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도 없이 손님이 알아서 차를 준비하고 다 마신 다음에는 스스로 정리하며 비용까지 양심껏 내는 곳이 있다. 일명 무인카페라는 곳이다. 제주 ‘유리의 성’에서 ‘생각하는 정원’으로 달리다 보면 만날 수 있는 ‘5월의 꽃’도 그처럼 주인 없이 운영되는 카페다. 무인카페라는 묘한 호기심이 느껴지지 않는가.
‘5월의 꽃’은 온통 하얀색으로 꾸며져 있어서 마치 그리스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지붕도 하얗고 벽도 하얀색이며 심지어 입구 앞에 있는 파라솔과 의자도 모두 흰색이다. 더불어서 돌담도 하얀색이다 보니 그냥 지나칠래야 지나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멀리서 보면 정말 동화 속의 어디쯤인듯한 착각에 빠지도록 만든다.
무인카페에 들어서게 되면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미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 때문이다. 셀프서비스에 익숙해 있다 하더래도 정말 주인이 없는 것인가 싶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가운데쯤에 차와 찻잔이 놓여있는 테이블 있는데 마실 차는 여기에서 준비하면 된다. 다방 커피를 제조할 수 있는 커피와 프림과 설탕이 준비되어 있고 녹차와 홍차도 있으며 냉장고에는 쥬스도 있다. 원두커피도 준비되어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된다. 물론 먹은 후에는 꼭 씻어놓는 센스도 잊지 말자.
실내 분위기는 무인카페답게 자유롭다. 여기저기 낙서도 보이고 방문자들이 놓고 간 기념품들도 보인다. 누구는 잠깐의 방문을 기념하기도 하고 누구는 연인과의 사랑을 약속하기도 한다. 그들의 흔적을 엿보는 것도 차를 마시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는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한켠에는 주인장이 남긴 글도 있다. 꿈을 안고 서울에서 내려와 아들을 데리고 손수 2년을 꾸며 지난 5월에 오픈했다고 한다. 법이 없어도 서로를 믿으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주인이 없다 해도 좋은 매너로 이용해 주기를 부탁하고 있었다.
‘5월의 꽃’에는 따로 메뉴도 없고 정해진 가격도 없다. 각자 알아서 계산하는 식이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으니 형편 닿는 대로, 주머니에 있는 대로 내면 된다.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그렇지만 ‘유리의 성’이나 ‘생각하는 정원’에 갈 때 들러서 쉬어가기 좋은 곳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