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31일 자로 중앙일보 블로그(정확히는 조인스 블로그)가 문을 닫았다. 신문사 중에서 가장 먼저 블로그 서비스를 도입했던 중앙일보가 블로그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조선-중앙-동아로 대변되는 메이저 신문 3사 중에서 공식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곳은 하나도 없게 됐다(조선일보가 위블로그blogs.chosun.com이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폐쇄형이므로 공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비록 한때이기는 해도 블로그는 미디어업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존재였다. 기존 언론을 위협할 것이라는 위기감까지 대두되기도 했다. 정해진 시간에 업데이트되는 오프라인 기사에만 의존하던 신문사들이 온라인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도 블로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실시간 기사 전송, 24시간 운영 등과 같이 오프라인 그늘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온라인 생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와서 지난날을 돌이켜 본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마는 한때나마 불꽃을 태우고 장렬(?)하게 산화한 언론사 블로그를 뒤돌아보고 그동안 신문 3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추해 보고자 한다. 제대로만 활용하면 신문사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었던 블로그를 신문사들이 왜 버려야 했는지 저간의 사정도 알아본다. 첫 번째 순서였던 동아일보에 이어 두 번째는 중앙일보 블로그다.
중앙일보와 중앙일보의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조인스닷컴에게는 컴플렉스가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인터넷 신문 서비스를 시작하고도 실적 면에서 조선일보 온라인 서비스인 조선닷컴에 밀린다는 점이었다. 그를 만회하기 위해 TV 광고도 해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충성도 면에서 조선일보를 따라잡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인스닷컴이 신문사 중에서 가장 먼저 블로그를 도입한 배경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중앙일보 블로그는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졌다. 많은 사람이 중앙일보 블로거(정확히는 조인스닷컴 블로거)가 되었고 이는 성과로도 나타났다. 여기에 그룹 차원의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비교적 인기 좋았던 일간스포츠 기자들을 중앙일보 블로그로 이전시키면서 작은 불꽃에 기름을 붓는 셈이 되었다. 그즈음 중앙일보가 숙원이었던 스포츠지(일간스포츠) 인수를 완료하자 방문자 수에서 드디어 조선일보(조선닷컴)를 추월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조인스닷컴과 조선닷컴의 성적은 어느 순간 조인스닷컴의 독주로 굳어져 가기 시작했다. 추월은 물론이고 영원히 따라잡지 못하리라 여겼던 목표가 달성되자 조인스닷컴은 또 다른 꿈을 꾸고자 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미디어사끼리의 우물 안 경쟁이 아니라 보다 더 넓은 물에서 놀고 싶었던 것이다. 조인스닷컴이 목표로 하고 싶어 한 경쟁 상대는 바로 네이버, 다음, 야후와 같은 포털들이었다.
조인스닷컴으로서는 야무진 꿈이었다.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상당한 격차가 있는 상대들과 경쟁을 꿈꾼다는 게 가당치 않아 보였으나 이미 미디어 업계 1위로 올라서 기세가 등등해진 조인스닷컴으로서는 힘들지언정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토록 불가능해 보였던 조선닷컴을 결국에는 넘어섰던 전력도 있지 않던가. 만용이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당찬 도전이라고 보는 이들도 없지는 않았다. 물론 대부분은 부정적이었지만.
그렇다고 조인스닷컴이 맨땅에 헤딩하듯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엠에스엔닷컴(MSN.com)과 제휴를 맺어 조인스엠에스엔닷컴(joinsmsn.com)이라는 이름으로 포털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 포털 부문에서 거의 꼴찌에 가까운 MSN.com이었으나 처음 산 PC를 켰을 때 첫 화면으로 MSN.com이 뜬다는 이점이 있기는 했었다. 이때 나타나는 첫 화면이 한국에서는 joinsmsn.com으로 뜨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이 우려했듯이 조인스엠에스엔은 별다른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공룡 포털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인스엠에스엔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가장 컸다. 킬러 콘텐츠도 없거니와 별다른 차별성마저 찾아볼 수 없었으니 온라인 사용자들의 방문을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2010년 10월 시작된 조인스닷컴의 외도는 2013년 7월 처참한 실적만 남긴 끝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탕아의 귀환이었다.
무모한 시도는 조인스닷컴에게 상처만 남겼다. 미디어 업계 1위라는 타이틀도 다시 조선닷컴에 내주었거니와 중앙일보 온라인 편집권까지 중앙일보에 넘겨야 했다. 조선일보처럼 닷컴 도메인을 확보하지 못한 중앙일보는 조인스닷컴을 알리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했으나 현재 joins.com은 중앙일보를 비롯한 중앙일보미디어그룹의 디지털 상품 판매점으로 달라진 상태다. 중앙일보는 www.joins.com이 아니라 news.joins.com으로 접속해야 한다.
블로그도 참화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미 중앙일보 온라인 서비스의 운영권이 중앙일보로 넘어간 상태에서 뉴스와 관련되지 않은 서비스는 시한부일 수밖에 없었다. 블로그도 그중의 하나였다. 결국, 유지가 아닌 방치 상태에 놓여있던 블로그는 2018년 1월 31일 종료로 정리되고 말았다. 일부 블로거들이 항의 방문해봤으나 중앙일보 로비에서 블로그 담당자가 존재하지 않기에 면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허탈하게 돌아서야 했다.
* 일간스포츠 시절부터 파워블로거였던 송원섭 기자의 블로그는 티스토리로 옮겨 fivecard.joins.com라는 주소로 계속 서비스되고 있다.