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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봉평에 가려거든 지금 떠나라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봉평에 가려거든 지금 떠나라

봉평

봉평에 가려거든 지금이 제철이다. 물론 물 좋기로 유명한 흥정계곡이 있으니 여름에 찾아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나 9월에 봉평을 보지 못했다면 봉평을 제대로 다녀왔다고 하기 어렵다. 봉평은 메밀꽃의 고장이고 그 메밀꽃이 지금 활짝 피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철을 맞춘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자연은 더더욱 그렇다. 조금만 이르면 꽃봉오리가 피지도 않을 테고 조금만 늦으면 이미 져버리고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풍도 마찬가지다. 때보다 이르면 울긋불긋하기보다는 푸르른 나뭇잎을 보게 되고 그보다 늦게 되면 이미 앙상한 가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만큼 때를 맞춘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이번 주에는 봉평을 다녀와야 한다. 지난주부터 피어나기 시작했던 메밀꽃이 얼마나 기다려줄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침 때를 맞춰 ‘평창 효석문화제’가 열리고 있어 볼거리도 다양하고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꽃밭을 거닐며 사랑을 속삭일 수도 있고 그 속에서 사진도 찍어봄 직하다.너른 벌판에 소금처럼 펼쳐진 하얀 꽃송이가 마치 눈이라도 내린듯 장관을 이루고 있다.

봉평은 흥정천을 따라 둘로 나뉜다. 북쪽에서 볼 때 왼쪽이 ‘효석 문화제’가 열리는 메인 행사장이고 오른쪽이 메밀꽃밭이다. 흥정천변에 마련된 주차장에서 내렸다면 왼쪽이나 오른쪽 둘 중의 하나를 먼저 선택해야 할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니 배가 고프다면 왼편에서 먼저 요기를 하는 편이 낫겠고 여유가 있다면 오른 편에서 꽃구경을 먼저 하는 게 날것이다. 예전 방식대로 흥정천을 건너갈 수 있도록 다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흔들다리를 건너는 듯 흔들리는 스릴도 조금은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다리를 건너면 다시 오른쪽으로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습과 만날 수 있게 되는데 휴일이면 그만큼 사람도 많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한적한 배경으로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물론 고급 DSLR 카메라로 아웃 포커싱을 잡는다면 그런 걱정도 없겠지만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휴대용 디카로는 옆의 사람들도 함께 찍어야만 한다. 그럴 때는 길 건너로 가보자. 그곳에는 다소 한적한 곳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아노 소곡까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펼쳐진 메밀꽃과 불어오는 산들바람 게다가 피아노 음악까지 곁들이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한 시간이었다.

메인 행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다양한 먹거리가 펼쳐져 있다. 중앙에서 식권을 판매하고 있는데 일종의 푸드코트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맛은 그 이상이었다. 가격이 싸다고 결코 무시할게 아니다. 정상적인 음식을 상당히 저렴하게 팔고 있기 때문이다. 메밀전병과 메밀새싹 비빔밥, 그리고 메밀국수를 푸짐하게 먹었는데도 싸고 맛있게 먹었다.

메인 행사장 말고 흥정천 옆으로 세워진 장터에도 먹거리가 다양했다. 이곳은 식권을 따로 판매하지 않으며 각 부스별로 계산해야 한다. 그중에서 감자떡을 먹어봤는데 떡이 찰지고 윤기가 좌르르르 흐르는 게 빛깔도 고왔고 게다가 맛도 좋았다. 집에 계신 어머니께 드리기 위해 50개들이 한 봉지를 주문하니 스티로폼에 얼음까지 넣어서 포장해 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효석 문학관과 이효석 생가마을, 효석 문학 숲공원을 들러보는 일만 남았다. 행사장에서 걷는다면 이효석문학관은 약 10분정도이고 생가는 약 20여분, 문학 숲공원은 30여분 정도 걸릴 것이다. 차를 가져갔다면 평창무이예술관을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 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메밀 꽃 필 무렵 中에서)

‘9월이 오면(Come September, 1961)’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미남 배우 ‘록허드슨(Roc Hudson)’ 주연의 영화다. 9월이 되면 이탈리아의 별장에서 이탈리아인 여자친구와 휴가를 보내던 미국인 갑부의 이야기를 그린 1961년작 로맨틱 코미디다. 이제 우리에게도 9월이 왔다. 이 계절은 분명 봉평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무릇 지나고 나면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니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바로 떠나야 할 것이다. 메밀꽃은 기다려 주지 않기에 이번 주를 놓치면 내년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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