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서 신부를 빛내주는 것은 하얀 면사포나 짙은 화장뿐만이 아니다. 신부의 손에 들린 부케(bouquet) 역시 신부를 빛나게 해준다. 그래서 면사포나 화장이 없는 결혼식에서도 부케는 빠지지 않기 마련이다. 면사포 없는 결혼식은 있어도 부케 없는 결혼식은 없다고 하겠다.
부케는 불어로 ‘다발’ 또는 ‘묶음’이라는 뜻이다. 결혼에 앞서 신랑이 직접 꺾어온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신부에게 주었던 게 부케의 시작이었다. 꽃다발을 받은 신부는 신랑에게 그중의 한 송이를 건네주는데, 이것이 바로 신랑의 오른쪽 가슴을 장식하는 부토니아(boutonniere)다. 즉 신부의 꽃을 부케라 하고, 신랑의 꽃은 부토니어라고 한다.
신랑이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주는 것으로 결혼이 완성된다면 결혼식의 대미는 부케가 장식한다. 신부가 친구들을 향해 부케를 던지는 절차인데 통상 다음번에 결혼하게 될 사람이 받게 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서로 부케를 받기 위해 경쟁을 하기도 한다. 부케를 받으면 머지않아 좋은 일이 생길 거라면 믿음 때문이다.
좋은 일이란 당연히 결혼을 의미한다. 사귀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가 되고, 비록 사귀는 사람이 없더래도 그리 멀지 않은 때에 배필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영화에서 보면 신부의 친구가 부케를 받고 ‘드디어 결혼할 수 있게 됐다’며 환호하는 장면이 나오고는 하는데 호주 영화 ‘뮤리엘의 웨딩(Muriel’s Wedding, 1994)’도 그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서양과 달리 부케 받는 일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특히 과년한 신부의 친구들이 그러한데, 부케를 받으면 머지않아 결혼할 수 있다는 행운의 의미가 아니라 부케를 받고 나서 6개월 내에 결혼하지 않으면 3년 동안 못한다는 일종의 저주의 의미 때문이라 하겠다. 같은 부케임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정반대인 셈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여자 친구 대신 남자 친구가 받는 풍속도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도 아니면 부케 알바를 쓰기도 한단다. 부케를 받고 나면 좋은 사람 만나서 빨리 결혼해라는 의미로 시작된 일종의 협박이 이제는 고약한 미신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부케 받는 이들을 옭아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타파해야 할 못된 속설 중의 하나라 하겠다.
사진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9/2017011900205.html
데레사
2017년 1월 19일 at 5:12 오후
참 부케에 까지 나쁜 풍습이 샘겼군요.
던지고 받고 웃고…그렇게 즐기면 될것을
이상하게 만들어 버리네요.
journeyman
2017년 1월 19일 at 5:26 오후
누가 만들어서 퍼트렸는지 참 고약한 풍속이에요.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허례허식들을 빨리 걷어내야 할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