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했던 염소의 저주를 풀고 108년 만에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시카고 컵스가 16일(현지 시각) 백악관을 방문했다. 오는 20일 퇴임을 앞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다. 퇴임을 나흘 정도 앞두고 있으니 “아슬아슬하게 백악관에 왔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도 일리가 있는 셈이다.
월드 시리즈 우승 팀은 통상 다음 해인 6월에서 7월 사이에 백악관을 방문하곤 했는데, 지난해 우승 팀인 시카고 컵스가 서둘로 백악관으로 향한 것은 오바마가 아직 백악관의 주인으로 있을 때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오바마가 시카고 컵스의 오랜 팬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당선인이 뉴욕 양키스의 팬이라는 이유도 작용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과 함께 등 번호 44번이 새겨진 유니폼 두 벌(홈, 원정)을 선물 받았다. 오바마의 등 번호 44번은 제44대 미국 대통령을 의미한다. 유니폼을 받은 오바마는 등번호 44번을 달고 1루수로 뛰고 있는 시카고 컵스의 간판타자 앤서니 리조(Anthony Rizzo)를 동료라고 부르기도 했다.
유니폼뿐만 아니라 오바마 손에는 또 하나의 선물이 주어졌는데,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필드 평생 가족 입장권이 그것이었다. 시가로만 따지면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유니폼보다 리글리필드 입장권이 훨씬 비싸다고 할 수 있었다. 162경기 중에서 81경기가 홈에서 열릴 테니 최소 10만 원으로 계산해도 10만 원 X 4명 X 81경기, 즉 3,240만 원짜리가 된다. 물론 이 금액은 최소일 뿐이다.
미국 대통령을 지냈고 시카고 컵스의 오랜 팬을 자처하는 오바마가 돈이 없어서 리글리필드에 못 가는 것은 아닐 테고 보면 이 입장권은 상징적인 의미로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시카고 컵스가 인정한 일종의 평생회원증인 셈이다. 오바마가 이 티켓을 실제로 쓰게 될 일은 많지도 않거니와 어쩌면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시카고 컵스로서는 생색내기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리 그래도 아쉽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특히 오바마처럼 권위와는 거리가 멀고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틀에 박힌 ‘평생 입장권’이 아니라 ‘리글리필드 구내매점 핫도그 1+1 티켓’ 같은 형식이 더욱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다. 얼마 전 시즌 15까지 방영된 ‘막돼먹은 영애’씨의 라 부장처럼 “넣어둬 넣어둬!”를 외치면서 말이다.
그렇게 되면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도 자유로울 테고.
초아
2017년 1월 18일 at 11:31 오후
환하게 웃으며 찍은 기념사진이 보기 좋습니다.
journeyman
2017년 1월 20일 at 2:31 오후
정말 보기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