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나온 정릉 김반장집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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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연예인이 산다는 걸 TV에서 보고야 알았다. 매주 금요일 밤에 방송되는 MBC TV ‘나 혼자 산다’를 통해서다. 사실 그보다 앞서서 같은 빌라에 사는 연예인이 있기는 했었는데 중년의 조연 배우다 보니 그다지 실감 나지는 않았었던데 비해 TV로 우리 동네가 보이고 그곳에 사는 연예인을 보니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더라는.

김반장네와 우리 집은 거리상으로 따지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편이다. 도로에서 같은 골목으로 들어서는 건 같은데 차이라고 한다면 우리 집은 그 길 끝에 있는 반면 김반장네는 오른쪽의 좁은 언덕길로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김반장네로 올라가는 골목과 우리 집을 거리로 따지면 100m나 되려나. 거기서 김반장네는 다시 30m 정도 언덕으로 올라가니 합쳐도 200m는 안 될 것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겨울이 되면 그 골목길 입구에 연탄이 쌓여있곤 했는데 그 이유 역시 TV를 보고서야 알았다. 아래와 달리 김반장이 사는 골목 위쪽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TV에서 보면 마치 시골의 어느 곳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그곳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그 동네이고 우리 집에서 200m도 되지 않는 곳이라고 하니 나조차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김반장의 출연으로 조금은 유명해진 골목이지만 한 번도 찾아가 보지는 않았었는데 잠깐 산책에 나선 김에 그 골목길을 올라가 보았다. 언덕 끝에 있는 김반장네 집에 가까워질수록 계단이 알록달록하니 연예인이 사는 집답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으나 문 앞에 ‘LOVE and RESPECT 존중과 사랑’이라고 쓰여있는 쪽지가 보였다.

대분에는 몇 가지 낙서도 있었는데 대부분 아기자기한 수준이었다. TV에 나온 곳이라지만 그리 유명한(?) 인사도 아니고 그리 특별한 동네도 아니기에 유별한 것은 없었다. TV에 나오지만 않았다면 그냥 평범한 집에 불과했을 것이다. 게다가 방송된 지 좀 되었으니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잊혔을 테고. 나야 뭐 주변에 산다는 이유로 한 번은 들러야 할 것 같은 일종의 의무감으로 와 본 거고.

방송을 본 사람들은 서울에 저런 데가 있느냐며 신기해했다. 나도 그랬다. 그와 멀지 않은 빌라에 살고 있는 나도 서울에, 그리고 정릉에, 그리고 우리 집 앞에 저런 곳이 있는지 신기했었다. 서울에 살면서 마치 전원에 사는 듯한 기분이라니. TV빨이기는 하겠으나 어쨌든 그 기분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햇볕 좋은 날은 지붕에 올라가서 일광욕도 하고.

문제는 불편이다. 음식 배달시키기 미안하고 택배라도 오면 직접 아래로 받으러 가야 하고 도시가스가 없어서 온수도 안 나오고 하는 불편 같은 것들을 감수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이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게 된다. 남이 사는 모습이니 좋아 보이는 거지 나보고 직접 살아보라고 한다면 결코 쉽지 않으리라. 어쨌든 방송에 나온 TV 명소에 다녀왔다는 기분만 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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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4월 13일 at 1:15 오후

    계단이 알록달록 이쁩니다.
    부산 사십계단 동네에서 본것 같아요.
    저 계단 오르내리면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되겠는데요.

    • journeyman

      2017년 4월 13일 at 7:20 오후

      그 계단도 김반장이 직접 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체는 아니고 반에반에반 정도만 칠해져 있어요.
      그거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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