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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캐스팅이 불러온 천만 관객, 도둑들

도둑들

300억짜리 초고가 보석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10명의 전문가들이 총출동한다. 줄거리만 보면 그리 신선해 보이지도 않고 구미를 강하게 자극하는 내용도 아니다. 그저 또 하나의 ‘오션스 일레븐(Ocean’s Eleven, 2001)’류 영화가 개봉되나 싶을 뿐이다. 그런데 그 영화가 2012년 7월 22일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7월 25일 개봉한 이래 22일 만이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주연의 ‘도둑들’ 이야기다.

한국영화 오프닝 스코어 신기록(436,628명, 종전기록은 괴물 395,951명)을 세웠던 ‘도둑들’이 이룬 성과는 가히 눈부시다. 이 영화는 개봉 3일 만에 100만을 돌파했고 4일 만에 200만, 6일 만에 300만, 8일 만에 400만, 10일 만에 500만, 11일 만에 600만, 13일 만에 700만, 16일 만에 800만, 19일 만에 900만을 돌파하면서 한국영화로는 역대 6번째로 천만 관객이 선택한 영화가 되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지난 2003년에 개봉했던 ‘실미도’였다. 그리고 이듬해 ‘태극기 휘날리며’가 두 번째 천만 관객 영화가 되었고 2005년 ‘왕의 남자’에 이어 2006년 ‘괴물, 그리고 2009년 ‘해운대’까지 차례로 천만을 돌파했었다. 8월 23일까지 누적관객수 11,581,277명을 동원한 ‘도둑들’은 13,019,740명의 ‘괴물’과 ‘왕의 남자'(12,302,831명), ‘태극기 휘날리며'(11,756,735명)에 이은 역대 4번째 흥행성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도둑들’은 과연 천만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만한 작품이었을까? 내용은 둘째로 하더래도 일단 캐스팅에서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연기파 배우 김윤석과 김혜수가 앞에서 이끌고 이정재와 전지현, 김수현이 뒤를 받혀주며 김해숙과 오달수가 양념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화권 스타 임달화와 이심결이 가세하면서 스케일도 키웠다.

또한, 내용과 스토리 전개도 깔끔한 편이다. 시작만 요란하고 전개와 마무리가 부실했던 대부분의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잘 만든 영화라는 평가를 받을만했고 마카오와 홍콩 그리고 부산을 오가면서 펼치는 액션신도 볼만했다. 뿐만 아니라 10명의 주연급 배우들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었던 우려도 부질없었다. 잘 짜여진 극본과 잘 어울리는 배역 그리고 개성적인 배우들이 만나 한 편의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브레인인 마카오 박 역을 맡은 김윤석은 역시 명불허전의 개성파 연기를 선보이고 금고털이 전문 팹시 역의 김혜수 역시 기대만큼 안정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뭐니뭐니해도 줄타기의 명인 예니콜 역을 맡은 전지현이다. 잘록한 허리와 긴머리를 휘날리는 전지현에게 저런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빠져들게 만든다. CF모델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당했던 전지현의 재발견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135분으로 두 시간이 조금 넘는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영화는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하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다. 먼저 전지현이 밧줄에 의지해 고층빌딩을 오르는 장면은 톰 크루즈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빌딩을 오르던 미션임파서블4를 연상케 만들고 부산의 낡은 건물에서 펼쳐지는 총격전은 헛웃음만 나오게 만든다.

또한, 지나치게 마카오 박(김윤석)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총격신에서 무리수가 난무할 수밖에 없었고 나머지 9명의 활약도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아쉽다. 청춘 스타 김수현은 거의 까메오급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비중이 작기도 하다. 영화의 내용 자체가 마카오 박이 웨이홍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9명을 이용하는 설정이라고는 해도 쓸데없는 총격신 대신 다른 배역들의 스토리에 더 힘을 주었더라며 어땠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영화를 만든 최동훈 감독은 천만 관객을 목표로 한 것 같지는 않다. 만일 그랬다면 스토리를 더 다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개인적으로는 6편의 천만 관객 영화 중에서 제일 나은 작품인건 확실하다.

도둑들(The Thieves, 2012)
범죄, 액션, 드라마 | 한국 | 135분 | 2012.07.25 개봉 | 감독 : 최동훈
주연 : 김윤석(마카오박), 김혜수(팹시), 이정재(뽀빠이), 전지현(예니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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