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교 사거리에서 혜화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혜화문으로 향하는 언덕길에 위치한 지리적인 특성상 앞쪽은 1층이지만 뒤쪽은 지층이 되는 구조다. 정면에서 보면 입구만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식당은 담벼락이라는 정다운 이름을 가졌다. 오래된 건물치고는 입구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오다 가다 한 번은 들러야겠다고 생각한 집이었다.
마침 점심 식사 시간에 맞춰 그 집 앞을 지나갈 일이 생겼다. 혼자였지만 그리 붐비지 않을 시간이었기에 용기를 내어 담벼락 입구로 들어섰다. 겉에서 보기에는 작은 식당일 것만 같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그리 작다고 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다. 크다면 크다고 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실내 인테리어도 무척이나 깔끔했다.
이 집에서 내세우는 주메뉴는 7천 원짜리 덕장이다. 덕장이란 ‘황태를 갈아만든 담벼락만의 우렁쌈장’이란다. 일종의 쌈밥 메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3천 원을 더한 1만 원짜리 담벼락 정식에는 우렁초무침과 제육볶음이 추가된다. 이외에도 바지락칼국수(7천 원), 순두부(7천 원), 코다리 조림(8천 원), 찐만두(4천 원) 등의 식사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다른 메뉴도 즐길 수 있다. 제육볶음, 바지락 찜, 갈치구이, 통새우 튀김, 미도 어묵탕, 고추튀김, 매운 해물 부추전, 날치알 계란말이, 오징어볶음, 고등어구이, 조개탕, 오징어튀김, 우렁무침, 흑온두부 등에는 ‘만원의 행복’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식사와 함께 해도 되고 혼자든 여럿이든 술 한 잔 할 때 안주로 삼아도 되겠다.
혼자서 정식을 주문해도 되는지 물으니 당연하단다. 얼마를 기다리니 기본 반찬이 깔리고 쌈과 장이 나온다. 장 안에 우렁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게 바로 황태를 갈아만들었다는 우렁쌈장이라는 덕장인가 보다.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해 보이는 비주얼인데 우렁초무침과 제육볶음이 나오니 식탁이 가득 찬다. 오랜만에 정식 다운 정식상을 받아보는 기분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더니 음식 맛도 일품이었다. 우렁쌈장에 들어있는 우렁의 양도 많았고 우렁무침 역시 새콤달콤하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제육볶음이야 말해 무엇하랴. 우렁쌈장을 넣어 제육볶음과 함께 쌈밥으로 먹어도 좋고 우렁무침을 밥반찬으로 먹어도 좋았다. 혼자서 먹기에 아까울 정도였다. 모처럼 대우받는 기분으로 식사할 수 있었다.
담벼락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붙어 있다. “함께 즐거이 식사를 할 수 있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우리들의 장소입니다. 아련한 추억이 깃든 그때 그 시절의 ‘담벼락’이 그립습니다. 그리운 사람들과 아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머리를 맞대고 즐거운 식사를 하는 행복한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인이 직접 쓴 건지 아니면 누가 헌사한 것인지는 몰라도 내 마음도 그 글과 다르지 않았다.
데레사
2017년 5월 10일 at 8:43 오전
기억해 두었다가 그쪽으로 갈때 한번 가봐야 겠습니다.
정말 행복한 밥상이네요.
아침을 아직 안 먹어서 침이 막 넘어 갑니다. ㅎ
journeyman
2017년 5월 10일 at 11:10 오전
정말 추천하고 싶은 집입니다.
우렁쌈장이 인상적이었구요.
정식은 좀 과한 측면이 있어서 7천원짜리 막장으로 드셔도 좋을 듯합니다.
참나무.
2017년 5월 10일 at 9:48 오후
‘담벼락’
성북동 가끔 가니까 꼭 기억해둘게요
요즘 ‘만행’이 인기있나봐요
혜화동에도 ‘만행’ 있는데 거긴 일식집이었어요
확실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journeyman
2017년 5월 11일 at 1:55 오후
혜화동 만행이라는 곳을 찾아보니 괜찮아 보이네요.
저도 한 번 찾아가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