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세상이 흉흉하기만 하다. 아침 신문에 실린 사회면 기사의 대부분은 성폭행이거나 살인과 관련된 사건 소식들이기도 하다.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펼치기에도 무서울 정도다. 세상이 어찌 돌아갈려고 이 모양인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요즘 극장가를 보면 그와 같은 한숨이 다시 나온다. 연쇄 살인(이웃사람)에 불법 장기매매(공모자들)와 같은 끔찍하고 엽기적인 소재의 영화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엽기적인 내용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지도 모를 김기덕 감독의 영화(피에타)가 오히려 착해(?) 보일 정도다. 이런 되먹지도 않은 발상의 영화들이 노리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영화 ‘공모자들’은 납치와 장기매매를 소재로 하는 영화다. 양아치 연기라면 대한민국 최고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임창정이 모처럼 정색하고 나오는 영화인 동시에 ‘지붕뚫고 하이킥’에서처럼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가 강한 최다니엘이 그에 맞서는 영화다.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을지도 모를 장기매매라는 소재가 그리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납치라면 말이 달라진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들인 까닭에서다.
그런 만큼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이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소재가 경악스럽기 때문이기도 하고 개연성도 없고 억지로 짜맞추려는 이야기 전개가 눈뜨고 봐줄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생한 사건 사고에 상상력을 덧붙인 픽션이라고 주장하지만, 도대체 뭐하러 그런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이런 상상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대중을 향한 폭력일 뿐이다.
스토리 구성도 다분히 평면적이다. 치밀하지도 못할뿐더러 일차원적으로 흘러만 간다. 마치 경찰청 사람들을 보고 있는 듯 여겨질 정도로 엉성하다. 게다가 뒷부분에서 앞의 정황을 다시 설명하는 친절까지 베풀고 깜짝 반전까지 심어 놓았지만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인 탓이다. 걸레에 향수를 바른다고 해서 용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임창정이 연기자로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변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언제까지 양아치 노릇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잘못하면 자신의 장점마저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이 영화에서 임창정의 연기 변신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의 사투리 연기가 어색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게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갈 길은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상대 배우인 최다니엘의 연기는 여전히 불만이다. TV에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정적이고 지나치게 어눌하다. 아내를 잃고 오열하는 모습도 그리 처절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임창정이 나름대로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쩌면 임창정이 아니라 최다니엘의 연기 변신이 더 필요할런지도 모르겠다.
공모자들(2012)
범죄, 스릴러 | 한국 | 111분 | 2012.08.29 개봉 | 감독 : 김홍선
주연 : 임창정(장기밀매총책), 최 다니엘(실종자남편), 오달수(출장외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