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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귀족남과 무일푼의 만남, 언터처블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귀족남과 무일푼의 만남, 언터처블

언터처블

생각해 보자.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는 전신마비의 억만장자와 어디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신체 건강한 몸뚱아리만 있고 빈털터리인 거리의 부랑아 중에서 누가 더 행복할까? 당신이라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아마도 대부분은 후자보다는 전자에 대해 관심이 더 많을 것이다. 돈 없는 서러움이 그 어떤 것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많은 재산을 두고도 박제처럼 육체적인 감옥에 갇혀서 살아야 한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차라리 무일푼일지언정 신체의 자유가 더 낫지 않을까.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Intouchables, Untouchable, 2011)’은 그 둘의 만남을 그린 영화다. 모든 걸 다 가졌지만 혼자서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억만장자와 사지는 멀쩡하지만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비참한 부랑아의 만남. 여기까지 보면 지극히 상투적인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상투를 잔잔한 감동으로 바꿔놓는 기적을 일으킨다. 참으로 대단한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두 가지의 극적인 대비를 전제로 하는데 하나는 최고 갑부와 최저 빈민층이고 다른 하나는 백인과 흑인이다. 물론 다들 짐작할 수 있듯이 백인은 최고 갑부이고 흑인은 최저 빈민층이다. 백인은 지적인 교양인이고 흑인은 막돼먹은 무식쟁이다. 이러한 대비는 일반 상식, 즉 편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전제가 중요한 게 아니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전혀 다른 둘의 만남과 우정이 이 영화의 중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된 필립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왔지만 모두가 가식적이었고 진심은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저 환자와 조력자와의 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드리스 만은 달랐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불쌍한 환자가 아니라 남들과 똑같은 보통 사람처럼 대하는 점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위험하니 휠체어를 천천히 몰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속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질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건강에 해로우니 담배를 피지 말라고 하지 않고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불행하긴 마찬가지이니 시원하게 담배 한 모금 빨면서 순간의 쾌락이나 느껴보라고 한다. 짐짝 신세가 되는 장애인용 승용차가 아니라 최고급 스포츠카에 태워준 것도 필립이 처음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드리스가 필립을 장애인이 아니라 일반인으로 대한 건 맞는데 그건 그의 가치관 때문이 아니라 드리스가 환자라는 사실을 자꾸 까먹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필립은 그런 드리스의 행동이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드리스와 함께 있을 때만은 필립 스스로도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게 되는 까닭에서다. 불행은 스스로가 인정할 때만 불행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필립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실제로 불행해서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그렇게 몰고 간 측면도 없지 않았다. 필요 이상으로 짜증을 내고 괴팍하게 변해간 성격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필립은 드리스를 통해서 장애의 몸으로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오랫동안 새장(편견) 속에만 갇혀있던 새가 모처럼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다른 건 몰라도 필립의 생활만은 부러워진다. 대저택에서 고전음악을 들으며 우아하게 사는 모습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비록 장애는 있을망정 저런 호사 한번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한다. 하지만 기억하자, 부러우면 지는 거니까. 억만장자이자 대부호인 그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내가 가진 것도 있을 테니까.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영화 말미에 아직도 우정을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계약관계로 만난 두 사람이지만 진심은 통하는 것이고 긍정 바이러스의 힘이 위대하다는 교훈을 남겨준다. 드리스가 전신마비인 필립으로 하여금 살아갈 희망을 주는 것처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꼭 추천하고픈 영화이다.

언터처블: 1%의 우정 (Intouchables, Untouchable, 2011)
코미디, 드라마 | 프랑스 | 112분 | 개봉 2012.03.22 | 감독 :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주연 : 프랑수아 클루제(필립), 오마 사이(드리스), 앤 르 니 (이본느 역), 오드리 플뢰로 (마갈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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