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전이었다. 8회까지 시애틀의 타자들이 시카고 화이트 삭스 선발 투수 크리스 세일로부터 얻어낸 안타는 단 하나뿐이었다. 로빈슨 카노, 넬슨 크루즈, 카일 시거 등 시애틀을 대표하는 타자들은 물론이고 이대호마저 침묵하고 있었다. 0:3으로 뒤진 상태에서 9회말을 맞았으니 패배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유명한 격언도 식상하게 들릴 정도였다.
9회말 선두 타자는 시애틀에서 유일하게 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쿠티에레스였다. 시애틀 타자들을 농락한 세일은 마운드를 내려갔고 마무리 데이빗 로버슨이 공을 이어받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쿠티에레스가 안타를 쳐냈다. 카노가 2루 땅볼에 그쳤으나 크루즈가 볼넷을 골라 1사 1-2루의 기회를 잡았고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아직도 그날을 모두들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4월 14일 텍사스 전에서 이대호는 연장 10회말 대타로 나와 짜릿한 역전 투런홈런을 쏘아올렸었다. 오늘도 그날처럼 이대호의 손으로 기적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었다. 이대호는 2B 1S에서 네 번째 공이 한가운데로 들어왔지만 기다렸다. 그리고 다섯 번째 공에 방망이를 휘둘러 보았으나 맞지 않았다. 시애틀의 패색이 짙어가고 있었다.
2사 1,2루에서 시거가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스코어는 1:3 두 점 차로 줄었다. 그리고는 크리스 아이아네타 대신 애덤 린드가 대타로 나왔다. 린드 역시 지난 6월 25일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 끝내기 3점포를 쏘아올린 적이 있었다. 초구에 헛스윙했던 린드는 두 번째 공에 다시 방망이를 휘둘렀다. 포수가 바깥쪽 높은 공을 요구했으나 로버슨이 던진 공은 몸 쪽으로 높게 들어갔다.
린드의 타구는 오른쪽 외야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 잘 맞은 타구는 아닌 듯 보였지만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경기 내내 빈타에 시달리던 시애틀이 9회말 투아웃에서 역전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그 주인공이 이대호였으면 좋았겠지만 아무렴 어떠리. 홈으로 들어오는 린드를 이대호도 격하게 반겼다.
LA 에인절스의 최지만은 데뷔 첫 홈런을 맛보았다. 19일(한국시간) 텍사스와의 홈경기에서 7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최지만은 5회말 텍사스 선발 투수 A.J. 그리핀의 87마일짜리 패스트볼을 걷어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최지만은 6경기 연속 선발 출전에 5경기 연속 안타 행진도 계속됐다. 에인절스가 텍사스를 9:5로 물리쳤다.
한편, 허리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추신수는 9회초 대타로 나서 에인절스 다섯 번째 투수 캠 베드로시안의 초구를 받아쳤지만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가 중반에 갑자기 대량 득점하면서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2:1로 샌디에이고에 앞서던 세인트루이스는 6회에 4점, 7회에 3점, 8회에 1점을 추가하면서 10:2로 승리했다. 후반기 첫 경기(16일)에서 마이애미에게 데뷔 첫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맛 보아야 했던 오승환은 선발 투수의 완투와 팀 패배, 그리고 대량 득점 등의 이유로 3경기 연속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햄스트링이 불편한 볼티모어의 김현수는 경기에 나서지 않고 휴식을 취했고 볼티모어는 뉴욕 양키스에게 1:2로 패했다. 또한, 강정호의 피츠버그는 경기가 없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