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분히 엽기적이다.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이라니 마치 영화 ‘주온’이나 ‘링’에서 봐왔던 무시무시한 존재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제목만 놓고 보면 납량특집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내용 또한 귀신과 함께 살아가는 영화 ‘디 아더스’와 닮았고 유령을 혼자서만 볼 수 있다는 ‘식스센스’와 닮았다. 이 영화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러한 엽기적인 제목과는 달리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은 다분히 순정적인 영화다. 그림체도 예쁘고 캐릭터도 개성적이다. 한적한 바닷가 작은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음산하지 않고 소녀 모모를 놀래키는 세 명의 요괴가 등장하지만 흉악하지 않은데다 오히려 친근하기까지 하다. 이 요괴들은 악귀가 아니라 모모를 지켜주기 위해 내려온 수호천사들이기 때문일게다.
이 영화는 아빠를 잃고 엄마를 따라 작은 섬 시오지마로 이사 온 초등학교 6학년짜리 소녀 모모와 두 모녀의 다락방에 자리 잡은 수상한 요괴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불편한 동거일 수밖에 없었지만 모모는 허술하고 어눌한 요괴들의 심성을 발견하고는 마음을 열어 그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들과 좌충우돌하면서 한 뼘만큼 성장하게 되는 소녀의 성장기인 셈이다.
요괴들은 덩치는 산만하지만 여리기 그지없는 이와, 나름대로 샤프한척하기는 해도 허술한 카와, 그리고 아이처럼 순진무구한 마메 등 삼총사들이다. 그리고 더빙판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개그맨 김준현과 양상국, 안윤상이 맡았다. 그러고 보니 순진한 뚱보와 세련된 척하려는 촌놈 그리고 어리숙한 안어벙의 캐릭터가 그대로 들어맞아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빙판이 아니라 일본어 버전으로 봤기에 그들의 확약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이 영화의 원제는 ‘모모에게 보내는 편지(ももへの手紙, A Letter to Momo, 2012)’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하게 된 편지지를 주된 소재로 하고 있다. ‘모모에게(ももへ)’라는 문장만 달랑 써 있던 그 편지는 모모에게 있어 아빠의 유언장과도 같은 것이었고 더불어서 아빠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마지막 유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모모를 놀라게 만들었던 다락방의 요괴들도 따지고 보면 아빠가 보낸 메시지라고 할 수 있으니 이 영화의 한국 제목은 그리 적당하지 않을런지도 모르겠다. 다만 ‘모모에게 온 편지’라는 제목으로는 그 어느 쪽도 끌어들이지 못할 수 있기에 적당히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요즘 대세로 자리 잡은 김준현을 비롯해서 개그맨들을 끌어들인 것도 그 때문일게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는데 과연 이 영화의 타겟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온 가족이 함께 본다는 컨셉보다는 다분히 아이들 쪽으로 촛점이 맞춰진 제목과 캐스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감동적인 영화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봐야 한다면 아무래도 성인들로서는 영화감상에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모모의 엄마 이쿠코는 왜 그리도 예쁜건지…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ももへの手紙, A Letter to Momo, 2012)
애니메이션, 가족, 판타지 | 일본 | 120분 | 개봉 2012.07.05 | 감독 : 오키우라 히로유키전체 관람가
김준현(이와 목소리), 양상국(카와 목소리), 안윤상(마메 목소리), 미야마 카렌(모모), 유카(이쿠코 미야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