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야구가 다시 시작되는 듯 보였다. 기아와 넥센을 꺾은 상승세가 계속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잠실을 홈으로 쓰는 한 지붕 두 가족의 역사적인 한국 시리즈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21일 열린 한국 프로야구(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초까지 히메네스와 정상호의 솔로포를 앞세워 2:0으로 NC를 앞서가던 LG 이야기다.
이 경기에서 9회초까지 LG가 기록한 안타는 단 3개뿐이었다. 6회초 이천웅의 첫 안타에 이어 7회와 8회에 히메네스와 정상호가 안타를 쳤다. 안타 수는 많지 않았지만 영양가는 만점이었다. 3개의 안타 중에서 무려 2개가 홈런이었다. 더구나 마운드에서는 선발 투수 소사가 NC 타선을 무안타로 잠재우고 있었다. 승리가 눈앞에 있었다. 9회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9회말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네 번째 투수이자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온 임정우가 선두 타자 박민우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데 이어 권희동과 지석훈에게 3타자 연속 안타를 맞았다. 2:0이던 스코어는 어느새 2:1 한 점 차로 쫓기고 있었다. 다급해진 LG에서는 임정우를 내리고 급하게 김지용을 교체 투입했다.
LG로서는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무사 1, 2루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다행히 김지용이 조영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그러나 김성욱 대신 대타로 나선 이호준까지 피해 갈 수는 없었고 이호준의 우전 안타로 2:2 동점이 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LG의 1사 1, 3루 역전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LG에서는 마지막 카드를 뽑아들었다. 손시헌을 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를 만든 후 병살을 노리는 작전이었다. 마침 다음 타자는 용덕한이었다. LG로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NC에서도 상대의 허를 찌르려는 듯 용덕한으로 하여금 기습 번트를 시도하게 했다. 3루 주자 지석훈이 홈으로 달려들었으나 타구는 파울이 되고 말았다.
병살타만 대비하고 있던 LG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NC의 기습 번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NC에서도 기습 작전이 노출된 데 대해 불안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용덕한의 번트 파울이 누구에게 유리할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LG가 또 번트에 속을 리도 없거니와 용덕한이 병살로 물러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다시 타석에 들어선 용덕한은 가운데로 높게 들어오는 공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타구는 3루 라인을 타고 흘렀고 3루수 히메네스 오른쪽을 스쳐갔다. LG가 기대했던 병살타는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NC의 끝내기 안타가 터졌다. NC가 기록한 10개의 안타 중에서 5개의 안타가 9회말에 나왔고 거짓말처럼 승부가 뒤집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