분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관객들의 분노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폭력을 고발하는 영화라면 더 잔인하게 폭행당하도록 묘사해야 하고 부당 착취를 고발하는 영화라면 더 악랄하게 착취당하도록 묘사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폭력을 고발한다면서 오히려 영화가 더 폭력적인 모순이 생기게 된다. 이런 영화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노리개’도 다르지 않다. 성상납이라는 은밀하고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만큼 여기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부분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할수록 보는 이들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오게 될 것이다. 짐승만도 못한 인간에게 힘없이 당하기만 하는 여인이 불쌍하기도 하고 여자의 육체를 단지 욕정을 채우기 위한 대상으로만 이용하는 남자의 극악무도함에 치가 떨리는 까닭에서다.

하지만 문제는 적절한 수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노출을 극대화하고 정사 장면을 노골적으로 표현한다고 해서 관객들의 분노가 반드시 그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소 부족하게 묘사된다면 관객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하게 될 것이고, 적당한 선을 넘어서게 되면 에로영화, 일명 벗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적당한 수위를 유지한 다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그런 우려에서 볼 때 영화 ‘노리개’는 후자에 가깝다. 일단, 연예계 성상납이라는 팩트에서 시작은 하지만, 그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이유에서다.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가정에서 비롯되다 보니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장자연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겠지만, 그 역시 모티브만 얻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주제의식이 다소 불분명해 보인다. 연예계의 은밀한 성상납 실태를 고발하고자 하는 듯 보이지만 그 실체가 애매한 탓이다. 연예인 지망생에게 성상납을 강요한 기획사 대표와 성상납을 받아먹은 언론사 대표가 등장하지만 어디까지나 설정에 불과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으므로 그저 픽션인 셈이다.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슈를 노린 기획 상품으로 보이게 만드는 이유에서다.

영화는 이루지 못한 채 짓밟힌 여인의 꿈을 말하고 싶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연예인이 되기 위해 몸을 파는 여자로 묘사되었다는 점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상당히 노골적이고 변태스러운 정사 장면이 포함되었다는 점은 여주인공을 두 번 죽이는 일이기도 했다. 흥행이라도 되서 영화 ‘도가니’처럼 전국민의 관심을 얻기라도 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저 자극적인 영화로만 기억될지도 모른다.

노리개(2013)
드라마 | 한국 | 95분 | 2013.04.18 개봉 | 감독 : 최승호
출연 : 마동석(이장호), 이승연(김미현), 민지현(정지희), 이도아(고다령), 서태화(이성렬), 기주봉(현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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