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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단짝 친구의 앙큼한 배신, 러브 앤 프렌즈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단짝 친구의 앙큼한 배신, 러브 앤 프렌즈

러브앤프렌즈2

누구나 운명을 꿈꾸며 산다. 운명처럼 우연히 만나서 첫눈에 자신의 온 마음을 빼앗기는 그런 상대를 기다리기 마련이다. 운명을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지만 세상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니 어쨌든 운명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는 순전히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랑과 우정을 구분한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운명이라면 좀 더 근사하게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렇기에 어려서부터 늘 가까이에 있던 상대에게서 운명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시원(정은지)과 윤제(서인국)가 늘 엇갈리는 것도 그 때문일게다. 만일 운명이라면 언젠가는 연결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만 남게 된다.

뉴욕의 로펌 변호사 레이첼(지티퍼 굿윈)과 디자이너 달시(케이트 허드슨)는 둘도 없는 단짝이다. 남자들 표현을 빌리자면 소위 불알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이다. 하지만 그녀들 사이에 운명 같은 남자 덱스(콜린 에글스필드)가 나타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로스쿨 동기인 레이첼과 덱스 사이에 달시가 끼어들면서 운명의 장난이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 ‘러브 앤 프렌즈(Something Borrowed, 2011)’는 그렇게 얽키고설킨 세 남녀에 관한 이야기다. 착하고 머리 좋은 레이첼과 훈남 덱스의 설익은 감정이 피어날 무렵 관능적인 달시가 나타나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둘 사이의 감정을 확인하지 못했던 레이첼과 덱스는 그렇게 멀어지고 덱스를 차지한 건 레이첼의 단짝 달시였다. 레이첼은 그 둘의 만남을 운명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달시와 덱스의 결혼을 앞두고 레이첼이 덱스와 잠자리를 하게 된 건 순전히 사고였다. 레이첼의 생일날 지나치게 과음을 한 것이 원인이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기억 저편에서 잊고 있던 감정을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것은 불행이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 차라리 잊고 있었다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괜스레 들쑤셔놔서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한 탓이다.

하지만 운명이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또렷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레이첼은 오래전부터 덱스를 사랑해왔음을 깨닫게 되고 로스쿨 시절부터 레이첼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덱스도 레이첼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을 걸어왔기에 그저 망설일 뿐이었다. 레이첼은 결혼을 앞둔 단짝의 행복을 깨야 하고 덱스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한 여인의 행복을 짓밟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운명이란 때로는 무책임하다. 아무런 대책 없이 질러 놓고는 나 몰라라 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볼 때는 잠깐 왔다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로서는 몇 날 며칠을 밤새워 고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라도 결론이 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운명이란 때로는 고약한 심술쟁이가 아닐 수 없다.

반대로 차라리 운명이기를 바랄 때도 있다.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경우다. 그럴 때는 차라리 운명이라면 핑계김에 그대로 받아들이기라도 할 텐데 싶기도 하다. 운명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무책임하고 운명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허망하기만 하다. 레이첼과 덱스는 운명이었을까? 그렇다면 덱스와 달시는 어떤가? 그 둘은 운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로맨틱 코미디의 결말은 언제나 뻔하다. 처음부터 정해진 데로 흘러간다는 믿음을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덱스가 달시와의 결혼을 취소하지 않을 듯해도 결국에는 취소하게 되어있고 울고불고 메달릴 거 같은 달시가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결말이 아쉬운 것은 차라리 덱스가 달시와 결혼하고 레이첼은 소꼽친구인 에단과 잘됐으면 싶은 마음에서다. 왜 착한 남자는 항상 양보만 해야 하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러브 앤 프렌즈(Something Borrowed, 2011)
코미디,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미국 | 112분 | 2011.06.16 개봉 | 감독 : 루크 그린필드
주연 : 케이트 허드슨(다시), 지니퍼 굿윈(레이첼), 존 크래신스키(에단), 콜린 에글스필드(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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