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대단하다.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의 영화일 것만 같았던 제목이나 포스터와 달리 스펙터클하고 웅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십자군 원정에 나선 주인공의 활약이 펼쳐지는 전투신에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스케일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한때 흥행배우로서 대단한 명성을 날렸던 니콜라스 케이지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만들어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영화가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초반의 강렬한 인상은 그것으로 끝이었고 그 이후에는 제목이나 포스터처럼 B급 영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방금 전까지 감탄하면서 보았던 그 영화가 맞는지조차 의문스러울 정도다. 어느덧 스펙터클은 서스펜스로 바뀌고 웅장했던 스케일은 어설픈 CG로 대체되기에 이른다.
물론 스토리에 변화가 생겼으니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부분이 십자군 원정에 참여한 기사와 그가 어찌하여 마녀호송단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라면 뒷부분은 마녀와의 관계에 치중해야 하므로 분위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있는 부분이고 납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정이 전혀 치밀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장대한 스케일로 밀어붙였던 앞부분과 달리 스토리에 집중해야 하는 뒷부분에서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스토리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러지를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이다. 이야기는 늘어지고 새롭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긴장감도 없다.
게다가 결말 부분은 황당하기만 하다. 마녀사냥의 희생자일듯싶었던 소녀가 실제는 마녀가 아니라 악마였다는 설정은 판타지를 넘어 B급 호러물로 보이게 만든다. 여지껏 마녀의 누명을 쓰고 끌려가는 소녀에 대한 측은함으로 영화를 지켜보고 있던 관객들에게 반전의 묘미를 안겨주는 게 아니라 참담한 배신을 안겨줄 뿐이다. 감독이 마치 ‘속았지롱~’ 하면서 관객을 비웃는 듯 보일 정도다.
감독은 막판까지 관객으로 하여금 마녀 심판을 받게 될 소녀(클레이 포이)의 정체를 헛갈리게 만든다. 그러면서 관객과 게임을 하고 싶다는 듯 낚시질에만 몰두하면서.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라면 감독과 그런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럴만한 긴장감도 없거니와 그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닌 탓이다. 반전과 낚시질도 구분할 줄 모르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리라.
시즌 오브 더 위치: 마녀 호송단(Season Of The Witch , 2010)
모험,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94분 | 2011.01.13 개봉 | 감독 : 도미닉 세나
주연 : 니콜라스 케이지(베이맨), 론 펄먼(펠슨), 스티븐 캠벨 무어(데벨자크), 클레이 포이(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