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식당에 대한 환상을 무참히 깨버린 터키 카파도키아 에브라노스(Evranos) 식당

터키에브라노스

 

그렇게도 신기하던 동굴식당도 연속해서 두어 번 드나드니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간사하다면 간사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카파도키아에 도착하던 날 점심식사 장소였던 ‘반달르(Bindalli, 터키의 여성용 결혼식 전통 의상을 뜻한다는 말이 있다)’는 동굴식당인지 확실하지 않고 둘째 날 점심을 먹었던 ‘알티노자(Altinocak)’도 동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특이하게 생긴 건축물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만일 파샤바에서 봤던 버섯집이나 괴레메 야외박물관에 우뚝 서 있던 동굴집이었다면 느낌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스타워즈 촬영지였다는 으흘라라 계곡에 이어 다녀온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아직도 사람들의 주거지로 쓰인다는 동굴집이었다면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을 수도 있겠다. 동국식당에서 식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지만 그날 저녁 식사를 먹으러 간 ‘에브라노스’에서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낮에 다녀왔던 알티노자에 비해 야간 조명을 밝힌 에브라노스(Evranos, 술탄 파티 시대의 정복 전쟁에서 명성을 날린 특공대원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는 지나치게 화려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울긋불긋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어슴푸레한 석양과 어우러지면서 마치 유원지라도 온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에브라노스가 그리 좋은 인상으로 남지 못한 것은 요리도 한몫했을 것이다. 반달르에서는 뷔페였고, 알티노자에서는 항아리 케밥을 먹어본 데 비해서 에브라노스는 생선요리가 나왔다. 말이 좋아 요리지 그냥 생선백반에 불과했다. 빵과 스프, 그리고 춘권처럼 생긴 전식에 이어 나온 식사는 볶음밥에 감자와 조각 레몬, 생선 한 마리가 전부였다. 비주얼도 무척 빈약해 보이지만 맛도 짜기만 하고 그다지였다.

홀은 넓었으나 다른 손님은 없었고 그래서인지 실내등도 밝히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실내는 비교적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한켠에는 라이브 무대까지 갖추고 있었지만, 장식용인지 아니면 실제로 공연이 이루어지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나중에 다른 포스트에서 보니 홀 중앙에서 터키 전통춤인 수피댄스와 밸리댄스가 공연된다고 한다. 같은 곳을 가보고도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못 된다. 배신감도 느끼게 되고.

만일, 누군가가 남긴 글처럼 그곳에서 공연이라도 열렸다면 또 다른 기억으로 남았을는지도 모른다. 음식 맛은 둘째 문제고 새로운 경험만이 기억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고 음식 맛도 별로였다. 카파도키아에서 처음 가본 동굴식당이었다면 나름대로의 의미라도 있겠으나 그렇지도 못하다. 이래저래 에브라노스에 대한 인상은 좋을 수가 없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을 시작으로 셀리메 마을에 이르기까지 이틀 동안 돌아다녔던 카파도키아의 일정은 모두 끝났다. 이제 장소를 옮겨 이스탄불에서의 여행이 시작된다. 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어찌나 피곤하던지 눈꺼풀이 저절로 감겨왔다. 기내식으로 샌드위치를 주는데 비몽사몽간에 먹으니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더라는. 빵은 또 왜 그리 퍽퍽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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