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지만 저마다 가슴 속에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살기 마련이다. 아프지 않은 척하기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저 반창고 하나 붙여놓고 아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영화 ‘반창꼬’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만남을 그린 이야기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소방관 강일(고수) 앞에 흉부외과의사 미수(한효주)가 나타나면서 이들의 어울리지 않는 밀땅이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한 강일은 밀어내는 쪽이고 순수하지 못한 흑심을 품고 달려드는 당찬 여자 미수는 들이대는 쪽이다.
강일과 미수의 만남은 장난처럼 시작되었지만, 미수는 강일의 아픔을 감싸주는 반창꼬가 되어준다. 그리고 사고현장에서 다친 사람들은 구하면서 정작 자신의 아내는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던 강일은 그 반창꼬에 의지해 비로소 새로운 사랑에 마음을 열게 된다.
한때 대일밴드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반창고’는 대부분 가벼운 상처에 필요로 한다. 그런 만큼 이 영화도 심각하지 않고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 말은 곧 화끈한 재미는 없어도 잔잔한 재미는 있다는 말이다. 다만 스토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투적인 요소들을 잘 버무렸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주연을 맡은 고수와 한효주 외에도 조연들의 호연도 볼만하다. 소방대장 역을 맡은 마동석은 여전히 터프한 매력을 과시하고 있고 뺀질이 용수 역의 김성오는 섹스만 밝히던 ‘나의 PS파트너’에서와는 달리 특유의 마성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중견배우 정진영과 양동근까지 특별출연으로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미수의 오진으로 뇌사상태에 빠진 여인의 남편 역을 맡은 조연 배우의 연기가 가장 압권이다.
흔히 한국 영화나 드라마는 사랑이야기로 끝난다고 혹평받기도 한다. 의학드라마는 병원에서 사랑하는 이야기이고 학원드라마는 학교에서 사랑하는 이야기이며 기업드라마는 회사에서 사랑하는 이야기라고. 그에 비해 이 영화는 소방서에서 연애를 하기는 하지만 소방관의 일상이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들의 활약에 눈물을 찔끔 흘리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제목의 반창고는 그리 큰 부분을 차지하지 못한다. 딱 한 번 가벼운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장면이 나올 뿐이다. 하지만 반창고라는 상징적인 의미는 작지 않을 것이다. 상처가 아물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독이나 치료만큼이나 외부 병균과 격리시켜주는 반창고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찮아 보일지라도 어쩌면 치료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도 있겠다.
반창꼬(2012)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한국 | 120분 | 2012.12.19 개봉 | 감독 : 정기훈
출연 : 고수(강일), 한효주(미수), 마동석(소방서 반장), 김성오(용수), 쥬니(현경), 진서연(하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