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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미군은 해군도 우주 최강? 배틀쉽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미군은 해군도 우주 최강? 배틀쉽

배틀쉽

아무리 생각해도 당최 말이 안되는 영화다. 만화 같은 설정은 어설프기 그지없고 게임 같은 스토리는 황당하기만 하다. 게다가 세계 경찰이라는 미국은 육군과 공군에 이어 해군까지 여지없이 지구 경찰로 활동하고 여기에 일본 군국주의가 가세하면서 미군이 없다면 일본군이라도 지구를 지켜줄 것이라는 은밀한 암시는 불쾌하기 짝이 없다. 또한 최첨단 무기도 아니고 재래식 무기로 외계인과 맞서 싸운다는 것 자체가 ‘우뢰매’ 부류 영화로 보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연속해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 모습들을 지켜보는 눈은 즐겁기만 하다. 뻔한 내용과 더 뻔한 결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느덧 영화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이 영화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영화 ‘배틀쉽’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영화다. 한심한 청춘 알렉스에게 해군 장교인 형이 사고 치지 말고 할 거없으면 해군에나 입대하라고 권하는 장면부터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누구를 고생시키려고 그런 사고뭉치에게 그런 권유를 하는건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우려는 주인공 알렉스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싸움이나 일삼으면서 도대체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건지 의아하게 만든다.

물론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밝듯이 알렉스가 해군에서 퇴출될 상황까지 몰고 가야 그 이후의 활약이 더욱 돋보일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설정은 무수히 보아온 지극히 상투적인 설정이 아니던가. 그렇지만 이 영화는 시치미 뚝 떼고 마치 자신들이 처음으로 그런 캐릭터를 만든 것인 양 영웅 만들기에 몰두한다. 그러고 보면 개콘 ‘사마귀 유치원’에서 말하듯이 “영웅 되는 거 어렵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듯도 하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과의 사투를 기본 골격으로 하는데 그 외계인의 정체가 명확하지 않다. 5대의 비행물체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지만 그 중의 하나는 대기권을 돌던 인공위성을 피하지 못하고 충돌하면서 원래 목적지였던 하와이가 아닌 홍콩에 떨어지게 되는 장면도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그 멀리에서 날아올 정도로 발달된 과학문명을 자랑하면서 자동 제어장치는 못 만들었다는 말인지.

‘트랜스포머’에서 오토봇과 디셉티콘은 지구를 찾아온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궁극의 에너지원인 큐브를 차지하기 위해 오랜 전쟁을 벌이다 행성폭발로 우주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큐브를 찾아 우주를 떠돌다 지구까지 왔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서 ‘배틀쉽’의 외계인들은 왜 지구까지 날아왔는지 분명하지가 않다. ‘트랜스포머’는 선과 악이라도 있었으나 ‘배틀쉽’에는 그런 구도도 없다. 그냥 지구인이 외계인과 맞서 싸우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점은 분명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트랜스포머’와 ‘아이언맨’에서는 그토록 비판적인 입장이었으면서도 이 영화를 보고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모순임이 분명함에도 제법 재미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런저런 억지를 상쇄할만한 재미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의 원작은 소설이나 만화가 아니다. 동명의 보드게임이 원작이다. 외계의 침략에 맞서는 전함이라는 설정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갖다 붙였으니 어설픈 설정과 황당한 스토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을게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토록 박진감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낸 그들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합동군사작전이라는 설정이다 보니 일본자위대와 일장기 뿐만아니라 욱일승천기까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는 나치 깃발이 펄럭이는 것과 같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영화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함장 경험이 없는 알렉스가 전함의 지휘권을 일본군 나가타 함장에게 넘기는 부분도 우리 시각으로서는 거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해군은 보이지도 않는데 국기봉에 태극기가 올려져 있는 것도 미스터리다.

이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시간 죽이기용, 일명 킬링타임용이므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보면 그저 그런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평은 극악과 최고로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7광구’같은 쓰레기영화에 4.30이나 평점을 주었던 네이버 전문가평점도 이 영화에는 3점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7광구’의 네티즌평점과 패널평점이 3.38과 5.52였던데 비해서 ‘배틀쉽’은 7.57과 8.00으로 훨씬 높은 상태다. 즉, 영화에 대한 선택은 어쨌든 본인의 몫이라는 말이다.

배틀쉽(Battleship, 2012)
액션, 전쟁, SF | 미국 | 131분 | 개봉 2012.04.11 | 감독 : 피터 버그
주연 : 테일러 키취(알렉스 하퍼), 리암 니슨(셰인 제독), 리한나(코라 레익스), 브룩클린 데커(사만다 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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