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추라기들이 후두두 날아오르며 잽싸게 숲 쪽으로 달아났다. 한데 그만 한 마리가 처지고 말았다. 매는 바로 그놈에게 달려들었다. 깃털이 하늘로 흩어지고, 두 마리 새는 한데 엉켜 땅으로 떨어졌다. 매의 날카로운 부리가 메추라기를 연방 쪼아댔다. 잠시 후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 매의 발톱에는 죽은 메추라기가 쥐어 있었다. 매는 다시 산허리 쪽으로 날아가더니 아득히 사라져버렸다.
나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나보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신 걸로 봐서 말이다.
“슬퍼하지 마라, 작은 나무야, 이게 자연의 이치라는 거다. 탈콘 매는 느린 놈을 잡아갔어. 그러면 느린 놈들이 자기를 닮은 느린 새끼들을 낳지 못하거든. 또 느린 놈 알이든 빠른 놈 알이든 가리지 않고, 메추라기 알이라면 모조리 먹어치우는 땅쥐들을 주로 잡아먹는 것도 탈콘 매들이란다. 말하자면 탈콘 매는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 거야. 메추라기를 도와주면서 말이다.”
할아버지가 칼로 땅을 파더니 부드러운 뿌리를 뽑아냈다. 껍질을 벗기자 겨울용으로 비축된 즙이 방울져 솟아올랐다. 그것을 반으로 잘라 두꺼운 쪽을 나에게 주신 할아버지는 다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너도 꼭 알아두어야 하고.”
여기까지 말한 할아버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뺏어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고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그들은 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 그러니 사람들은 그놈의 말과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
출처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중에서(포리스트 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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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포리스트 카터는 5살때 부모를 여의고 인디언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깊은 산 속에서 자라게 됩니다. 그는 할아버지와 함께한 첫번째 사냥에서 자연의 이치를 배우게 되지요.
<… “나이는 대충 다 비슷한 것 같다… 부리 두께를 보면 나이를 알 수 있거든. 우린 세 마리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작은 나무야, 네가 골라보렴.”
나는 그놈들 주위를 빙 돌다가 땅에 털썩 주저앉아서 한놈 한놈 자세히 관찰했다. 그러다가 일어나서 다시 그 둘레를 한바퀴 돌았다. 신중해야 했다. 결국 나는 손과 무릎으로 땅바닥을 짚고 칠면조들 사이를 기어다니면서 비교를 하고 나서야 그중에서 가장 작은 세 놈을 집어낼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머지 세 마리의 다리에 묶인 끈을 풀어주었다. 풀려난 놈들은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저 아래쪽 산허리로 달아나 버렸다…>
가진 것이 많을 수록 더 부족함을 느끼게 되고, 없이도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더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요? 5살짜리 꼬마도 알고있는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우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듯 합니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는 체로키 인디언 할아버지의 말씀이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오늘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살펴보며 감사의 기도를 드려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