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가 커봤자 얼마가 크랴 싶었다. 빅버거라는 이름이 붙었다지만 그래 봤자 다른 버거의 1.5배 정도에 불과하지 않을까 생각됐었다. 맥도날드의 빅맥이 그렇고 버거킹의 와퍼가 그렇지 않던가. 하지만 직접 보니 믿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주 황금륭 빅버거는 그야말로 초대형 사이즈의 버거였던 것이다.
황금륭 빅버거의 크기는 대략 지름이 30cm에 두께는 8cm 정도란다. 피자처럼 커팅해 주지 않는다면 자르는 것만도 일이 될듯싶다. 둘이서 다 먹기에는 상당히 무리(커플버거가 있기는 하지만)이고 셋이나 넷이서 먹어야 그나마 해결이 가능하겠다. 물론 먹다 남은 버거는 포장도 가능하므로 무식하게 다 먹겠다고 덤빌 필요는 없다.
소문이 소문을 낳으면서 사람들이 몰리자 황금륭 빅버거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에 있는 1호점에 이어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2호점을 열었다. 1호점이 남서쪽 관광에 들르기 유리하다면 2호점은 한라산을 끼고 도는 1131번 도로에 있으므로 동부 쪽으로 관광할 때 들르면 좋다.
특히, 2호점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예이츠 산장이라는 곳이다. 이름처럼 유럽풍으로 멋들어지게 지어진 펜션 단지로 마치 해외 휴양지처럼 한적하고 아늑한 곳이었다. 황금륭 빅버거를 먹어보겠다고 나선 길이었는데 오히려 예이츠 산장에 더 반하고 돌아가는 것도 무리가 아닐 터였다.
그럼 다시 황금륭 빅버거로 돌아와서 도대체 맛은 어떨까?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게 썩 훌륭한 맛은 아니었다. 사과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은 신선했으나 패티에서 돼지고기 냄새가 나는 건 의외였다. 그러다 보니 버거라기 보다는 그냥 샌드위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가격은 빅버거가 20,000원(3,4인용, 8조각)이고 커플버거는 12,000원(2인용, 4조각)이다. 여기에 제주산 유기농이라는 감자튀김은 5,000원이고 상큼한 키위 드레싱의 샐러드는 5,000원이다. 탄산음료는 2,000원씩이며 허브향이 가득한 허브차는 무료로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이곳은 셀프로 운영되다 보니 우왕좌왕하는 감이 없지 않다. 평일 낮이어서 그나마 한적했기에 망정이지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번호표를 받아들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는 원망의 글도 눈에 띈다. 어떤 이는 2시간 가까이 기다렸다고 하니 대기 인원이 많다면 정원만 돌아보다 그냥 돌아서는 게 현명할런지도 모르겠다.
사실 빅버거의 맛은 실망스러웠으나 이색적인 호기심을 해결했다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래도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이 아니던가. 다만, 황금륭 빅버거를 찾아왔다가 예이츠 산장을 알게 된 점은 작은 소득이었다. 다음 제주여행에는 이곳에서 머물러 보기로 마음 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